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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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복수라는 게 세상에 존재하는 걸까?

복수하는데 법도 어기지 않는다 하고 내가 힘들게 손을 쓰지도 않게 대신해 준다니 이렇게 편리할 수가 없다.

어떤 유쾌함을 내게 선물해 줄지 상상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창의성 하나만으로 광고맨이 되었던 후고는 무엇인가 자신의 일에 회의를 느끼고 새로운 일을 구상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차려진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에 예상치 못한 손님들이 방문하고 그들이 바로 케빈과 옌뉘였다.

복수 비용을 지불한 능력이 없는 이들에게 전혀 관심이 생기지 않았지만 그들의 사연은 후고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케빈의 후원자와 옌뉘의 전 남편에 대한 이야기, 케빈이 어쩌다 케냐에서 할례의식을 피해 도망쳐야 했는지, 옌뉘는 왜 재산이 한 푼도 없는 건지 긴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신들의 복수를 대신해달라 요청하고 빈털터리인 그들에게 짜증이 치밀어 오른 후고에게 케빈은 양아버지 올레 음바티안의 그림인 양산을 쓴 여자를 현금 대신 지불하겠다고 한다. 옌뉘는 그림을 보자마자 이르마 스턴의 작품임을 확신하는데 ...

고민하던 후고는 결국 케빈과 엔뉘를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의 직원으로 채용하게 된다.

할례를 받지 않은 마사이족인 케빈은 50미터가 넘게 창을 던질 수 있었고, 옌뉘는 자료 정리를 잘하고 그림을 보는 눈도 있었다.

옌뉘는 재무이사로, 케빈은 기획실장으로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에서 후고와 함께 일하기 시작하고 그 둘은 만난 지 8일 만에 약혼도 하였다.

드디어 시작된 복수혈전~~까지는 아니고 황당하고 재미있는 케빈과 옌뉘의 복수를 후고가 해주기로 한다.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와 케냐와 스톡홀름을 오가는 스케일의 내용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결해서 이야기하는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명언이 난무하는 책은 아니었지만 모든 에피소드들이 어쩜 이렇게 찰떡같이 맞아떨어지는지 놀라워하기도 하고 피식피식 웃기도 하며 읽었다.

철저한 자본주의자 휴고와 빅토르, 그리고 너무나 매력적인 올레와의 케미가 주는 재미는 정말 이 책의 최고 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

한 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올레의 확고함이 마음에 들었다.

'한 번 말한 것은 말한 것, 한 번 판 것은 판 것이며 그걸 다시 되돌릴 순 없다'라고 생각을 하는 올레를 문명화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내가 봤을 때 무척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어쩐지 그의 매력을 부정할 순 없었다.

옷을 입지 않고 중요 부위만 가린 그가 콜라병을 신의 물건이라며 너무 소중히 여기던 모습이 어린 내게는 무척 강렬했다.

순박한 부시맨의 '내 물건이 아닌 것은 세상 끝에까지 가서라도 돌려줘야 한다'라는 신념과 백인들이 사는 곳을 거쳐가며 겪는 좌충우돌했던 이야기들이 무척 기억에 남아있는데,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의 올레 음바티안이 딱 그랬다. 그는 30여 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나의 부시맨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을 누구라 할 수 있을까? 내게는 케빈도 엔뉘도 후고도 아닌 올레뿐이었다.

그가 겪는 이야기들과 그의 확고한 신념들이 내게는 무척 신선했고 배워야 할 점들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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