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읽기 - 역사가가 찾은 16가지 단서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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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배경의 골드 컬러 표지라니 뭐가 이렇게 반짝반짝하는 거지? 참 고급 지군.'이라는 게 책을 받은 내 첫 느낌이었다.

표지도 너무 예쁜데 추리소설의 대가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을 16가지 단서로 다시 읽어본다니 무척 신선했다.

사실 난 애거서의 작품을 많이 읽진 않았던 것 같다.

워낙 유명한 작품들이야 접해보았지만 방대한 양인 그녀의 작품들을 모두 접하기엔 내 덕력이 부족한 점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저자는 덕질이 남다르다. 좋아하는 작가를 분석하고 책까지 냈으니 이 정도면 성덕 아닐까?

[이 책은 팬데믹이 가져온 예상치 못한 결과물이다.]라며 시작한다.

미스터리의 여왕이라 불리는 세계적인 작가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들 속 너무나 현실적인 캐릭터들을 이번 기회에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두근거린다.

그녀의 작품 속 다양한 배경들과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와 사진자료를 보여주며 그녀가 왜 그런 글을 썼는지에 대한 이유들이 적혀있다.

최근 내가 읽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은 그녀가 매리라는 필명으로 발표했던 [봄에 나는 없었다]라는 책이었다

그 작품 속에서도 등장인물들의 인간관계와 심리묘사가 탁월한 작품이라 생각했다. 추리소설이 아니더라도 역시 그녀가 최고의 작가임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애거서의 글을 보면 감정묘사가 무척 섬세하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는데, 담담하게 말하는 문장들이 오히려 가슴을 후벼파는 듯한 감정을 끌어올린다. 어린 시절 애거서의 추리 소설을 볼 때는 밋밋하다 느낀 것들이 지금 다시 읽어보면 어찌나 절절하던지.

그녀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관점도 마찬가지인듯하다. 늘 쓰는 평범 한 단어 하나가 어느 순간 눈이 맞는 포인트가 되고, 남·여 주인공들이 너무 멋지지 않아서 오히려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필력이 대단하다 느끼게 된다. 그녀의 작품들에서 이튼 학교가 왜 자주 나오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다.

그녀의 글에 자주 등장하는 상류층 사람들 중 제조업을 통해서 부를 이룬 미국인들은 그들의 출신이 불만족스러웠다

결국 그들은 사회적 지위를 갖기 위해 귀족들과 결혼을 추진했는데 이 시절 영국의 귀족 가문으로 시집온 미국 대부호가의 여성들, 그런 신부들을 '달러 프린세스'라고 불렀다고 한다

너무 기가 막혔다. 돈은 있는데 권력은 없고, 권력은 있는데 돈은 없고 서로 상부상조하는 그런 것일까?

달러 프린세스들이 들고 온 지참금 덕분에 영국 귀족들은 그들의 귀족 세대와 지위를 더 연장할 수 있었다 하니 서로 돕고 돕는 그런 사회 박수를 쳐줘야겠다.

몰랐었는데 알게 되니 더 흥미를 가지고 읽게 된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쓴다는데 애거서 크리스티도 마찬가지다.

그녀의 작품들 속에 나오는 시대적 배경인 1, 2차 대전과 같은 전쟁들 모두 그녀의 글감이 되었던 것이다.

전쟁 중 식량 배급이라는 현실이 얼마나 우울한 일이겠는가. 하지만 애거서 크리스티는 그런 상황을 모두 글로 승화시켰다.

애거서의 작품에는 그녀의 사상과 편견 등 모든 그녀의 생각이 녹아 있다라는 생각이 든다.

무작정 책을 보던 시절에는 작가에 대한 관심이 없이 글만, 책의 내용만 봤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책을 보기 전 작가에 대해 알아보고 작가의 삶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나서 책을 읽게 되면 왜 작가가 이렇게 글을 썼는지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 [그리고 그는 없었다] 등등 애거서의 다양하고 유명 작품들을 읽으면서 한 번도 애거서 크리스티를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애거서 크리스티라는 한 사람의 인간을 다시 보게 되고 그리고 작가로서 그의 경험을 무시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작품을 한 번이라도 이렇게 파고들어가며 읽어본 적이 있었던가?

단언컨대 단 한 번도 없었다.

역사를 전공한 저자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한 작품 속 다양한 이야기들은 그동안 내가 한 번도 접근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로 다가왔다.

이 힘든 코로나 시국에 나는 움직이지 않고 집에서 책만 읽으며 몸집을 불려나가고 있는데, 작가는 좋아하던 작가의 추억과 향수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전혀 보지 못했던 색다른 모습들을 찾아내서 우리에게 들려주려 책까지 썼다니 정말 대단하다.

나도 다시 한번 애거서의 작품들을 읽어봐야겠단 생각도 들었고, 나만의 시선과 관점으로 작품과 작가를 알아보고 해석해보는 재미도 이제는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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