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며 오롯이 나만 알고 싶은, 필사해가며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그런 글들이 있는데, 보뱅의 책은 전문을 다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다.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꾼 작은 글의 정원
이 한 문장이면 이 책이 모두 소개가 되는 것 같다. 그리움을 표현한 글로 가꾸어진 정원은 어떤 느낌일까?
보뱅이 16년간 사랑한 여인 지슬렌을 하늘로 보낸 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적은 글이 바로 이 책 [그리움의 정원에서]다.
내가 읽은 보뱅의 첫 작품인 작은 파티 드레스에서도 지슬렌의 이야기가 담겨있었고, 이 책과 환희의 인간에도 그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보뱅의 지슬렌을 향한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 그녀의 존재를 그의 작품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지슬렌은 그가 사랑하는 여인이었고, 진실한 친구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지슬렌을 만남으로 그는 다시 태어났고, 그의 글을 공유하고 느낌을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며, 그녀의 삶의 방식을 배울 수 있었다.
그녀에게 배운 삶을 사랑하는 방법은 그녀가 죽은 후에도 계속 이어져 나가야 할 약속이었다.
[작은 파티 드레스]에서 처음 만났던 보뱅의 섬세하고, 감정과 일상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듯 적은 글을 그리움의 정원에서 다시 한번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 알고 있는 사실이나 우리 주변에서 흔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담백하게 글로 표현해 놓으니 내 삶 속에도 작은 글의 정원이 생겨난 듯했다.
그가 사랑했던 지슬렌이 세 아이의 엄마이면서 여성으로서의 삶도 열정적으로 살아갔음을 이야기하며 어머니로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고 한 사람의 역할을 해내는 삶도 놓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그가 내 편인 것만 같아 왠지 친근하게 느껴졌다.
그의 담백한 문장들을 눈으로 읽었을 뿐인데 내 옆에서 토닥여주고 위로해 주는 기분이 드는 것은 그의 글이 가지는 매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의 글에는 사랑이 가득 담겨있어 읽는 사람도 그 감정을 한껏 느낄 수 있게 한다.
그는 지슬렌을 세세하게 기억하고 그녀의 모습과 삶의 방식까지 사랑했다. 느리고 분주하게 그녀를 사랑하는 그만의 방식이었을 테고 16년이라는 짧은 시간은 그녀를 사랑하기에 너무나 짧은 기간이었을 테다.
그녀가 죽은 후에도 보뱅은 그녀를 기억하고 그녀는 천국에서도 그녀의 방식대로 삶을 이어갈 것이라고 생각하며 추억한다.
살아가는 게 쉬운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견딜 수 있는 게 쉽기는 한 걸까?
그녀의 죽음이 보뱅에게 슬픔으로 다가오기도 했지만 기억하고 추억하며 그에게 스며드는 그 순간마저도 지슬렌으로 인한 것이므로 그에게는 큰 기쁨이 되었다.
삶을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의 글이라며 이 책을 추천한 김연덕 시인의 문장이 맴돈다.
삶을 사랑하는 지슬렌을 사랑했던 보뱅의 글은 오직 사랑이었다. 지슬렌이 보뱅에게 주었던 삶의 방식과 사랑을 대하는 태도들을 나는 보뱅의 글로 배우게 된다. 그리고 내 사람을 더욱 사랑하고 나 자신을 귀히 여기는 원동력으로 삼으려 한다.
그의 책을 봄과 겨울에 읽었다. 봄에 처음 만난 크리스티앙 보뱅을 여름과 가을을 기다려 겨울에 새로운 책으로 만나게 되었다.
왠지 겨울이라는 계절과 너무 잘 어울려 읽는 내내 더욱 행복했던 책 [그리움의 정원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