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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파티 드레스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창실 옮김 / 1984Books / 202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작은 파티 드레스] 이 책을 통해서 저자 크리스티앙 보뱅을 처음 알게 되었다
사전 지식 없이 책으로 먼저 접하며 나는 작가가 여자인 줄 알았다
내 일상을, 내 이야기가, 책 중간중간 쓰여 있는 듯, 내 마음을 어떻게 이렇게 잘 알지 싶어 당연히 여자인 줄 착각했던 것이다.
'독서는 그 대상인 책과 동시에 존재한다'
독서와 글쓰기, 다시 독서와 글쓰기... 그 사이사이 육아를 반복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 요즘 내가 하고 있는 나의 독서가 잘 하고 있는 것일까? 제대로 읽고 있는 것일까?
정독, 속독, 음독, 탐독, 묵독...... 독서의 종류도 많은데 나의 독서는 어떤 종류일까?
늘 궁금하고 의아하고 생각하게끔 만들었던 나의 독서를 돌아보게 한다.
잉크로 밤에 글을 쓰는 그녀에 대한 글을 보며 얼마 전 초록 색깔 펜으로만 글을 쓰는 시인의 이야기가 적힌 네루다의 우편배달부가 떠올랐다. 글은 왠지 검은색으로만 써야 될 거라 생각하는 것도 편견이고 고정관념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로마 황제와 팔레스타인 여왕을 부부관계에 도입시켜 생각할 수 있는 작가가 대단하다 생각한다.
부부란.. 분명 설레며 사랑하고 결혼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인데 어느새 김빠진 삶의 장이라니 부정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지만 긍정의 마음도 없지 않아 읽으면서도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 작가님 정말 문자로 뼈를 때리시는 분입니다.
우리 남편은 가끔 내가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을 부러워한다. 그리고 아들은 매주 금요일을 제일 기다리고 좋아한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은 너무 행복하고 쉬는 주말은 너무 평안하지만 남편과 나는 부모로서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행복한 시간, 기분 좋은 그 고독이 서로에게 필요함을 알고 있는데 그런 가뿐함을 자주 갖지는 못하는 게 현실이다. 자녀를 키우고 함께 살아가는 삶은 분명 기쁨이지만 분명 그만큼의 부담감도 없지 않은 것을 인정하고 서로서로 모두 행복한 삶을 위해서 노력해야 되겠단 생각이 들 뿐이었다.
말띠인 우리 아들은 말보다 더 방방 거리며 뒷발길질을 해대고, 말이 히히잉~ 거리는 것보다 더 칭얼거리고 떼를 쓰며, 말이 당근을 먹듯 간식을 끊임없이 탐한다. 시간이 흐르고 지나면 그 녀석이 나를, 부모를 더 이상 찾지 않게 될 테고 그러면 부모인 우리 부부는 쓸쓸함을 느끼게 될 그 순간이 올 테니 지금 이 순간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저 녀석과의 시간을 최대한 행복하게 즐겨야 되겠단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랑하고 인정받는 영광을 애타게 구하는 소리, 사방에 무기력한 망명 생활이,
타인의 시선이라는 진정한 거처에 대한 갈구가 존재한다. 날 봐요, 날 좀 봐요. p.64
그 일요일들의 이야기가 퇴색하는 것은 아니다. 좀처럼 글로 옮길 수 없는, 영원불멸의 이야기이다.
그렇다. 모두가 변할 것이다. 아이도, 말도, 당신 자신도, 그래도 빛은, 그 일요일들의 황홀한 빛은 그대로다.
빛은 그 목소리로부터 온다. 온전한 결핍으로 환히 빛나는 목소리.
날 봐요, 날 좀 봐요. 광기에 들린 작은 말이 이 헐벗은 목소리를 밟고 하얀 마음속을 질주한다. p.66
한 문장 한 문장이 마치 펜싱 칼처럼 당신의 마음을 건드린다.
뾰족한 칼끝이 당신의 시선 속으로 놀랄 만큼 깊숙이 파고든다. 당신을 감동시키는 그건 수수께끼이다.
거기에 있으면서 동시에 다른 곳에 존재한다. p.84
그녀가 글을 쓰는 것은 그 삶을 가지기 위해서이다. 그녀는 일상의 빵을 얻기 위해 글을 쓴다.
절대로 거저 주어지지는 않는 빵이다. 잉크라는 말로 빚은 빛과 침묵의 빵 p.87
우리는 사랑을 하듯 책을 읽는다. 사랑에 빠지듯 책 속으로 들어간다.
희망을 품고, 조바심을 낸다. 단 하나의 몸 안에서 수면을 찾고, 단 하나의 문장 속에서 침묵에 가닿겠다는,
그런 욕구의 부추김을 받으며, 그런 욕구의 물리칠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른다.
조바심을 내며, 희망을 품는다. 그러다 때로 무슨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p.108
읽으면 읽을수록 글을 자꾸 곱씹게 되고 다시 읽게 된다
감정을, 그리고 일상을, 현란한 문장이 아닌 무덤덤하고 단순하게 적어내려간듯하지만 그 깊이가 무척 깊다
다 읽고 나니 알겠다
이렇게 짧은 책을 왜 쪼개서 6번이나 중간 리뷰를 적어가며 읽어야 했는지.. 이 책은 한 문장 한 문장 되새겨보게 되는 책이었다.
틈이 난다면 한 문장씩 필사해가며 다시 읽어보고 싶은 그런 책이다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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