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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히어로의 단식법
샘 J. 밀러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7월
평점 :

[슈퍼 히어로의 단식법]이라는 제목이 너무 유쾌할 것 같은 책이었다.
게다가 표지 디자인도 내 눈길을 끄는데 한몫했던 것 같다.
평범한 고등학생 남자아이의 이야기였다.
그 평범한 남자아이가 단식요법을 하며 점점 슈퍼 히어로의 능력을 가지게 되는 이 책의 주인공이다.
평범한 고등학생 남자아이인 맷이 단식 병법의 법칙을 적어놓은 글로 시작한다.
법칙들의 독자는 처음엔 맷 자신이었고 그 후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다른 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였고 나중에는 살아가는 법칙들을 가르쳐 줄 이가 없는 세상과 동떨어져 사는 일반적인 소년들을 위해 글을 쓰게 된다.
평범한 줄 알았는데 전혀 평범하지 않다.
자살 성향과 외모 콤플렉스를 가지고 동성애자인 위험군의 소년이다.
복합적이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나 싶을 정도로 마구잡이다.
이런 상황에 자존감은 바닥이라 어쭙잖은 충고는 통하지도 않는다.
본인의 섭식장애를 절대 인정하지 않는 고집 센 소년이다.
좋아하는 남자친구인 타리크를 누나도 좋아한다고 한다. 타리크는 똑똑하고 잘생기고 게다가 착한데 축구팀에서 인기 최고다.
타리크 일행인 오트는 맷을 게이라며 경멸한다.
자신의 외모가 뚱뚱하다며 단식 병법을 실행하는 맷은 하루 섭취 칼로리가 1200, 1000, 800, 200, 0...칼로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마저도 점점 줄어드는데 굶으면 굶을수록 온몸의 감각들이 살아나며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와중에 누나는 집을 나갔고 엄마는 직장을 잃는다.
말라가는 아들을 보는 엄마의 마음은 어떨는지 물어봐도 괜찮다고만 하는 아들 맷의 마음은 어떤 감정들이 속에서 소용돌이칠지 말하지 않으면 자세히 알기가 힘들다.
오해를 풀고 커플이 된 티라크와는 꽁냥꽁냥이다. 편견을 가지고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남자아이들, 동성 간의 연애와 감정선들이 자세하게 쓰여있다 보니 당황하는 독자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불편함 없이 읽었다.
사람들이다. 똑같이 설레고 두근거리는 연애 감정은 같을 테니까 라며 생각하고 읽었다.
끝부분 엄마와, 누나, 맷 세 가족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자녀들을 성인으로 인정하고 동등한 시선으로 대화를 시도하는 엄마가 멋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아픔도 이야기하며 바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노력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를 위로하는 자녀들이 행복해 보였다.
"부모가 되는 것은 무서운 일이야. 한 치 앞을 알 수가 없어.
매일 자신이 어떤 끔찍한 실수를 저질러서 아이의 인생을 영원히 망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안고 살지.
내가 이미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는데 모르고 있는 건 아닐까 의문을 품기도 해.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나 암이나 다른 무언가를 유발시키는 유전자를 물려주는 것 말이야. 부모가 되는 일에 명확한 답은 없어. 아무도 도와줄 수 없어.
왜냐하면 아무도 나와 정확히 같은 환경에서 정확히 같은 아이와 있어 본 적이 없거든.
뭔가를 너무 많이 해도 문제를 일으켜. 뭔가를 너무 조금 해도 문제를 일으키고."
"엄마는 훌륭한 부모야." p.335
이 책 너무 쉽게 다가선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책의 초반까진 맷의 단식요법을 내가 할 수 있는 다이어트 방법 정도로만 생각하며 읽었다.
끝을 향해 달려가면서 맷의 감정과 성장, 엄마의 마음, 가족의 역할, 성취향,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 등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게 된다.
늘 혼자였던 외로움이 타리크와 함께 하며 이 행복이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으로 변하고, 말하지 않으면 가족끼리여도 절대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문제가 발생하면 함께 대화로 풀어내며 소통으로 해결해나가는 맷의 속내가 나보다 어른이었다.
문제가 있으면 피하지 않고 직면하여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과, 엄마가 자녀를 대하는 태도에 대하여 다시 한번 배우게 되는 독서였다.
*해당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