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의 도서관] 이 책은 오딜의 파리 미국 도서관의 면접이 이루어지며 시작한다.
면접 시 정해진 답이 아닌 자기 의견을 말하는 것이나, 면접 성공을 위해 관장에게 편지를 쓰는 모습 등 적극적인 그녀의 모습이 무척 내 스타일이다. 책에서는 1939년의 오딜과 1983년 릴리의 이야기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것처럼 주거니 받거니 흘러간다. 수십 년 연령차도 뛰어넘는 그녀들의 우정이 시작되는 부분이다. 폴과의 만남, 파리 미국 도서관에서의 시작등 이야기가 즐겁게 흘러간다.
출근 첫날의 긴장감이, 오딜의 그 설레는 감정이 책 속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오딜의 도서관 직장 생활은 시대만 다르지 나의 근무 패턴과 비슷해서 더욱 공감하며 읽었다.
마거릿은 도서관에서 봉사하며 자신의 존재 이유를 확인받고 그녀의 남편인 로렌스는 뒤통수를 한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얄미운 캐릭터였다.
진짜 뭐 그런 인간이!!!
가끔은 사람보다 책이 좋다는 오딜의 말이 무엇인지 알 것도 같았다.
전쟁에 대한 불안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오딜의 동생인 레미는 입대를 한다.
결국 전쟁은 시작되고 젊은 남자들은 징집되었으며 도서관에서는 병사들과 병원에 보낼 위문 도서들을 준비하고 정리한다. 뭔가를 읽는 건 사람의 본능이고 그 본능은 전쟁과는 상관없다고 말하는 리더 관장이 너무 멋있었다.
절대 마지노선을 뚫지 못할 거라 예상했던 독일군은 파리를 점령하고 리더 관장은 주변국의 도서관 사정을 들은 후 파리의 미국 도서관도 비슷한 처지가 될 것이란 걸 예감하게 된다
또 다른 시대의 릴리는 엄마의 장례를 치르고 엄마가 자신의 곁에 있지 않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오딜이 곁에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릴리다. 릴리의 아빠는 여전히 돈을 버는 것에만 집중하고 릴리의 마음을 헤아려주지는 않고, 아직 엄마의 품이 더 필요한 릴리에게 아빠는 드라마 보지 말라는 잔소리나 하고 진짜 한숨이 나왔다.
아빠가 처음으로 선물을 골라주던 릴리의 생일날 그 여자가 집에 와서 엄마의 흔적을 지워버렸다. 엄마가 가장 좋아했던 푸른색 꽃무늬 찻잔이 산산조각 나면서 엄마와의 추억도 쓸어내가버린 것이다. 그리고 엄마가 죽은 지 딱 1년 만에 아빠는 엘리너와 결혼을 한다.
이 책의 제목이 파리의 도서관이듯 도서관에 대한 내용이 디테일하게 곳곳에 스며들어 있어 읽는 내내 즐거웠다. 오딜이 도서관의 십진분류법에 따라 가족의 독서 취향을 나타내는 글도 흥미로웠다.
나는 KDC 한국 십진분류법에 익숙한 사람이라 조금 다른 느낌이었지만 말이다
KDC에 따르면 나는 800번대, 우리 아들은 400번대, 우리 남편은 500번대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각각의 취향이 모두 다른 사람들이 모여 가족을 이루고 산다는 것을 십진분류법을 통해 다시 한번 알 수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오딜과 함께 근무하는 보리스의 독서치료법에 흥미가 갔다. 모험을 즐기고 싶거나, 계절에 맞춰 도서 추천이라던가, 실연당한 사람, 사랑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하는 그의 도서 목록을 나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과 상실에 대한 이야기로 [작은 아씨들]을 추천하는 것을 보고 나는 작은 아씨들을 보면서 내가 보고 싶은 장면만 읽지는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오딜이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는 조라 닐 허스턴의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라는 책이 궁금해졌다.
오딜에게 프랑스어를 배우는 릴리가 아빠는'튀', 엘리너는 '부'로 부르고 싶다고 표현한 부분에서는 타국의 언어를 이런 방법으로도 쓸 수 있구나 생각했다. 아무도 모르겠지? 험담을 할 때도 나만 아는 언어로 한다면...이라는 속마음도 스멀스멀 ..
또 하나 식이 진행되는 성당에서 고개를 들 수 없었던 릴리와 그런 딸의 모습을 보고 나도 슬펐다고 말하는 아빠는 좀 얄미웠다
슬프다면서 왜 결혼을 하는 건데? 엄마가 죽은 건 슬프지만 새로운 부인은 필요하다 뭐 이런 건가? 아직은 나도 완전히 성숙한 어른은 아닌 것일까? 어른들보다 릴리에게 더욱 공감하며 읽었던 것 같다.
릴리가 오딜의 책장을 보며 여기 책들은 주인을 잘 만났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순간 내 책장을 쓰윽 훑어보았다
이 책들도 주인을 잘 만났을까? 그냥 묵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많이 익숙한 도서관이라는 배경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 인간관계, 나이차를 뛰어넘은 우정에 관한 이야기들이 전쟁이라는 소재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는 책이다.
1권만 읽었을 뿐인데 너무 즐거웠고, 다음 권을 당연하게 기대하게 되는 책이다.
그럼 이제 2권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봐야겠다.
<안나 카레니나>의 안나와 브론스키, <제인 에어>의 제인과 로체스터에서 열정에 대해 읽고 그것이 주는 떨림을 느꼈었다. 아니 느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들의 어느 구절에서도 열정에서 비롯된 실제 입맞춤이 주는 짜릿함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았었다. p.107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얼굴에 풀을 먹이고 다림질을 해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얼굴로 만들었다......'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의 한 구절.... p.145
두 개는 위장을 달래주지만 그 이상은 영혼을 위한 것이지. 영혼이나 마음을 달래고자 한다면 쿠키 말고 다른 방법을 찾는 게 좋아... 쿠키 말고 문학작품으로.. p.173
물론 아빠는 자기 인생을 찾아서 떠날 자격이 있었다. 하지만 나 역시 엄마와 남을 권리가 있었다. 나에게는 여전히 엄마의 손길이 남아 있었다. 밀가루 범벅이 된 채 나에게 쿠키 반죽이 묻은 주걱을 넘겨주던 손, 내가 혀로 주걱을 이리저리 핥으려고 애쓸 때 엄마가 웃음을 터트리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했다. p.183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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