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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 추는 남자 (벚꽃에디션) -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허태연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9월
평점 :
품절
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플라멩코 추는 남자]를 읽어보았다.
제목만 보고 젊은 남자가 주인공이려나 싶었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바로 은퇴한 남자 우리들의 아버지였다.
칠십이 안 된 나이의 허남훈 씨는 평생을 포클레인 기사로 일하다가 이제 은퇴를 하려고 한다. 막상 은퇴를 하려니 포클레인을 처분해야 되고, 내 몸과 같았던 포클레인을 처분하려니 또 한편으로는 아쉬운 감정이 앞선다. 이제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해서 집에서 무시당할까 걱정되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지도 못했다. 결국 그는 포클레인을 젊은 청년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를 해주기로 한다.
시간이 많아진 남훈 씨는 젊은 시절을 돌아보게 되고, 자신의 청년 시절에 썼던 '청년일지'라는 제목의 일기장을 발견하게 된다.
하고 싶었던 일, 해야 할 일, 내가 꼭 해내야 할 일 등을 적었던 젊은 시절의 허남훈이 그 일지 안에 그대로 녹아 있었고 그가 주목한 것은 자신이 죽기 전에 해봐야 해야 할 일이라고 적어놓은 7가지였고 그는 하나씩 실행해 나가기로 한다.
화가 많은 허남훈 씨가 남보다 먼저 화내지 않기, 청결하고 근사한 노인 되기, 외국어 배우고 해외여행하기, 건강하게 체력 기르기, 죽은 다음에 어디 묻힐지 미리 결정해 두기, 자서전 쓰기, 마지막은 도현을 만나 사과하기 이렇게 총 7가지의 과제가 그에게 주어졌다.
툭하면 큰 소리를 치고 화를 내던 남훈 씨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려 부인에게도 화를 내지 않고 참으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나이 많은 남자에게서 나는 노인 특유의 냄새가 싫어 남훈 씨는 속옷도 모두 새로 사고 멋진 정장도 마련한다.
안 하던 일을 하는 남훈 씨를 보면 평생 같이 살던 부인은 '이 남자가 바람이 났나'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흔하지 않은 외국어를 배우려 여러 언어를 알아보다가 결국 정착지는 스페인어였는데 스페인어가 그렇게 많은 인구가 사용하는 언어였다는 것을 남훈 씨는 처음 알게 된다.
스페인어를 배우면서 스페인을 여행하려면 건강한 체력은 필수였고 그래서 택한 방법이 플라멩코를 배우는 것이었다.
플라멩코라고 하면 굉장히 격렬한 춤이고 젊은 사람들도 배우기 힘든 춤일 텐데라는 걱정이 먼저 앞선다. 역시 남훈 씨는 플라멩코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프기 시작했고 의사선생님은 무릎에 물이 찼으니 쉬라고 진단한다.
이 책 너무 현실적이다.
소설이지만 감정을 두드리는 것보다 현실적인 고민을 하고 주저하는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놓았다.
어린 시절 헤어졌던 딸을 만나보고 싶긴 하지만 만약에 내게 돈을 달라거나, 어떤 보상이라도 요구하면 어떡해야 하는지에 관한 그런
고민을 하는 남훈 씨의 모습이 오히려 나는 인간적이라 생각했다.
올 초 신경숙 작가의 아버지에게 갔었어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 소설 속 아버지는 수동적인 삶을 살아가는 아버지의 모습이었고, 이 책 [플라멩코 추는 남자]는 굉장히 적극적인 삶을 살아가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결국 남훈 씨는 보연과 함께 스페인 여행을 가게 되고 광장에서 플라멩코를 출 수 있었다.
가슴이 뭉클했고 코끝이 찡했다.
딸인 나에게 아버지는 커다란 나무 같은 존재였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는 내 편', '아버지는 무한한 사랑을 주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빠가 뭘 하고 싶고 원하는지 궁금해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남훈 씨를 보면서 우리 아버지도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 그리고 해내야 할 일들이 있겠다 싶어 생각이 났다.
늘 엄마하고만 통화를 했었는데 오늘은 아빠에게도 전화 한 통 드리고 멋진 정장 한 벌 해드려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읽고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