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딸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 지음, 김도연 옮김 / 1984Books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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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한번쯤은 들어봤을 '너 다리밑에서 주워왔어' 라는 말은 어른들의 농담이라고 가볍게 여기기에 아이들의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남기는 문장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어릴 적 주변 어른들이 '넌 엄마 안닮았어 다리밑에서 주워온거 아니야?'라며 장난말을 던지면 무척 발끈하며 매번 반응을 했다. 울거나, 소리지르거나, 씩씩거리면서 그런 반응이 재미있어 더 장난을 쳤을 어른들이 너무 싫었다. ‘내가 아닌 다른 애를 데려왔으면 더 이뻐하고 이런 말도 안했을까?’ 생각하며 혼자 가출을 감행하기도 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아니 에르노의 [다른 딸]은 어릴 적 보고 자란 사진 한 장이 자신이라 생각했던 작가의 이야기다. 그녀는 그게 이상하단 생각을 못 하며 지냈고, 매년 찾아가던 그 무덤이 누구의 무덤인지도 모르고 부모를 따라가선 말 한마디 못건네지고 돌아오기의 반복이었다.

그 사진과 무덤의 주인은 바로 그녀의 기억에 없는 죽은 언니였다.

 

이 일을 이야기로 만드는 건, 60년 전부터 벽장 안에 처박혀 있던 필름을 꺼내어 현상하듯,

흐릿해진 경험을 끄집어내어 이야기에 끝을 내려는 것이기도 합니다. p.14

 

어머니에게 세세하게 전해 들은 언니였던 죽은 그녀 [다른 딸]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적은 책이다. 죽은 언니와 비교 당하며 착하지 않고 말 안듣는 딸이었던 그녀의 기분은 나와 비슷했을거라고 조금은 닮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며 읽어갔다....

 

다른 딸, 무에서 솟아난 또 다른 아이와 늘 함께인 듯 함께가 아닌 어린 시절을 보낸 나의 이야기다. 진실을 알게 된 순간 희생자가 되어버린 ''

 

못에 찔려 상처가 난 ''는 파상풍에 걸려 생사를 넘나들게 되고 엄마는 루르드의 물을 마시게 한다. ''는 의문이 든다. 왜 죽은 언니는 그 물을 마시지 않았을까? 물을 마셨다면 지금 살아있지 않았을까? 그럼 내 자리는 남아있었을까?

 

생사를 헤매다 살아났는데도 죽은 언니를 떠올리며 자신의 존재가치와 의미를 되새겨야 하는 의 의문들이 안타까웠다.

착하고 말잘듣던 언니가 죽어서 내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인지 내가 세상에 나오기 위해 언니가 죽어야만 했던 것인지 정말 뭐가 중요한건지도 몰라 헤메고 있다.

''는 그것에 큰 차이가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모두가 특별한 존재들이므로. 스스로에게나 부모에게나 태어난 이상 모두가 소중하고 특별하고 사랑받는게 당연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나는 믿는다. 내가 아무 이유 없이 세상에 온 것은 아니라는걸.

그리고 내 안에는 세상이 묵과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나는 당신이 죽었기 때문에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죽은 것은 내가 글을 쓰도록 하기 위함이에요. 여기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p.39

 

 

죽은 언니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내가 존재하는 이유를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자신의 삶의 모든 부분을 언니와 연결지어 생각하고, 언니에게서 이유를 찾는 작가의 모습이 슬프다. 때때로 언니에 대한 생각들을 감추고, 억누르고 살아가지만 완벽하게 벗어날 수는 없다. 언니라는 굴레 속에서 돌고 돌고 또 돌듯 살아간다.

 

나의 모습과 내면뿐만이 아니라 바깥에서조차 죽은 언니를 찾았어야 옳았을까 의문을 가지는 모습이나, 제인 에어를 읽으면서도 나의 모습이 아닌 언니의 모습을 먼저 보는 그녀가 안타까웠다.

 

같은 몸에서 태어났고 아버지가 같은 깡마른 어린 소녀일뿐인 언니는 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는 자신이 언니의 대신 이 삶을 살고 있다 끊임없이 말하고 있고, 그 대신이라는 단어의 무게감을 온몸으로 떠받치며 살고 있다. 그렇지만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착했던 언니와 착하지 않은 나, 말 잘 듣던 언니와 말썽꾸러기였던 나는 분명 다른 존재고 이제는 언니라는 과거를 떨쳐버릴 때가 된 것이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이 편지글들의 수신자는 죽은 언니가 아니다. 독자들과 자신이다. 그녀의 마음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다른 방법으로 언니에게 닿기를 그래서 도 언니라는 과거에서 이제는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https://cafe.naver.com/readingtoday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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