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을 막는 제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7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윤진 옮김 / 민음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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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넷플릭스에서 연인이라는 영화 한 편을 보았다. 다 본 후 여운이 진하게 남아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소설도 다시 한번 찾아 읽어보았다.

어린 시절에 봤을 때 느끼지 못한 새로운 감정선들과 인물관계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읽으니 더욱 재미있었다.

그리고 뒤라스의 소설에 매력을 느껴 최근에 민음사에서 나온 [태평양을 막는 제방]이라는 책도 읽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에 나온 책이라 뒤라스의 연인보다 늦게 쓰인 책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뒤라스가 30대에 쓴 책이었으니 말이다.

이 책으로 인해서 뒤라스는 그녀의 어머니와 연을 끊게 되었다고 한다.

연인을 읽을 때도 그랬지만 뒤라스의 자전적 소설이라니 내 이야기를 끄집어내 글로 써서 만천하에 공개하는 뒤라스가 무척 용감하단 생각이 들었다.

연인에서의 남자 주인공은 중국인이었고 [태평양을 막는 제방]의 남자 주인공은 조 씨였다.

남자 주인공 조 씨는 뭐랄까 확실한 인종적인 표현은 없었고 단지 나약하고 추하다는 표현으로만 인물의 외모 묘사가 되어 있었다.

이 책은 쉬잔과 조제프 그리고 어머니가 잘못된 땅을 사서 그 땅에 들어오는 태평양 바닷물을 막는 제방을 쌓고 거기에 목매어 살면서 빚을 갚아나가는 그런 이야기였다.

왜 어머니는 그렇게 식민지 땅에 집착을 했을까?

조제와 조제프는 왜 그렇게 떠나고 싶어 했을까?

조 씨는 쉬잔을 많이 좋아했고, 다이아몬드 반지 하나와 축음기만 그녀에게 선물해 줄 수 있었지만 결국 그녀를 가질 수는 없었다.

어떻게 보면 쉬잔은 먹튀였다. 다이아랑 축음기만 받고 아무것도 건네주는 거 없이 말이다.

물론 조 씨가 어떤 대가를 바라고 쉬잔에게 선물을 했을 거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또 아니라고도 할 수 없지 않은가?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조 씨가 너무 안쓰러웠다. 쉬잔은 볼품없는 조 씨가 너무 싫었지만 그의 부를 필요로 해서 그를 이용했으니 말이다.

어찌 되었든 어머니는 조 씨에게 받은 다이아몬드 반지를 팔아서 돈을 마련해 밀린 이자를 갚았고, 반지를 산 여자가 조제프에게 돌려준 반지는 다시 어머니 손으로 들어오게 된다.

팔아서 돈을 손에 쥐었는데 다시 물건이 되돌아오다니 행운일까? 굴레일까? 정말 남는 장사가 아닐 수 없다.

솔직히 읽는 내내 조제프 쉬잔 어머니로 구성된 이 가족을 내가 온전히 이해할 순 없었다.

오직 아들에게만 집착하는 어머니, 딸은 지참금을 많이 받고 결혼시켜 가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로만 보는 어머니가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인간의 욕망과 본능들을 뒤라스는 이 한 가족을 통해서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것 같다.

어머니가 가지고 있었던 건 헛된 희망이었을 테고, 그 희망의 끈을 놓지 못했던 것이 어머니를 병들게 했을지 모르겠다.

헛된 꿈은 곧 고통으로 다가온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손에서 좀 놓을 수 있었을까.

민음사에서 진행한 번역가 윤진 님의 작품 해설을 본 적이 있다.

너무 기억에 남았던 건 번역가님이 이 [태평양을 막는 제방]을 불어로 낭독해 준 부분이었는데, 내용은 뭔지 알아듣지 못했지만 프랑스어가 너무 귀에 착착 감기게 들리는 느낌이라 '나도 불어를 배워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인물들에게서 느껴지는 무기력함과 게으를 정도의 나른함을 나도 함께 느끼며 아름다운 문장들과 인물들의 세세한 감정을 따라가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이 책에 푹 빠져들었다. 다시 한번 읽게 된다면 연인과 함께 펼쳐놓고 비교해가며 읽어도 재미있을 듯하다.

비도덕적인 가족 쉬잔과 조제프 그리고 어머니의 이야기 [태평양을 막는 제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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