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살펴보는 인간의 역사란다.
역사의 흐름과 그 방향을 시대정신이라 부르기로 하고, 개별 사건과 그 뿌리를 들여다보면서 연결고리들을 알아보고, 스며들어있는 정신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고양이라니....
흥미롭지도 않고 따분할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만화와 고양이 캐릭터를 이용해 독자의 흥미를 마구 끌어내는 책이다.
냥도리 너를 어쩜 좋니? 너무 귀여워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심장이 남아나질 않는다.
띠지에 적힌 "철학은 모르겠고 고양이는 귀여워!"라는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았는데도 금방 알 수 있었다.
친절함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인문학을 냥도리가 시대순으로 쉽게 설명해 주고 냥크라테스, 공냥, 냥테로 그려져 있는 캐릭터들은 귀여움이 한도 초과다.
세상 깜찍하다. 철학을 쉽게 설명해 준 것도 고마운데 이런 귀여운 고양이 그림은 정말 너무 감사하다.
1부는 고대국가와 중세 사회인데 소크라테스, 공자, 토마스 아퀴나스, 단테 알리기에리,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다.
2부는 시민혁명과 근대국가의 장 자크 루소, 아이작 뉴턴, 애덤 스미스, 칼 마르크스,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여행한다.
마지막 3부는 현대사회와 미래사회의 존 메이너드 케인스, 시몬 드 보부아르, 체 게바라,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자크 데리다로 끝이 난다.
그 중 "만국의 고양이들이여 단결하라."라며 외치는 냥 마르크스의 리더십에 끌린다.
19~20세기 유럽의 노동자들의 지도자였던 마르크스는 사회적 양극화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상황들을 예견한 사회주의의 성경이라 불리는 자본론의 작가다.
더 평등한 사회를 원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에서 노동자가 주인이 되고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이야기했던 그는 빈부격차와 노동을 열심히 해도 약탈자에게 소유권을 빼앗기는 과정을 역사를 통해 보고 자본주의의 단점들을 꼬집었다.
노동자가 일한 만큼 임금을 받고 자본가는 투자를 통해 이윤을 얻고 임금을 제한 자본가의 이윤을 부불 노동이라 한다.
자본가의 이윤 증가는 노동자의 착취 증가라고 보고 이러한 빈부격차와 노동자 착취를 해결하기 위해 사적 소유권을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누어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꿈꾸었던 마르크스를 냥 마르크스가 이야기해 준다.
그리고 여성운동의 대모인 시몬 드 보부아르의 이야기에도 빠져든다.
오랜 기간 극심한 차별을 을 받던 여성들에게 참정권이 주어진 것은 고작 1928년이었다. 그녀의 저서인[제2의 성]은 너무 혁명적이라 그 시대의 금서 중 하나였고 20세기 중반 이후 여성들도 사회로 나왔지만 채용기준은 여전히 외모였다. 아담의 갈비뼈에서 파생된 존재로 여성을 여기던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은 여성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사회학적 개념인 젠더와 생물학적 개념인 성의 차이를 논하고, 여성다움이나 남성다움이 강요된 관념이라고 보았으며 사회적, 제도적 차별과 문화적 편견들에 대항하고 적극적으로 벗어나고자 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진정 깨인 사람이다. 여성으로 묶어서 판단을 내리기에 그녀는 너무 큰 사람이었다.
냥도리와 함께한 여행이 이제 끝이 난다.
읽으면 좋고, 안 읽어도 그만이라고 소개한 도슨트 투어가 부록으로 들어있는데 더 알고 싶은 배경지식이나 모두 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추가로 담아놓았다. 역시 끝까지 친절한 냥도리다.
체 게바라, 칼 마르크스, 애덤 스미스를 두꺼운 책으로 먼저 만났던 나는 이해하기도 힘들고 어렵게만 느꼈던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책도, 꼭 알아야 할 사상도 어렵기만 하고 접근이 쉽지 않으면 그만큼 다가서기가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고, 맙, 소]는 성인이나 아이 모두 쉽게 접근하고 읽기 편하다. 글씨가 빽빽 가득하고 두껍기만 한 책으로 사상가들을 먼저 만나기 전에 이 책으로 흥미를 느끼고 다가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반은 성공한 게 아닐까?
귀여운 그림과 쉽고 재미있는 설명으로 인문학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게 만들어주는 책 [고양이 맙소사, 소크라테스!] 고. 맙. 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