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엽기인물 세계사
호리에 히로키 지음, 이강훈 그림,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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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역사란 오랜 세월을 거쳐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흥미로운 과거 이야기였다.

학창 시절부터 역사를 배우고 위인전을 읽으며 모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파면 팔수록,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인물들과 시대의 다양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알 수 있어 나는 역사를 무척 좋아한다.

다양한 역사 책을 읽다 보면 너무 어려운 책도 있고 내용의 깊이가 아쉬운 책도 있는데 이 책은 너무 어렵지 않으면서 흥미를 마구 끌어당기고 가독성도 뛰어난 그런 책이다.

위인전에는 나오지 않아서 우리가 미처 알 수 없었던 위인들의 두 얼굴과, 인간의 욕망으로 세계사를 바뀌게 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이 책 한 권에 모두 담겨 있다.

영웅과 위인들의 진짜 얼굴을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니 말이다.

통계학적으로 나이팅게일은 천사가 아니었고, 간디는 금욕주의자가 아닌 그냥 변태 아저씨에, 여왕 엘리자베스 1세와 욕망 덩어리 클레오 파트라 이야기도 새로웠고, 방사성 물질 라듐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 단점은 절대 인정하려 하지 않았던 퀴리 부인의 이야기도 무척 흥미로웠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은 안타까웠고, 잔다르크는 정말 성녀였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정말 가보고 싶던 여행지 중에 하나였던 인도의 타지마할과 양귀비 하면 떠오르는 당 현종과 전족을 병적으로 즐겼다는 청의 황제 권융제의 가리어진 모습들도 잘 알고 있었다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며 다시 한번 또라이였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36가지 에피소드들 중에 나는 14번째와 26번째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14번째 에피소드는 악마 성직자 라스푸틴의 이야기였다.

자신의 세상에서 사는 꽉 막힌 알릭스 황후가 라스푸틴의 말이라면 무조건적으로 믿게 된 데에는 혈우병 유전자를 물려받은 황태자를 라스푸틴이 위기에서 구해주면서부터다. 황제 부부 말고도 러시아 상류사회의 많은 이들이 라스푸틴에게 가스라이팅 당해 그의 말이라면 절대적으로 따르게 되면서 러시아제국이 파멸을 향해 달려가게 된다. 그리고 그는 죽음을 앞둔 마지막 순간까지 삶을 쉽게 놓지 않았다. 그의 그런 생에 대한 끈질김은 그가 악마였다는 또 다른 소문을 낳게 된다.

한 사람의 세치 혀에 놀아난 러시아의 이야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몰랐던 역사의 한 부분이라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26번째 에피소드는 퐁파두르 부인의 이야기였다.

마리 레슈친스카 왕비가 11년 동안 열 명의 자녀를 출산하고서야 루이 15세의 침실 출입 금지령을 내렸다고 한다. 잘생기고 여성을 너무 사랑한 루이 15세의 공식 정부 자리를 차지한 퐁파두르는 안타깝게도 심각한 불감증을 가지고 있었는데 루이 15세와의 잠자리를 만족시키기는 무척 힘들었으리라. 6년여간 힘든 연기를 해오던 그녀는 결국 자신이 골라준 여성들만이 왕의 침소에 들게 했고 권력 유지를 위해 사슴 정원을 조성하게 된다.

사슴 정원이라니 이름은 너무 예쁘다. 그곳이 왕 한 사람을 위한 하렘인 환락 시설을 알기 전까진 말이다.

어린 소녀들을 데려다가 왕의 침소에 들 여인을 위한 기숙생활이라니 게다가 성병에서 안전할 것이라는 전제로 처녀들만 골랐다고 한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인가 싶어 혐오스러울 정도다. 프랑스가 누린 빛나는 영광 뒤에는 사슴 정원의 소녀들이 있었다니 너무 슬픈 이야기였다.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어릴 적에 읽었던 위인전의 주인공들이 많았다.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고 비범함에 더 가까웠던 그들의 이야기 그래서 어린 시절 책으로 먼저 만났던 그들의 다른 모습을 알게 되니 한숨이 나온다.

그들의 장점만 아이들에게 가르친 건 아니었을까 후회도 들었다.

그들의 업적은 분명 위대하지만 악행과 인간적인 면은 은폐하고 보기 좋게 미화시킨 모습들을 위인전을 통해 배워왔으니 그게 다라고 생각하며 역사를 제대로 돌아보지 않았던 게 아닌가 생각도 들었다.

후대에게 기억되며 영웅으로 칭송받고 위대한 위인으로 존경받았던 인물들의 숨겨진 이면을 친절히 알려주는 책 [엽기 인물 세계사]다.


*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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