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소녀는 하루 종일 시구문을 지키고 서서 시체를 내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돈을 벌 궁리를 한다. 아니 사기를 친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사연 있어 보이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신발도 벗어주는 마음 약한 아이다. 백주에게 달려가 배를 채울 생각을 하는 이 소녀는 사람들에게 무당 딸년이라 불리는 기련이다.
매번 나무를 해주고도 값을 못 받는 바보 백주와 그의 동생 백희는 기련이 마음을 붙일 수 있는 또 다른 가족이다.
물에 빠진 기련을 구해주고 잃어버린 돈주머니까지 찾아준 향이와 소애 아씨와의 만남!
귀한 집 아씨 같은데 이름을 물어봐 주고 친구처럼 구는 그 아씨가 괜히 신경 쓰인다.
그리고 창수 주막에 간 기련은 이상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역모, 참수, 삼대를 멸함, 명분, 실리, 폐위, 선대왕, 입조심... 이것이 다 무슨 소리인 것일까? 기련은 발걸음이 빠르게 시구문으로 향한다. 이게 무슨 일이지? 소애 아씨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주막에서 들었던 일들과 연관이 있는 것인가?
소애 아씨를 어떻게든 돕고 싶은 기련은 귀여운 협박을 해서 백주의 도움을 받아 시구문으로 다시 향하고.. 과연 기련은 주 대감의 터럭을 손에 쥐었을까?
백주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왠지 짐을 던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나쁜 놈이 된 것 같다는 백주가 너무 안쓰럽다. 이 어린 것이 얼마나 고단한 삶을 살았을지 그 말 한마디에 다 알 것 같았다. 시구문에서 내 최애 캐릭터는 두말할 것 없이 백주다. 여리고 안쓰럽고 마음 아픈 그래서 자꾸 애정이 가는 백주가 행복하면 좋겠다.
김대감집에서 다시 만난 소애와 기련은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고 백희로 인해 일어난 사건들은 그녀들을 쫓기는 신세가 되게 한다.
기련이 떠날 때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는 듯한 기련 어머니의 반응이 무척 슬펐다.
자식을 위해 끝까지 사실을 감추고, 혼자서 미움받는 것을 자처하던 기련의 어머니가 안타까웠다. 어머니로서의 동구 아주머니와 기련의 어머니, 그리고 백희 보호자로서 백주의 마음은 어떤 공통된 것들이 있지 않았을까?
자식을 위해서 동생을 위해서 자신을 내놓는 그들은 그것을 희생이라 생각지 않는 듯하다.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다.
백주에게서는 두려움, 망설임, 미움, 희생정신, 소심함, 당차고, 따뜻함, 바보스러움.... 등 많은 감정을 보았고 제일 사람 냄새가 나는 캐릭터였다. 그래서 백주의 마지막이 너무 마음 아팠다.
책을 읽는 내내 풀피리 소리가 들린다는 기련도 엄마처럼 내림을 받아 무당이 되는 것은 아닐지, 그렇게 엄마가 막으려 했던 그 상황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지 불안불안했다.
10대의 내가 이 책을 읽었다면 끝까지 사실을 이야기 안 해주는 엄마를 이해 못 했겠지만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읽고 있는 지금 기련의 상황이나 마음보다 책 속에 나오는 모든 어머니들의 마음에 먼저 공감이 되고 감정이 이입되었다.
불행의 상징일 줄 알았던 시구문이 소애와 기련 그리고 백희의 새로운 삶의 출발점이 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앞으로 그녀들의 삶이 행복하기만을 바라본다.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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