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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스러운 세상 속 혼자를 위한 책 - 혼자가 좋은 나를 사랑하는 법 ㅣ INFJ 데비 텅 카툰 에세이
데비 텅 지음, 최세희 옮김 / 윌북 / 2021년 1월
평점 :
데비 텅의 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책을 읽고 두 번째로 읽게 된 책이다.
딱 하나만....이 책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 책은 '나'를 좀 더 바라보는 책이라고나 할까?
책 표지에 딱 쓰여있다. [INFJ 데비 텅 카툰 에세이]라고 말이다.
대략 어떤 성격의 작가인지 알고 있었으나 대놓고 MBTI 성향을 적어놓고 어떤 글들로 자신의 이야기를 적으려는 걸까 싶어 궁금해졌다.
성향이 나랑 정 반대라 공감할 이야기들이 있을지 호기심을 잔뜩 가지고 읽어간 이 책에는 내가 잘 모르던, 그리고 내가 꽁꽁 숨겨놓고 살았던 새로운 나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아~~나도 이럴 때가 있지, 이럴 때 난 어떻게 했더라?라며 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고나 할까?
첫 시작은 나와 다른 사람들(내성적)을 좀 더 이해해 보자는 방향으로 책을 읽어나간 것 같다.
혼자 책을 읽거나, 혼자 차를 마시거나, 혼자 서점이나 도서관에 간다거나 하는 것을 좋아하고, 아무도 없는 곳, 고요 속에서 책을 펼치면 너무 행복하지 않았던가?.
나와는 정반대인 사람의 특징인데 공감 포인트가 조금씩 생겨나가는 게 신기했다.
정반대인 작가와 나의 공통점은 오직 책뿐이라 생각했으니까 말이다
우선 내지르는 게 먼저인 행동파 나는 결정 전에 생각이 많은 사람의 뒤늦은 답장에 열불 내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그런 스타일의 사람은 나름대로 고민이 많다는 걸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진짜 다 사고 싶은데, 장바구니에 책은 몇 백 권이 들어가 있는데 다 가지지 못하는 책 덕후가 고르고 골라서 두 권 중에 선택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순간을 그린 그녀의 모습은 정말 딱 내 모습이었다.
어? 나랑 다르다 생각했는데 뭐지? 왜 조금씩 비슷한 점이 보이기 시작하는 걸까?
게다가 혼자에서 둘이 되는 과정인 결혼식과 그 식을 치러내기까지 다른 점들을 알아보고 맞춰가던 그 시간이 얼마나 힘들었던지 생각하며 피식 웃게 된다. 무거운 부케에 손목은 나갈 것 같았고 허리를 꽉 조이는 드레스에 숨이 막혀서 쓰러지는 줄 알았던 그 시간을 버텨내고, 데비처럼 웨딩드레스를 벗어던지던 그 시간은 정말 프리덤~~ 자체였었는데라며 회상하는 내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이제 시작인 줄도 모르고....
신비로울 정도로 사람을 녹이는 마력의 차 한 잔이면 모든 게 거짓말처럼 괜찮아진다는 작가처럼 나 또 한 커피 한잔 이면 순간 사르르 녹아버릴 때가 종종 있다.
방금 전까지 나를 화나게 했던 그 삐리리~들이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내 마음을 무겁게 누르던 돌덩이가 따뜻한 차 한 잔이면 그 순간만큼은 잊어버리는 거다. 나는 차보단 커피를 마시는데, 향긋하고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마셔야지만 오후의 남은 일정을 소화해낼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일을 하며 겪는 사회화 후유증들을 이겨내는 나만의 방법 몇 가지 중에서 내게 제일 잘 맞는 건 맛있는 음식과 책 그리고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을 갖는 것인데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사람들을 대하는 방법과 대화하는 스타일, 그리고 감정 표현이 어땠었는지도 돌아보았다.
그렇다 나는 지금 이대로 충분히 완벽하다.
그러니 더욱 완벽해지려 애쓰지 말자.
휴직 후 뭔가 일을 하고 있지 않은 내 모습이 낯설었지만 편안해지려 그리고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나만의 공간을 스스로 찾아 파고들어가 안정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분명 외향적인 사람이었는데 살다 보니 어느 순간 내향성도 함께 키워왔던 것이다.
있는 그대로 나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내 방식대로 무엇이든 시도해 보고, 내 인생만큼은 내가 주체가 되어 보는 것!
늘 인생은 타인과 함께 공존하는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물론 틀린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를 돌아볼 시간이 전혀 없었다는 게 새삼 놀라웠다.
이 카툰 에세이 한 권이 내 성격, 사회적인 모습, 고민 해결 방법 등 다양한 나를 돌아보게 했고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