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한 번도 받기 힘든 상을 두 번이나 받은 작가 에린 엔트라다 켈리의 책을 읽어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대상 수상작인 [안녕, 우주]를 읽어보진 못했지만 이 책 먼저 읽어보기로 했다.

우리는 우주를 꿈꾼다. ... 우주비행사를 꿈꾸는 청소년 이야기일까?라고 생각하는 나는 무척 일차원적이다

 

의외로 성장소설이다. 넬슨 토마스 가족이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다 조금씩 성장해가는 이야기.

이 가족은 왠지 각자 노는 기분이다. 캐시와 피치 버드는 남매지만 모두 다르다. 정말 제각각이라고 할 정도로 다르다.

가족이라기보단 한 집에서 동거하는 타인이라는 느낌?

우리나라의 가족 개념을 가지고 있는 내가 보기엔 거의 남과 같아 보인다.

 

 

하나의 태양계 같았다. 행성들은 각자의 궤도를 돌았다. 아니, 행성이 아니라 유성이나 우주 쓰레기와 더 비슷했다.

우주를 떠다니다가 이따금 서로 충돌해서 부서지는. 궤도로 돌아갈 때라고 버드가 생각했다.

 

지극히 자기 위주인 엄마와 아빠 그리고 세 남매의 이야기는 정말 현실의 사춘기 아이들을 그리고 찐남매의 이야기를 그대로 담아놓았다.

이야기라고 해서 좀 더 희망적이고 사랑스러운 에피소드만 가득한 책들과는 다르다.

아 이게 찐이지.. 이렇게 싸우고 서로 의견도 다르고 무시하며 지내는 게 정말 남매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내가 어릴 적 오빠와의 기억은 분명 그랬다! 남매라는 것은 절대 친하게 지낼 수 없는 그런 것 말이다.

 

첫째 캐시는 유급해서 한 학년을 다시 다니게 된 골을 못 넣는 농구선수였다. 과거에는 그랬고 지금은 그냥 중학교 2학년을 한 번 더 다니는 학생이다. 좋아하는 페니는 찰리랑 사귀고 캐시는 그냥 그런 애 취급을 한다. 쿨한 척하고 싶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살롱가 선생님은 그런 캐시를 신경 써주시는 유일한 분이다

 

둘째 피치는 게임을 좋아하는 소년이다. 피치는 레이철을 좋아하지만 이상하게 어맨다랑 자꾸 엮인다. 너무 싫은데 티도 잘 못 내고 꾸역꾸역 참고 있는데 자꾸 헨리랑 부르는 어맨다가 소름 끼치게 싫어 결국 폭발하고 만다. 누군가에게 분노를 표출하고 싶고 못된 말을 해주고 싶다. 사춘기를 제대로 맞이하고 있는 피치다.

 

셋째 버드는 피치와 쌍둥이다. 닮은 데라고 찾아볼 수 없지만 여하튼 둘은 쌍둥이다. 버드는 똑똑한 게 자신의 분야라고 말한 친구의 말이 무척 신경 쓰인다. 똑똑한 건 예쁜 거라는 그리고 이 세상에 예쁜 건 없다는 주디스 레스닉과의 대화가 무척 재미있다. 똑똑한 버드는 두 오빠들이 걱정이다. 그리고 대니 로건의 가족이 우리 가족이었으면 어떨까 상상한다.

 

이 가족들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무신경한 것에 대해 책을 읽는 내내 속상했다. 가장 가까이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존재인 가족들이 그 울타리가 이렇게 허술할 수가 없다. 집안은 늘 정리되어 있지 않고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식사하지도 않는다. 캐시는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피치는 옷장 속으로 버드는 우주로 도피하고 싶은 생각을 갖게 된다. 아이들에게 환경은 무척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책의 끝부분에서 늘 버드의 걱정이었던 두 오빠가 버드를 위로해 주는 장면을 보고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래도 가족은 가족이었다.

 

[우리는 우주를 꿈꾼다]에서는 19861월 가족들의 이야기를 미국의 챌린저호가 공중폭발하며 승무원이 전원 참사한 사건과 절묘하게 엮어놓았다. 그 사건을 계기로 아이들은 조금씩 변하게 되었다. 그리고 10대의 아이들이 실망하고 화나는 포인트, 이유, 교우관계 그리고 현실도피에 대해서도 세세하고 현실적으로 그려놓은 책이다

어른인 부모들은 그런 10대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버거워한다.

책의 모든 상황들이 아이들이 성장하는 거름이 되었겠지만 안타까운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그 똑똑한 버드를, 운동이 좋은 캐시를, 강해 보이지만 여린 피치를 부모가 조금만 더 신경 써주었다면 환경이 달라졌다면 좀 더 상처받지 않고 좀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부모인 내가 나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었고, 청소년 소설이라지만 어른인 나에게도 큰 울림을 주는 즐거운 독서였다.

 

*해당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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