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싶다 문득 시리즈 5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이상원 옮김 / 스피리투스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러시아 문학은 어렵다, 이해하기 쉽지 않다, 감정선이 복잡하다... 등등의 나만의 편견을 가지고 있다.

까라마조프를 읽을 때는 그런 편견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다.

그런데 안톤 체호프라... 많이 들어봤는데, 늘 읽어보자 생각은 했는데 한 번도 그의 글을 읽어본 적이 없다.

신간도서인데다 제목이 [자. 고. 싶. 다] 란다.

어머! 이건 꼭 읽어야 해!!^^

어?? 뭐지??? 이런 본능적인 제목이라면 막 읽어봐도 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책을 읽기 전 체호프에 대해 검색을 하며 살짝 공부를 먼저 해본다

이럴 수가.. 체호프는 잘생겼다. 살짝 내 취향이 섞인 미남형이었다. 의사이면서 작가였던 그는 44세 짧은 생을 살다 갔다고 적혀있다.

[자고 싶다]는 체호프의 9개 단편을 묶어놓았다.

체호프는 단편으로 유명한 작가였는데 의문이 생겼다.

러시아 작품은 책 두께로 더 유명할 정도로 장편이 많은데 체호프는 단편이 많았다 하니 궁금할 수밖에...

알고 보니 그 당시 러시아는 글자 수로 원고료를 지급했다고 한다. 그래서 유독 장편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하지만 체호프는 간결하게 재미있는 글들을 주로 썼고 허세보다 인간에 대한 진실성이 느껴지는 단편들이 더 많았다.

이 책의 단편들만 봐도 체호프가 얼마나 감각적이고 센스 있는지, 게다가 유머까지 녹아있는 글을 쓰는 작가였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솔직히 나는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이 모두 맘에 들었다.

러시아 문학이라 하기엔 나한테 쉽게 읽혔지만 몇 페이지 안되는 이 단편들에 실린 인간의 삶과 감정들의 무게감은 어마 무시하다.

'아.. 글이 길지 않아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거였어' ' 러시아 문학이 다 길고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게 아니었어'라고 고정관념을 전화시켜주는 이야기들이었다. 어떻게 보면 안톤 체호프는 나에게 새로운 시야를 열어준 러시아 작가가 아닐까?

그중 두 가지 이야기만 적어보자.

[관리의 죽음]

재채기를 하다 장관에게 침을 튀긴 관리의 이야기가 나온다. 신경 쓰지 말라는데 그럴 수가 있나!

계속 사과하려 만남을 시도하고 진정성이 부족했나 싶어 또 사과하러 가는 관리에 장관은 짜증이 치민다.

그러다 관리가 죽는다. 그리고 이야기는 끝이 난다. 대략 10페이지 정도의 단편이다.

별것 아닌 것에 그렇게 신경을 쓰고 쫓아다니다 허무하게 죽는다. 피식 실소가 나왔다.

도대체 재채기가 뭐길래? 관리가 그렇게 신경 쓰고 미안해하고 찾아가고 사과하고 해야 했던 걸까?

[삶에서 하찮은 일]

32세의 니콜라이는 올가와 동거하는 사이다. 그리고 올가에게는 8살 남자아이 알료샤가 있었다.

서른두 살 성인 남자가 여덟 살의 아이를 꼬드겨 아이들의 아빠인 전 남편과 아이들의 만남을 캐낸다. 물론 아이에게는 절대 비밀을 강조하고 철저히 약속까지 하면서 말이다. 순진한 꼬마 녀석은 홀딱 넘어가 조잘조잘 아빠가 한 말까지 다 전해준다. 그렇지만 결말은' 맹세했잖아요~'라며 펑펑 우는 아이의 모습으로 끝맺는다. 유치한 사기극이다. 아이는 사기를 당한 피해자고 말이다.

어찌 보면 성인인 어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한다.

이 두 편 말고도 말할 상대를 원하는 마부 요나의 이야기인 [우수], 제화공 밑으로 들어가 노예 같은 삶을 살던 바르카의 [자고 싶다], 예술을 사랑하는 올가와 의사인 디모프 부부의 동상이몽이 그려지는 [베짱이] 등등...

책을 보며 웃고 있으니 아들이 이 책 뭐야?라고 묻는다. " 자고 싶다(제목을 읽으며) 엄마 자고 싶어? 그럼 자면 되잖아!" 라고 말하는 아들의 순수함이 귀엽다. 할 일이 태산인 엄마가 자지 못하는 다양한 이유를 아직 아이는 모른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을 터..

사람들 사이의 이해관계와 감정 그리고 필요에 따른 거짓말, 인생의 허무함들이 드러나는 그의 글들을 이제라도 알게 되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해당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1-07-24 14:2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