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탐정단이 주인공이라니 얼마나 귀엽고 순진한 모습들이 펼쳐질까 생각하며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은 인도 빈민가의 삶을 마치 그림처럼 글로 묘사하고 있었다.
더러운 물과 나쁜 공기, 학교에 가야지만 점심 한 끼를 때울 수 있고, 언제 철거될지 몰라 불안함 속에서 살아야만 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말이다.
같은 반 친구인 바하두르가 실종되면서 경찰은 자신들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어린 나이부터 무척 잘 알고 있는 아이들이 직접 탐정단을 만들어 추리를 해나간다. 인도의 빈민가 아이들이 현실 속에서 경험하는 이야기들과 배경은 너무 우울하다.
입을 만한 옷을 버리는 건 부자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말하던 자이의 엄마가 기억에 남는다.
인도에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건이 젊은 여자들과 아이들의 실종이라고 한다. 이런 사회적 문제를 9살밖에 되지 않은 탐정단 아이들이 직접 해결한다며 나서는 것도 슬픔으로 다가왔다. 건강한 환경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탐정단 놀이는 그냥 동심 속 세계로 봐줄 수 있겠지만 인도 아이들의 탐정단은 어른들의 도움을 바라지 못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힘든 일상이기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현실에선 그 누구보다 성숙하고 어른스러워야만 했던 아이들은 어린 동생들을 돌보고 일터에 나간 부모를 대신해 스스로 끼니를 챙기며 생활한다.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이상하게 아이들은 계속 생겨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옛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아이들은 늘 밝고 유쾌하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에 괜히 내 눈이 시큰거렸다.
빈부의 격차, 무너져버린 공권력, 그리고 성차별과 자신들과 다른 소수는 틀렸다 생각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절망스러운 현실을 작가는 너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울화가 치밀었다.
자이가 즐겨보는 [경찰 순찰대]라는 TV 프로그램 이 있는데 어린 시절 [수사반장]을 즐겨봤던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어린 시절 나는 그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모든 형사들은 의리 있고 멋진 사람일 것이라 생각하며 자랐는데 TV 속 경찰과 현실의 경찰은 너무 다름을 일찍 알아버린 자이가 안쓰러웠다.
자이가 보는 경찰들은 금목걸이라든지 무언가를 대가로 받아야만 수사를 하는 척만 하고 결코 이들의 삶에 진심으로 관심을 갖지 않는 부류였으니 말이다.
조금씩 조금씩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은 믿고 싶지 않을 만큼 잔혹했고 사라진 아이들은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절망하지 않고 힘든 현실 속에 살아가는 그 어린아이들의 시선이 오히려 나를 슬프게 했고 안타깝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