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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살로 읽는 세계사 - 중세 유럽의 의문사부터 김정남 암살 사건까지, 은밀하고 잔혹한 역사의 뒷골목 ㅣ 현대지성 테마 세계사 5
엘리너 허먼 지음, 솝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4월
평점 :

어릴 적 베르사유의 장미라는 만화를 보면서 오스칼과 앙드레에게 포옥~ 빠져 살던 때가 있었다. 너무 멋져~ 너무 근사해~ 너무 화려해~ 레이스 치마와 화려한 보석, 그리고 머리장식들에서 눈을 못 뗐고 궁전은 정말 천상의 집으로 보이던 시절이었다. 그때 내 나이 13살 즈음이었을까?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던 시절이라 화려함만 눈으로 좇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알아버렸다.
[독살로 읽는 세계사]를 통해 그곳이 무척 무서운 세계였다는 것을, 어린 시절엔 남장여장이나 호위라는 것에 로망만 품었었는데 이제는 독살의 두려움을 겪었을 그 시절에 대해 너무 많이 알게 되어버렸다.
독살하면 궁중암투, 각혈, 권력싸움, 희생양, 첩 등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데 어찌 내 망상 속 천국같은 궁전의 삶과 연결할 수 있겠는가!
독살 스토리로 시작하는 들어가는 말부터~ 17세기 독약으로 활약한 줄리아 토파나의 이야기 권력자들의 독이 든 음식에 대한 두려움으로 대신 먹어주는 사람을 두게 된 것까지 독살에 관한 내용들이 모두 나온다.
- 왕이 사용하는 모든 식기에 여러 사람이 입을 대다 보니 왕은 독이 아니라 세균 때문에 병들 지경이었다. -
왕이니까 좋은 것들, 새것들만 썼을 거라 생각했는데 남이 먼저 먹어본 음식, 포도주, 옷도 신하가 먼저 입어보고 독이 없는지 확인 후 입을 수 있었다니 이건 뭐 불안해서 살 수 있었을까? 왕족들의 수명이 그리 길지 않았던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체액은 성욕과 생식 능력을 조절한다 믿은 그 시대에 체액을 과도하게 빼내거나 사혈 등은 흔한 처치였고 잠잘 때 쓰는 모자에 구멍을 뚫어서 음탕한 증기를 빼낸다거나 이가 머리에 있으면 나쁜 체액을 이가 먹으니 좋다는 의사들의 진단은 정말 상식 밖이다.
- 당시 의학은 신학의 경계에 있는 철학과 같았다. p.71 -
수은과 납의 후유증과 식인 그리고 흡혈까지 의사들은 성의 없이 의료 행위를 했고 사람의 생명을 살려야 하는 의사가 이 시대에는 오히려 사람을 잡고 있었다. 왕실 의사들의 죽은 새를 이용한 처치와 수은 변비약과 같은 중금속들을 이용한 치료는 16세기식의 화학요법이었다니 정말 모르는 게 독이 된 상황이 아닌가! 정말 더러워서 봐줄 수 없는 지경인데 이 시대에 안 태어난 것을 다행으로 여기게 될 정도다
2장에서는 왕가 관련 사람들의 독살 원인들을 그 시절과 현대의 분석을 비교하여 자세히 이야기해 준다. 열병과 구토, 설사와 같은 증상들은 독살이라 의심이 들었던 귀족과 왕족들 그리고 유명인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난 증상이었다. 잔인하고 무지하다. 그리고 젊음과 미모와 건강과 권력에 대하여 맹목적이다. 장기간 중독이 쌓이거나 약해진 면역력에 쉽게 독과 세균에 쓰러지기도 했으니 역시 건강은 면역력이 정답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왕가가 모두 비슷하다. 왕가뿐만 아니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가진 것만큼 불안을 함께 가지고 살았을 것이다. 저런 곳에서 나는 살아남지 못했으리라. 불안에 떨며 권력을 쥐고 있을 강단이 나에겐 없다
독살을 시도했지만 그 대상이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 독이 약간의 숟가락만 얹은 경우도 많다. 누가 독살을 시도한 것인지 어떻게 그 독들을 건넨 것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현대에 다시 부검을 하고 진단을 해도 수은이나 비소량이 정상인들보다 많으니 그랬을 것이다~라고 추측에 과학적 사실을 살짝 더하는 것이지 않을까?
원하지 않은 배우자와의 결혼, 애인과의 불륜, 이혼, 이성 동성 안 가리는 문란한 성관계, 배우자의 애인도 꼬셔서 잠자리를 갖는 등 정말 상상 그 이상으로 난잡하고 추잡하고 뭐라 더 설명을 해야 할까? 독이든 파이와 잼, 비소가 섞인 소금과 소스, 관장약 대신 황산으로 관장을 하는 등 극악무도하다.
그런데 나는 책을 읽으며 독살을 시도하는 다양한 사람들도 무서웠지만 그 시대의 무지한 의사들의 처방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 체액을 빼낸다며 가른 혈관 사이에 완두 콩을 넣어 벌어진 상처 그대로 두기도 했다고 하니 상상하기도 싫어졌다.
의사라기보다 거의 마녀 수준이라고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 또한 그는 '박쥐 향유'라는 이름의 약도 자주 사용했다. "큰 뱀 세 마리를 조각낸 것과 살진 젖먹이 강아지 두 마리, 백포도주로 세척한 지렁이 500그램, 기름, 스페인 백포도주, 세이지, 마저럼, 월계수 잎"을 끓여서 돼지기름 1킬로그램과 섞고 강아지와 뱀의 살이 분해되기 시작할 때 기름을 제거한 뒤, "수사슴의 골수, 황소 다리, 미국풍 나무, 버터, 육두구"를 넣고 섞어서 만든 것이다. 마예른은 나쁜 체액을 몸에서 배출하기 위해 관장도 자주 했다. p.242 -
마지막으로 갈수록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 책의 끝에 가면 부록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어있다. 마음에 쏙 드는 독 고르기라든지 독의 전당이라든지 말이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이슈가 되었던 김정남의 독살 사건도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그의 암살에 쓰였던 독에 대해서도 함께 말이다
나는 역사를 좋아한다. 그 시절 살았던 인물들과 그들의 이야기들을 읽는 걸 좋아한다.
이 책은 그런 좋아하는 세계사를 독살이라는 주제에 맞춰 정말 재미있게 이야기해준다. 소문난 입담을 가진 이야기꾼이 이야기하듯 재미있다. 어느새 스르륵 빠져들게 되는 그런 책이다.
내가 다 전하지 못한 더 많은 이야기들이 책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꼭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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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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