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화와 예쁜 그림들을 무척 좋아한다. 읽고 있다 보면 괜히 순수해지고 맑아지는 그 느낌이 더욱 좋다.
아들의 기나긴 겨울방학이 시작되었고, 매일 전쟁과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도 일상이 되어버린 어느 날 아들에게 이 책을 함께 읽어보자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그림도 없고 글이 많아서 싫다고 하던 아들이 어느새 내 손에서 책을 빼앗아가 한 편 한 편 읽고 있다.
짧은 단편 동화 9편이 실려있는 책이라 아직 저학년인 아들이 읽기에 더욱 좋았다.
제목부터 좋은 동화 아닌가! 좋은 동화라는데 꼭 읽어줘야 한다. 안 읽으면 안 된다. 빼먹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다.
각각의 단편들은 판타지와 우리들의 일상과 SF 적인 요소들을 다루고 있었고, 어른인 나와, 아이인 아들이 함께 재미있게 읽었던 몇 가지 이야기를 소개해 보려 한다.
[분실물을 찾아드려요]
분실물 수거원인 엄마와 리아는 우주선을 타고 돌아다니며 우주여행객들의 분실물들을 수거하고 찾아주는 일을 한다. 엄마는 분실물 수거원이지만 잃어버리기 전문가이기도 해서 딸인 리아도 자주 잃어버린다. 나름 규칙도 정하고 통신기도 가지고 다니지만 또다시 리아와 엄마는 멀어지게 되고.. 하필이면 땅콩 행성이다. 엄마는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데... 날 찾아오지 못할 거라 생각하는 리아와 그런 고민은 1도 하지 않는 엄마의 이야기가 담긴 동화다. 억지로 쥐어짜는 감동이 아니라 더욱 좋았다. 엄마와 아이의 사이는 그렇게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빛나를 소개합니다]
자매인 빛나와 미래의 이야기다. 가족을 소개한다며 가족관계 및 부모의 직업과 학력, 자가 여부를 적어오라는 종이를 숙제라 내미는 빛나를 바라보는 미래의 마음이 어땠을까 내 가슴이 찌르르했다. 아직도 이런 걸 한단 말인가 싶어 화도 났다.
늦게 들어오는 아빠 대신 언니 미래가 작성을 도와주는데 편부가정인 빛나네는 1번 문제부터 막혀서 5번 장래희망부터 적기로 한다.
아빠의 학력을 대학원 졸업에 직업은 교수라고 거짓으로 적고 나니 4번에 적은 월세가 왠지 어색하다. 이런 문제를 고민하고 거짓으로 적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너무 가슴 아팠다.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빛나의 신청서를 고민하는 미래의 모습이 현실과 맞닿아서 더욱 슬픈 동화였다.
[호윤이와 뱀냥이]
마스크를 떼놓은 생활을 상상하지 못하는 요즘 아이들의 이야기다. 코로나에 걸려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엄마와 떨어져 호윤이는 할머니 댁으로 오게 된다. 방 안에서 혼자 자고 문 앞에 놔둔 음식을 받아서 먹어야 하고 매일 아침 체온도 재야하고 이모가 올 땐 마스크도 꼭 써야 한다. 익숙한 광경이다. 호윤이는 고양이를 좋아하고 여러 상황이 무섭지만 야옹~하고 들리는 고양이 소리는 호윤이가 잘 잘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나타난 정체가 뱀냥이라니.. 그림을 보고 아들과 한참 웃었다.
아들 왈 "내가 나쁜 꿈 꿀 때도 뱀냥이가 나타나서 내 나쁜 꿈 먹어주면 내가 맛있는 과자랑 약과랑 모두 줄 수 있는데, 우리 집엔 레오랑 코코가 있어서 안 오나 봐."란다.
[할머니와 냉장고]
'내가 콱 뒈져부렸시야?' 라며 걸쭉한 사투리로 죽음을 알리며 시작하는 동화라니 신선하다. 게다가 죽은 할머니에게 잔소리하는 별 일곱 개짜리 특급 냉장고라니 기발한 발상이 무척 재미있지 않은가. 특별한 손님을 초대할 수 있다니 할머니 자신 정복순을 위한 요리를 하며 눈물로 간을 하는 할머니의 이야기에 재작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떠올랐다.
아들이 재미있게 읽었던 건 [호윤이와 뱀냥이] 그리고 [애완 요괴]였고 내가 공감하며 읽었던 건 [빛나를 소개합니다]와 [할머니와 냉장고]였다. 그리고 둘 다 재미있게 읽었던 건 [분실물을 찾아드려요]였다. 아이와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좋은 동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책 속에 담긴 아홉 편의 동화들은 모두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고 주인공들은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다가올 봄처럼 이 책이 가진 아름다움이 우리 마음에 따스하게 스며들 수 있기를 바라본다.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