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베리 역사 최초로 '대상'을 수상한 그래픽 노블이라니 얼마나 대단한 책인 걸까 싶어 읽었던 기억이 떠오르는군요.
10대 아이들의 학교와 가정을 중심으로 이야기했던 뉴 키드 1권은 주인공 조던의 학교생활 적응기라고 한다면, 올해 나온 2권은 새 학년이 된 조던과 친구들의 이야기랍니다. 절친 드류의 고민이 조던의 관찰일기를 통해서 그려지고 독자들은 그 시선을 따라갈 수 있어요. 10대 아이들의 모습에서 제 어릴 적을 보기도 하고 회상하기도 했어요.
이 책이 이야기하는 것들은 무척 무거운 주제지만 저는 너무 유쾌하게 읽었습니다.
인종적인 편견, 빈부격차로 인한 고민들, 소외되는 아이들, 그리고 엘리트주의까지 많은 사회적 문제들을 이야기하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울하지만은 않아요.
저는 어른의 눈으로 바라보고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걱정이 앞섰지만 조던과 드류, 그리고 리암 같은 아이들은 그들 나름의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고민하고 해결해나가니까요.
조던이 자기는 왜 좋은 냄새가 나는지, 왜 다른 친구들처럼 시큼털털한 냄새가 안 나는지 고민하는 장면으로 책은 시작합니다.
아들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이해도 가고 우리 아들도 어느샌가 사춘기가 되어 저런 고민들을 하게 되겠지 싶어서 너무 귀엽더라고요.
리버데일 종합학교에 다니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누리는 당연한 것들을 갖지 못해 고민하는 드류, 그리고 자매결연을 한 카르디 드 학교의 학생들이 투어를 오는 이야기들이 무척 안타까웠어요.
투어를 왔지만 자신들은 이 학교에 올 수 없다고 체념하는 아이들의 모습이나, 실수하고 수습하려는 선생님의 모습, 책을 보고 싶지만 책 살 돈이 없는 카르디 드 학교의 현실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모습들이 씁쓸했거든요.
어른들은 인식 변화를 위해 교육하고, 행동을 달리하려고 노력하지만 피부색이 다른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다는 걸 알고 있는 어른이라 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그리고 조던과 드류가 조던의 아빠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다 경찰에게 검문을 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인종 문제의 극단적인 단면을 보여주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백인 경찰은 시시껄렁한 농담을 던지며 흑인인 당신들이 예민한 거라 말하는 듯했어요.
아이들에게 손을 들고 있으라 말하는 조던의 아빠는 얼마나 참담한 심정이었을까요?
이렇듯 다양한 문제들을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와 10대 아이들의 시선을 빌어 작가는 담담하게 이야기해나간답니다.
뭐라 화를 내고, 소리치며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묵묵히 받아들이고 별 느낌 없다는 듯이 이야기하고 생활하는 모습이라 더욱 제 감정을 울렁거리게 만들었나 봐요. 안타까움, 씁쓸함 이런 감정들도 제가 차별을 받는 직접적인 대상이 아니라 느끼는 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