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싱 - 백인 행세하기
넬라 라슨 지음, 서숙 옮김 / 민음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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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sing

1. 유색인종이지만 백인으로 오해받아 백인들이 누리는 특혜(white privilege)를 받는 것.

Am I passing? - a quote from ‘One day at a time’ - 나는 (그 차별을) 건너뛰는 거야? - ‘One day at a time’의 대사 - 출처 - 네이버 오픈사전

 


제목과 표지만 보고 패싱이라니 그냥 지나치는 무언가가 있는 건지, 아니면 표지 속 여자가 시험을 합격했나, 궁금해하며 시작한 책이다. 일차원적인 나는 정말 그런 생각밖에 하지 못했다.

인종차별, 하얀 피부에 대한 갈망, 흑인들의 소외와 눈치, 차별 등은 생각지도 못하고 말이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린은 더위를 피해 들어간 호텔의 루프탑에서 자신의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멋진 백인 여성을 보게 된다.

뭔가 분위기가 묘한 미모의 그녀가 왠지 낯설지 않은 아이린은 자꾸 그쪽을 바라보다 너무 노골적인가 싶어 다른 생각을 하며 시선을 돌리는데 이게 뭐지? 자꾸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게 된 아이린과 그 시선을 거두지 않고 대놓고 바라보는 그녀 클레어.

몇 년 만에 만나는 건지 기억도 잘 안 나는데 클레어는 조금도 거리낌 없이 아이린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녀의 삶 속으로 파고든다.

 

읽으면서 내내 '뭐야 이 여자 완전 제멋대로잖아!!'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아이린의 시선을 따라 읽다 보니 아이린이 바라보는 클레어만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검둥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흑인을 혐오하는 남편과 살면서 자신이 흑인임을 속이며 살아야 하는 클레어의 입장을 생각해 보았다.

흑인들이 받는 사회적인 차별을 피하고자 더 나은 삶을 갈망하는 마음에 자신의 인종을 속이며 하루하루 살아야 했던 클레어가 얼마나 불안에 떨었을지, 그녀가 웃고 있던 게 진짜 웃음이 아니었겠구나 싶었다.

 

아무렇지 않게 아이린에게 넌 왜 백인 행세를 하지 않니?라고 묻던 그녀의 진짜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도대체 얼마나 피부색이 다르길래 이렇게 백인인척할 수 있었을까 오만가지 궁금증이 생겨났다. 그래서 검색 검색 검색~~ 하다 제니퍼 빌즈라는 배우를 찾아보게 되었다.


제니퍼 빌즈는 아버지가 흑인이고 어머니가 백인인 배우다.

플래시댄스로 유명한 배우라고 하는데 나는 이 여배우를 테이큰으로 기억한다.

정말 몰랐다. 흑인이라는걸~그냥 약간 까무잡잡한 백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니...

한 방울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는데 흑인의 피가 한 방울이라도 섞여있다면 피부색이 달라도 흑인이라고 결정해버린다고 한다.

미국 사회에서 흑인에게만 적용되어 왔고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시되어 오고 있다니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런 사회에서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숨기고 싶어 하지 않았을까 싶어 묘하게 클레어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대놓고 숨긴 클레어의 당당함이 미웠다가 사회적 배경을 알게 되니 그냥 안쓰럽고 그렇게라도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바라기 시작했다.

클레어를 경멸했지만 아닌 척 교양인인 척, 지식인인척하는 아이린이 선택적 패싱을 하며 사는 게 더 이기적이란 생각도 들었다.

 

이건 옳고 그르다고 정할 수 없는 문제다.

선택의 문제고 그들을 비난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나은 삶을 지향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고 그 본능을 위해서 선택적 패싱이든, 평생 패싱이든 선택은 자기 몫이 아니겠는가?

게다가 흑인이란 걸 숨기고, 태어날 아기가 흑인일까 걱정하고 살며 들킬 두려움보다 경제적 여유와 사회적 위치를 선택한 그녀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어찌 보면 아이린이 더 영악하게 패싱을 이용했는데 그러지 못한 클레어가 바보였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클레어는 다른 방법으로 자유를 찾게 된다.

물론 안될 이야기다. 인종으로 나누어 차별을 하고 사회적으로 격리시켜버리는 그런 일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일이란 거다.

아직도 인종차별과 관련한 다양한 문제들이 세계 여러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많이 달라지진 않았다는 거겠지만 조금씩 달라지는 관념과 소수를 인정하려는 다양한 운동들이 좋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해 본다. 얇은 책이다. 길지 않은 소설이지만 무척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인물들의 입장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

다음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고 여럿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 그런 책이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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