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노레 드 발자크 - 세기의 창조자
송기정 지음 / 페이퍼로드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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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에서 불문과를 졸업하고 파리제3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송기정 작가는 발자크를 30년간 읽고 또 읽으며 연구했다고 한다. 도대체 발자크의 매력이 무엇이길래 30년간을 파고들 수 있었을까? 궁금해졌다.

이 책은 발자크 작품의 배경, 그의 삶과 사상 그리고 정치관까지 그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발자크와 파리, 프랑스 대혁명, 정치관, 19세기 과학, 돈, 법, 철학연구의 초기 소설들 총 7가지 주제로 나누어 자세히 알려준다.

발자크 창작의 원동력이 영원한 빚이었다고 한다. 그는 생계를 위해서 싸구려 소설을 쓰고 자유를 얻으려고 사업을 일으켰다가 몽땅 망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빚을 갚기 위해, 삶의 안정을 위해 글을 쓰는 생활을 하는 사람 냄새 풀풀 풍기는 작가라니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하루에 16시간 이상씩 글을 썼다고 하는데 그의 짧은 수명은 글을 쓰기 위해 매일 마시던 많은 양의 커피와 과도한 노동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발자크는 파리를 사랑한 만큼 증오했다. 파리 내에서 발자크의 이사 흔적을 표시해놓은 지도가 책에 나오는데 대략 35년간 16번의 이사를 다녔다고 한다. 그렇다면 평균 2년 주기로 주거지를 옮겼다는 뜻일 텐데 정말 자신의 집을 갖고 싶었겠다는 생각에 괜히 안쓰러웠다. 그렇게 파리 곳곳을 다니며 살았으니 그 누구보다 파리의 문제점을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지 않았을까?

제대로 갖추지 못한 하수시설과 부동산 투기 열풍 그리고 센 강의 물이 정화되어 식수가 되는 것을 그는 냉소적으로 지적한다.

서른을 바라보던 그가 아브랑테스 공작부인과 사귀게 되고 그녀가 전해주는 역사적 이야기들을 들으며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그리고 몇 달을 매달려 쓴 그의 첫 책이 나오지만 많이 팔리지 않았다.

책을 통해 작가님이 올빼미 당원들의 내용과 인물관계도 연도별 정리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발자크가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 주고자 했던 것은 교훈이었다. 그가 첫 작품 [올빼미 당원들]을 통해 표현하고자 한 시대 정신은 애국심과 국가주의라 한다.

연애소설이지만 그 사랑 이야기 속에다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들을 녹여낸 데에는 다 계획이 있었던 것이다.

자유주의자이자 공화주의자였던 발자크가 전통 왕당파로 전향하는 계기가 있었다. 그가 정치적 입장을 바꾸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1834년에 발표한 [랑제 공작부인]은 발자크의 정치적 성향이 바뀐 이유와 왜 그러했는지 그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소설이다.

젊은 지식인이었던 발자크는 자유주의 성향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지만 그다지 정치에 관심을 보이지도 않았고 정치와 거리를 두며 무관심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는 지지하고 싶은 당은 없었지만 정당의 지원은 필요로 했고, 무엇보다도 삶의 안정을 가져다줄 정당을 원했기에 권력의 힘을 필요로 했다. 그래서 정통 왕당파로 전향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발자크와 카스트리 후작 부인의 만남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발자크가 조금씩 이름을 알리며 얼마나 낭비벽이 심했고 귀족병에 걸려 어떤 생활을 했었는지에 대한 에피소드가 재미있다.

귀족병이라는 것은 지금은 연예인 병으로 비교하면 되려나? 허세작렬 생활에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더 많았다 하니 정말 이 작가의 삶은 지루하지가 않았을 것 같다.

조금씩 발자크를 알아가면서 그와 돈을 떼놓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5장 발자크와 돈을 제일 흥미롭게 읽었다.

서른 살이 되기 전부터 빚을 안고 시작한 발자크는 예술가의 낭만보다는 돈이 지배하는 세상인 현실의 이면을 먼저 알게 되었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발자크의 [인간극]에도 돈과 관련된 주제가 많다. 그의 작품 속에는 돈이 추상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구체적인 액수로 나타나 있어 19세기 프랑스의 물가를 알 수 있게 된다.

등장인물의 배경과 지위에 따라서 생활수준까지도 짐작이 가능하다.

'나는 왜 발자크를 읽는가'라고 작가가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 책을 읽는 내내 떠올랐다.

아직 발자크의 책을 많이 읽어보지 못했다. 작가 발자크를 알기 전에 이 책을 통해 인간 발자크를 먼저 알게 된 느낌이다. 너무 인간적이라 이웃집 아저씨같이 가깝게 느껴질 정도였다. 돈 좋아하고, 여자도 좋아하고, 허세 많고, 역사, 정치, 과학, 의학 온갖 세상에 관심이 많고 따지고 말하기 좋아하는 그런 옆집 아저씨 말이다.

그래서 작가님도 이 매력 많은 아저씨에게 빠져 30년을 연구하고 읽었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

책의 마지막에 인간극 인물들에 대한 설명과 발자크의 연보까지 실려있어 연보를 보며 그의 작품들을 차례대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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