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유치원을 다닐 때의 일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는데 아들 왈
"엄마 난 나중에 OO랑 결혼할 거야! 엄마가 결혼은 좋아하는 사람이랑 하는 거라고 했잖아.
난 OO를 우리 반에서 제일 좋아하거든. 그러니까 OO랑 결혼할 거야!"
라고 말하는데 순간 머리를 댕~~맞은 기분이었다
OO는 남자아이였으므로.. 그냥 순진한 아이의 말 정도로 웃고 넘어갈 수도 있었을 텐데 까진 엄마는 그렇게 순진하지 못했다.
괜히 한 번 꼬아서 듣고 판단한 것이다.
왜 안되는지 OO랑 결혼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꽤 오래 설명을 했던 것 같다.
나중에 다시 물어보니 아들 하는 말이 자기 반에 예쁜 여자 친구가 있었는데 이사를 가서 없다고 한다.
예쁜 여자애가 없어서 자기 반에서 결혼할 여자친구를 찾지는 못하겠다고...
정말 별것 아니었는데 편견으로 가득 찬 어른이었던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이 책은 나처럼 아이의 다른 점에 대해 놀라는 부모인 아빠가 나오지만 그 아빠의 반응은 나와는 정반대였다.
성별과 그에 따른 다름을 그림자의 색깔로 표현한 것도 너무 색다르다.
혼자서는 핑크색 그림자가 너무 자랑스럽고 행복한데, 남들 눈과 시선에는 움츠러들고 피하려 하는 핑크색 그림자의 소년이 안타깝다.
소년의 아버지도 일반적인 부모처럼 그림자가 변할 거라고, 너도 남자니까 곧 파란색으로 변하고 커가는 과정일 뿐이라 설명하고 설득한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핑크색 그림자가 정체를 드러낼까 봐 조마조마 해하는 아이의 모습에 내가 다 두근거리고 불안했다.
그리고 클라이맥스 장면!!!!
슬픔에 빠진 아이의 방에 들어온 치마 입은 아빠의 장면에선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아빠는 핑크색드레스를 입어도 듬직하고 남자답다!
그까짓 옷 따위는 성향이나 성격을 결정짓거나,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아빠가 온몸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리고 아빠는 아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기로 한다.
숨긴 채 살아가는 그림자들도 있지만 그들도 너 자체이자 너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이야기해주는 아빠는 분명 너무 멋진 부모다.
스스로가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감을 가지면 타인도 나를 더 사랑해 줄 거라는 아빠의 말은 나에게도, 아들에게도 모두 해당하는 이야기인 것이다.
지금은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우리 아들은 너튜브에서 운동 영상을 찾아 틀어놓고 근육을 키운다며 운동을 따라 한다.
그래야 여자친구가 생긴다면서...-.-
아이들은 매일 변화한다. 부모의 바람이나 뜻대로 자라주는 아이도 많지는 않을 터..
부모로서 그런 바램을 아들에게 갖지 않고 욕심부리지 않으려고 많이 공부하고 책을 읽으려고 한다.
내 마음이 내 생각을 따라주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나름의 노력이라고나 할까?
이 책은 실화고 작가도 실존인물인 아빠 작가님이라고 한다.
이렇게 멋진 아빠를 가진 아들은 너무 행복하지 않을까?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자신감 있고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그런 부모이고 싶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해보았다
*해당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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