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책이 흔치 않다. 책이 내 손에 잡힌 그날 다 읽어버리는 그런 책 말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병렬 독서를 하고 한 권을 다 읽어내는 집중력이 떨어지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 그럴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 흡입력이 좋다
사람을 쫘악 끌어당겨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뮌헨에서 실종된 23세 여대생 레나 백에 관한 기사로 글은 시작된다.
그녀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그리고 교통사고로 나타난 '한나'라는 아이와 아이의 엄마 또 다른 '레나'와의 연관성은 무엇일까?
열 페이지 남짓 넘겼을 뿐인데 속도감이 슈퍼카 저리 가라다.
병원에 혼자 남은 한나는 그녀를 돌보던 루트 간호사에게 엄마가 가끔 멍청한 실수를 한다고 이야기한다.
뭐지? 이 아이 뭔가 쎄~하다
순진한 아이인척하지만 은연중에 드러나는 한나의 분위기가 루트 간호사는 꺼림칙하다.
이런저런 대화 후 가족의 오두막집에 대해서 알아내고 경찰과 함께 조사하게 된다.
엄마라고 부르던 레나는 납치당해 몇 개월 동안 아이들의 엄마 노릇을 하던 야스민이었던 것이다.
아이들의 아빠라는 남자는 야스민을 납치해 금발로 염색시키고 이마에 똑같은 흉터를 만들어 너는 레나라고 주입시켰다.
그리고 한나와 요나단도 야스민의 아이들이니 엄마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이다.
이 납치범 남자 가족에 진심이다. 진심으로 아끼고 집착한다. 그래서 무섭다
레나의 실종을 쫓던 아빠 마티아스는 야스민을 만나 레나가 아님을 확인하고 돌아서다 레나의 어린 시절 모습과 판박이인 한나를 만나고 유전자 검사까지 진행한다. 그리고 그 아이가 자신의 손녀임을 알게 된다.
납치범은 자신의 아이 3명을 원했고 요나단의 그림을 통해 막내 아이 '사라'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사라의 죽음과 또 다른 레나 야스민을 통해 셋째 아이를 가지고자 했던 납치범의 치밀한 계획에 나는 소름이 돋았다.
인적이 드문 숲속의 오두막집은 한나에겐 돌아가야 할 집이었고 레나와 야스민에겐 도망치고 싶은 집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납치범에겐 힘든 현실을 벗어나는 도피처이지 않았을까? 그 오두막은 어떤 공간을 의미하는 것이었을까?
글의 사이사이 야스민은 그런 여자가 아니다. 그렇게 호락호락 당할 여자가 아니다.라는 말이 계속 나온다
자기주장이 뚜렷하고 똑똑한 강한 여자라 하더라도 그런 상황에 몰리면 어쩔 수 없이 굴복하게 된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을까?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더라도 지속적인 폭력에 그런척하며 레나의 삶에 수긍하는 야스민의 모습이 그래서인지 더욱 공감이 되었다.
마티아스는 자신이 알고 있던 딸의 모습이 레나의 전부가 아님을 받아들이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부모는 자식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키우고자 하는 경향이 있고 마티아스는 자신이 믿고 싶은 것들만 믿었다. 납치범도 자신이 사랑한 여인의 모습만 기억하고 유지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한나도 엄마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면 엄마라고 믿고 따른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 중에 정상이 있는 걸까?
잘못된 사랑이 집착을 낳고 병든 삶을 살게 했다.
작가 로미 하우스만은 아이들의 엄마이자 아내다. 그래선지 엄마와 남매, 그리고 가족에 관한 이야기와 글들이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삶에 대한 끈을 쉽게 놓지 않고 붙잡고 있는 인간의 모습이 무척 강렬한 이야기였다.
더운 여름 무서울 정도로 빠른 이야기 전개와 몰입감을 보여주는 이 책과 더위를 이겨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