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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10th 리미티드 블랙 에디션) - 특별 한정판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독서모임을 하다 보면 꼭 읽는 책들이 몇 권 있는데 [책은 도끼다] 이 책도 그중 하나인듯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와는 인연이 안 닿았는지 매번 읽지 못했다가 이번 10주년 블랙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드디어 읽어보게 되었다.
블랙 케이스도 따로 있고 종이 재질도, 컬러도, 폰트도 모두 너무 고급지다.
게다가 일찍 이 책을 만났다면 소개되는 책들의 내용을 하나도 모른 체 읽었겠지만 발간된 지 10년이 된 지금의 나는 작가가 소개하는 책들 중 몇 권은 알고 읽게 되었으니 더욱 깊게 다가왔다. 역시 리미티드 에디션은 진리다.
작가만의 시선으로 책들을 읽고 그중 그의 창의력과 감수성에 영향을 준 책들을 몇 권 소개하는 책인데, 한국, 외국 작가, 고전문학, 에세이 등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는 그의 시선을 따라가며 읽다 보면 내가 읽을 때는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까지 알게 되어 새로운 책 한 권을 다시 읽은 기분이 든다.
한 달에 3~4권, 일 년에 30~40권 정도의 독서량을 가진 작가는 책을 깊이 읽는 편이라고 한다.
2021년 나는 100권이 넘는 책을 읽었고, 다독의 목적을 이루었지만 깊이 있는 독서를 했냐고 묻는다면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1년에 몇 백 권씩 읽는 사람들의 기준으로 내 독서 권수는 작을지 모르겠지만 내 기준으로는 정말 많이 읽은 최고의 해였다. 게다가 독서후기까지 모두 남겼으니 말이다.
어떤 책은 찍어 읽고, 어떤 책은 흘려 읽고, 어떤 책은 문맥으로 읽어야 한다는 문장이 계속 뇌리에 맴돈다.
다독이 좋다, 정독이 좋다 결정지을 수 없겠지만 나는 2021년은 다독을 했으니 2022년엔 정독을 해볼까 생각해 본다.
개인적으로 말랑말랑한 감수성을 지니고 말장난인 듯 하지만 내 감정을 두드리는 그런 글도 좋아하지만 작가가 소개한 김 훈 작가처럼 사실적인 글도 너무 취향이다. 너무 사실적이라 가슴을 후벼파는 느낌도 받지만 현실이 싫어 책 속으로 도피했다가 그런 사실적인 글을 읽으며 때때로 현실로 돌아오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천천히 살펴보며 깊게 읽어보라는 작가의 말대로 곱씹으며 김훈의 문장을 다시 읽어보니 이거 이거 매력이 넘쳐난다. 뭔가 사실적인데 멜랑꼴리하다. 사랑을 말하는 문장들이 너무 사실적이라 사랑이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그럼에도 사랑이 행복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그런 문장이라고나 할까?
기자 출신이라 세밀하게 사실을 전달하는 글을 쓰는 김훈의 글은 가슴을 울리기도 하고 뇌리에 박혀 자꾸 되새김질하게 만드는 그런 글이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비롯한 지중해 문학들도 소개해 주고, 밀란 쿤데라의 소설, 그리고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까지...
총 7개의 강의로 나누어져 주제에 맞추어 책을 소개하는 글들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가진 시야도 넓어지고, 읽었던 책도 다시 읽게 되고, 놓쳤던 부분을 찾아보게 된다.
최근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독서모임에서 다시 읽었다.
20년 전 읽었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나는 사비나에게 공감하며 읽었었는데 최근 다시 읽으며 테레사의 아픔을 이해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젊은 시절엔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는데 턱없이 부족한 경험치가 내 시야를 좁게 만들었던 게 아니었을까?
젊은 시절엔 키치라는 단어를 무심코 흘려 읽었다면 최근의 나는 그 단어에 너무 꽂혀있었으니 같은 나였지만 달라진 것들이 분명 있었다.
가벼운 사랑만을 하던 토마스가 테레사를 만나 사랑의 무게를 느끼며 달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기억을 다 하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재독을 하면서 느끼는 것들은 분명 다른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독서의 종류는 다양하고 내 생각만이 옳다고 판단 지을 수도 없다.
내가 읽으며 즐겁고 좋았던 책들을 글로 남기고 추천도 하지만 개인의 취향이라는 것이 있으므로 남들에게도 좋을 것이라고는 확신하지 못한다.
단지 내게 울림을 주었던 책은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1년에 한두 권만이라도 읽고 이해하고 내 가슴을 울린 책을 발견했다면 그 해는 독서에 성공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책을 읽고 독서를 통해 시야가 넓어지면서 스스로 인식하고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면 내 삶도 더 풍요로워질 것이라 이야기하는 책 [책은 도끼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