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요 네스뵈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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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네스뵈라는 작가의 이름만 들어보았는데 나만 몰랐던 엄청 유명한 작가였다.

해리 홀레 시리즈로 유명한 요 네스뵈의 작품을 킹덤으로 처음 접하게 되었다.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그 두께에 한 번 놀랐고, 책을 읽으면서 그의 필력과 흡입력에 또 한 번 놀라게 되었다.

킹덤은 형제의 이야기를 형인 로위의 시선으로 풀어나가고 있었다.

그 형제가 속한 가족의 이야기면서 마을의 이야기고 또 그들과 엮인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로위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글을 읽다 보면 로위는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물론 그의 행동들이 모두 정당화되진 않는다. 남들이 봤을 때 그 누구보다 도덕적인 사람인듯한 로위가 뒤로는 몰래 호박씨를 다 까고 있었다.

게다가 누구보다 동생인 칼을 아끼지만 로위는 칼의 모든 것을 탐내고 질투하는 사람이었다.

유학을 떠났던 동생 칼이 아내 섀넌과 함께 15년 만에 돌아온다. 칼이 등장하면서 모든 이야기들이 다시 시작된다.

뭔가 사기꾼의 냄새를 풍기며 산에 호텔을 지어 마을 모두를 부자로 만들겠다는 칼이 미심쩍지만 그래도 로위는 사랑하는 동생의 일에 동조한다. 많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그 사건들의 이면에는 항상 로위와 칼이 있었다.

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지 슈렉의 고양이처럼 불쌍한 눈망울로 형을 쳐다볼 뿐이었고, 칼이 원하기만 하면 로위가 다 이뤄주는 느낌이었다. 물론 이건 초반만 읽었을 때의 느낌이다.

답답했다. 로위에게 칼은 지켜줘야 할 존재고 사랑을 듬뿍 쏟아야 할 존재이기만 했던 것인지, 왜 그렇게 칼을 위해 힘든 일, 더러운 일, 무서운 일을 마다하지 않는 것일까 계속 생각해야 했다.

700페이지가 넘는 미스터리 소설을 이렇게 집중해서 단기간에 읽었던 책이 또 있었을까. 그런 적은 정말 손에 꼽는 듯하다.

이래서 요 네스뵈, 요 네스뵈 하는구나 싶었다.

어떻게 보면 조금 어설픈 점들도 보인다.

오랜 기간 의심하고 사건을 파헤치려는 경찰은 세심하게 그리고 과학적으로 형제를 조사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뭔가 허술한데 의심만 하고 더 파헤치려고 하지 않는다는 느낌?

경찰, 로위, 칼도 그리고 빌룸센도 모두 부끄러움과 수치심이 그들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갖지 못한 것과 남이 가지고 있는 것, 겉으로는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지만 내면에는 서로의 것을 탐내고 뺏으려 한다. 감추고 있는 그 내면이 우리들의 현실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제목이 왜 킹덤일까 궁금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보이는 것들이 있다.

로위와 칼의 왕국, 그리고 칼이 또 새로 만들고자 했던 호텔이라는 왕국, 그리고 섀넌이 아기로 생각했던 건축물의 의미가 모두 왕국이었다.

모래 위에 지은 모래성과 같은 왕국들은 바탕이 튼튼하지 못하니 금방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 그 왕국에 자신을 고립시키고 살아가는 로위는 책이 끝나는 마지막까지 그 왕국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어릴 적에 아빠는 우리 남매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남들 다 필요 없다' '가족이 최고야'라고.

물론 그게 어떤 의미인지는 그 어린 나이에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요 네스뵈의 킹덤을 읽으면서 가족이라는 정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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