나카노 교코의 서양기담 - 무섭고도 매혹적인 21가지 기묘한 이야기
나카노 교코 지음, 황혜연 옮김 / 브레인스토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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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읽었던 아름다운 동화의 배경이 사실은 잔혹한 이야기였다는 걸 어른이 되어 알고 난 후 얼마나 충격이 컸었는지 모른다.

그 당시 홍콩 할미 귀신 이야기나 책 읽는 소녀상과 이순신 장군 동상이 12시만 되면 돌아다닌다는 이야기도 그런 증명되지 않은 미스터리들이 아니었을까?

뭔가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기묘하고 무서운 이야기들이 창작이라는 장작에 불을 지피는 불씨가 되기도 하고 카더라통신으로 이야기들이 전해지기도 한다.

무서운 그림 시리즈로 유명한 나카노 교코는 그림의 이면에도 공포가 숨어있다는 걸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책 속에는 21가지의 기담들이 실려있고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야기들을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피리 부는 사나이, 마녀의 주재료인 만드라고라, 도플갱어, 골렘, 마녀, 드라큘라, 유령, 엑소시스트 등 전설과 다양한 사건들을 공포와 엮어 풀어나간다.

[어? 나 이거 알아!]라고 생각했던 주제들을 내가 자세히 몰랐던 뒷이야기까지 알려주는 그런 책이다.

잔혹하고 공포스러운 일들을 일상인 양 자연스레 이야기하지만 그 뒷면에는 인간 본성의 추악함과 욕심들까지 들여다볼 수 있어서 더욱 섬찟했다. 이런 이야기들이 입에서 입으로 돌게 된 역사적, 사회적 배경들과 그 시대 사람들의 가치관이 어떠했는지도 알려주는데 역시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흥미로운 괴담 모음집이라 생각하고 이 책을 골랐는데, 읽다 보니 인간의 추악한 이면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고, 뭔가 홀린 듯 처음부터 끝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고 읽어버렸다.

공문서에도 기록되어 있다는 피리 부는 사나이와 아이들의 실종의 원인은 정말 무엇일지, 만드라고라를 뽑기 위한 개의 희생은 너무 잔인하지는 않는지, 고성을 떠도는 유령들을 영국 유령과 일본 유령으로 비교해 놓은 점이 얼마나 흥미로웠는지, 기 드 모파상과 괴테도 자신들의 도플갱어를 만나본 경험이 있었다니 정말 존재하는 게 아닐까 하며 내 호기심과 흥미를 몽땅 끌어당기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과거의 흙인형 골렘을 미래의 로봇과 연결 짓는 작가의 센스를 칭찬해 주고 싶었고, 브로켄산의 마녀 집회와 마녀의 이중생활을 표현한 노래 [발푸르기스의 밤]은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여러 가지 기담 중 제일 재미있게 읽은 것은 엑소시스트였다.

예전에 보았던 엑소시스트 영화는 어린 시절 내게 가히 충격을 뛰어넘은 공포였으리라.

악마가 몸속에 들어가 지배하는 인간에게 구마 의식을 진행하는 신부의 모습, 그리고 흉측하게 변해가는 인간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뒤엉켜 뇌리에 콕 박혀있다. 요즘은 전화를 통한 원격 구마 의식까지 행해질 정도라니 세상 참 많이 달라졌구나 싶다.

그리고 수녀들의 집단 악마 빙의 이야기도 놀라웠다. 그랑비에라는 남성이 얼마나 매력적이었으면 처녀인 수녀들의 욕구불만을 폭발하게 만든 것인지 궁금하고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나카노 교코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비과학적이고 비논리적인 기묘한 일들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에이~ 그런 일이 어디 있어?]라며 거짓말로 일축하고 믿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계속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잘 알지 못하고 귀동냥으로 슬쩍 들었던 이야기들이라도, 그래서 진실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울지라도 이렇게 많은 신비한 사건들에는 분명 매력이 흘러넘친다. 각양각색 종류별로 다양한 기담들을 한껏 즐길 수 있는 책 [나카노 교코의 서양 기담]이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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