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깨질 것 같아 - 두통의 숨겨진 이야기
어맨다 엘리슨 지음, 권혜정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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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싸한 기분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뭔가 불길하다. 머리가 띵하다. 멍하다. 불안하다. 아프다.

30분쯤 지나면 슬슬 다른 단어가 떠오른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깨질 것 같다. 쿵쿵 울린다. 그렇게 두통이 시작됐다. p.8

내 삶의 절반 이상을 함께 한 두통이라는 녀석을 통증이 올 때마다 매번 떨쳐버리고 싶다.

두통이 시작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모든 신경이 머리로 쏠리게 된다. 머리 왼쪽에서 편두통으로 시작해 머리 전체로 퍼지는 통증들이 무척 기분 나쁘다. 그러다 소화도 안되고 어깨도 결리고 온몸이 다 아픈 느낌까지 들게 되면 그날은 그냥 누워야 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코도 아프고, 눈도 빠질 것 같고, 답답하기도 하고, 찌뿌둥하기도 하고, 콕콕 찌르는 것 같기도 하고, 내 머릿속에 누가 들어와있는 것 같기도 한 이 통증들을 두통이라고 통틀어 말하려는 너무 깊지 않은 내 지식의 범위에 늘 불만이었다.

그래서 이 책 제목을 보자마자 너무 끌렸던 것 같다. 내 두통의 원인과 종류를 알려준다니 너무 친절하지 않은가? 게다가 해결 방법까지 말해준다니 '어머 이건 꼭 읽어야 해'였다.

책은 총 8장으로 나누어 두통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두통이 시작되고, 아이스크림두통과 부비동 두통, 스트레스 두통, 군발 두통과 편두통 그리고 이러한 두통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말이다. 뭔가 확실하고 시원하게 해결 방법을 말해주는 책은 아닌데 내가 모르던 지식들을 알려주니 속이 조금은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내 두통인데, 내 몸인데, 왜 아픈지 왜 이러는 건지 모르고 살다가 알게 되니 '아~ 그렇구나'라며 수긍하게 된다. 원인을 알게 되니 아프지 않도록 미리 예방을 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물론 철저히 잘 지킨다면 말이다.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성 두통을 경험하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였을까?

무용발표회를 준비하던 일곱 살 때였는지, 피아노 대회에 처음 나갔던 초등학교 2학년 때였는지 그때는 긴장해 서라고만 생각했지 그게 두통이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그런데 성인이 되고부터는 긴장을 하게 되면 두통이 따라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인지 그런 상황을 미리 피하게 된다. 가슴이 콩닥거리고, 손이 차가워지고, 얼굴이 달아오르고, 목덜미가 뻐근해지고, 머리가 깨질 것 같아지는 상황들이 나를 괴롭히지 못하게 말이다.

신체와 정신의 관계는 상호적이고 사람마다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기준도 다르지만 반응은 대부분 비슷하다고 한다. 아드레날린 분출과 동시에 에너지를 끌어올리고 우리의 뇌는 감각기관들을 통해 주위 상황을 지각하고 우리 몸의 반응들을 통제한다.

스트레스가 두통을 가져오는 방식은 두 가지다.

아드레날린이 혈관에 미치는 영향으로 두통이 발생하는 것과 통증 신호가 교감신경계를 지속적으로 자극해 근육이 수축되면서 에너지와 산소를 계속 사용하여 근육 긴장을 일으켜 두통이 발생하는 방식이다.

아무래도 내 두통의 대부분은 스트레스성 두통과 긴장성 두통이 차지하고 있는 듯하다.


편두통은 크게 조짐 편두통과 무조짐 편두통으로 나뉘고 전구증 단계, 조짐, 통증 단계, 후구증 단계와 같은 각기 다른 4단계로 이루어진 현상학적 사건이다.

나의 편두통은 늘 왼쪽에서 시작한다. 어느 날은 왼쪽만, 어느 날은 왼쪽과 오른쪽 끝만 왔다 갔다 하는 통증이 반복된다.

내가 두통의 시작을 느낄 때는 늘 홍조가 동반된다. 얼굴이 살짝 달아오르고 귀가 빨개지고 속이 꽉 막히기 시작하면 여지없이 두통이 오는 것이다. '이것이 전구 증상이었구나'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그런 증상이 오면 나는 짜증이 늘고 미간은 항상 찌푸리고 있다.

하품이 많아지는 것도 조짐이었다는 건 몰랐는데 모든 증상이 두통을 향하고 있었다니...

전구 증상 단계에서 나타나는 증상에 식욕 변화도 있는데 입맛을 잃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는 단 음식을 찾는 사람이다.

식욕을 통제하는 부위인 시상하부보다 특정 음식을 먹고 싶게 만드는 호르몬인 오렉신이 신경펩타이드 Y와 더 활발하게 교류하는 모양이다. 두통까지 살을 찌우는데 일조하다니 괜스레 배신감을 느낀다.(부르르~~)

내 식욕이 통증을 누르는 것인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몸에서 일어나는 호르몬의 변화도 단 음식이 먹고 싶어서 내 머리를 아프게 하는 것인지, 머리가 아파서 단 음식이 당기는 것인지 말이다. 믿고 싶지 않아서인지 내 몸이지만 조금씩 의심이 늘어가기 시작했다.

지인 중에 끼니를 거르면 머리가 아프다고 말하는 이가 있었다. 죽을 것같이 아프다며 고통스러워하다가 밥 한 그릇 뚝딱 먹어치우고 나면 언제 아팠냐는 듯이 두통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볼 때마다 신기하게 바라봤었는데 왜 그랬는지 이 책을 읽고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유전적요인, 환경적 요인, 심리적 요인 등 두통을 유발하는 원인들은 차고 넘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두통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몸이 보내는 신호인 두통을 가볍게 여기지도 말고 너무 고민하지도 말자. 대신 세심히 관찰하고, 내 몸을 돌보고 매번 체크하도록 하자. 내가 경험하는 두통의 원인과 배경을 알게 되면 이제 그렇게 무섭지만은 않게 된다.

[머리가 깨질 것 같아] 이 책을 읽으며 두통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내 몸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만성두통에 시달리거나 두통의 원인이 궁금한 사람들이라면 누구에게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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