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 스톡홀름신드롬의 이면을 추적하는 세 여성의 이야기
롤라 라퐁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스톡홀름 증후군 : 자신보다 더 큰 힘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가해자에게 심리적으로 공감하거나 연민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현상 [네이버 지식백과 심리학 용어 사전 중 발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은 늘 흥미롭다

어떤 사건인지 제대로 알아야겠기에 독서 전 '퍼트리샤 허스트' 사건을 검색해보았다.

재벌가 자녀인 퍼트리샤 허스트의 납치, 그녀의 SLA 활동, 도주, 체포, 부정, 석방, 영화 출연 등.....

스톡홀름 증후군은 미디어에서 많이 접해본 단어라 생소하지는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범죄자와 사랑에 빠진 이야기가 많았기에 그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이 사건은 아니었다. 그런데 책을 읽기 전부터 퍼트리샤 그녀가 정말 스톡홀름 증후군이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안되겠다. 이제 책을 읽어보자.

 

젊은 진 네베바 선생이 1975년 풀타임으로 근무 가능한 영어가 유창한 여학생을 급히 구하는 이야기로 책은 시작된다

면접을 보는 학생들과 당신이라고 불리는 네베바 선생은 면접을 보는 여학생들에게 퍼트리샤 허스트를 아느냐고 질문한다.

두 명은 알고 한 명은 모른다. 그렇지만 뽑힌 학생은 그 사건을 모르는 학생이다.

그렇게 비올렌과 네베바의 조사가 시작된다.

 

퍼트리샤가 SLA 무장단체에 의해 세뇌되었다는 보고서를 써야 하는 당신(네베바)을 도와 비올렌은 녹음을 듣고 자료들을 참고하며 17일 동안 그녀를 추적해나간다. 결국엔 심리적인 부분을 모든 자료에서 찾아내야 하는 어려운 과정인데 중간중간 당신이 비올렌에게 던지는 질문들이 사회나 정치에 관심을 별로 안 주고 살아가는 나에게 묻는 듯해서 가슴이 뜨끔뜨끔했다.

 

왜 관심을 갖지 않고 목소리를 내지 않느냐, 왜 달리 생각하지 못하냐고 묻는 당신의 질문에 나도 답을 할 수가 없었다.

기사나 녹음테이프를 조사해보니 재벌가의 자녀가 납치된 후 그들의 활동과 이념을 알게 되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SLA에 합류하여 활동을 하는 듯하다.

그런데 퍼트리샤의 심리상태는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느냐고, 돈과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왜 사람들을 돕지 않느냐고, 나를 충분히 구해줄 수 있으면서 남들의 이목과 계산만 하고 있는 거냐고 부모에게 반항하는 어린 소녀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사건이 발생한 70년대, 그 시절 수동적으로 살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에게 퍼트리샤의 소식을 담은 뉴스들은 관심을 갖고 열광할 수밖에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억압받고 지내던 여성들에게 퍼트리샤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혁명적인 여성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수동적인 삶을 사는 것, 부모의 보호 아래 조용히 살아가는 것이 미덕인 줄 알고 지내던 젊은 비올렌 역시 이 사건을 조사하며 조금씩 변해간다.

변해가는 비올렌을 위해 그녀의 어머니가 심리상담사와 만남을 예약하고 그 심리상담사 역시 그녀가 여자가 되기를 거부하고 있으며 정말 심각한 일이라고 진단하는 장면에서는 정말 답답증이 날 것 같았다.

 

책을 다 읽고 다시 생각해 보았다.

 

그녀는 부모와 약혼자 그리고 자신의 생활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표현하고 살지 못하다가 SLA 무장단체에 의한 납치가 기폭제 역할을 한 게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만을 표현하는 여성은 못 배운 사람으로 여겨지는 시대에 그녀는 무장단체에 동조하는 것으로 표현을 한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물론 다시 세뇌되었던 것이라고 입장을 번복하긴 했지만 그건 사회에 섞여 살아가기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하련다.

 

예를 들어 가지다'라는 동사는 자기 딸이 SLA에 가담한 것에 대해 묻는 퍼트리샤 아버지의 문장과 박자가 맞습니다. '그 아이는 20년 동안 우리의 딸이었는데, 그 자들은 그 아이를 60일 만에 차지했단 말입니다. 전 퍼트리샤가 그렇게 순식간에 달라졌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이 문장은 정교하고 설득력 있지요. 그렇지만 같은 단어들로 구성된 퍼트리샤의 반박은 관객들을 충격에 빠뜨리죠. '저는 20년 동안 조종당했지만, SLA 덕분에 60 일 만에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어요." [ 17일 중 p. 296~297]

 

자녀에 대해 가진다는 표현을 한 그녀의 부모는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60일 만에 정상으로 돌아갔다는 퍼트리샤가 다시 세뇌 주장을 하게 된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녀의 행보를 비난할 자격이 내게는 있는가?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실화를 바탕으로 쓴 이 소설이 오히려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이 소설을 보며 페미니스트를 강조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대신에 여자든 남자든 자신의 생각을 올바르게 가지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은 사회가 되길 바라고 아이들을 대하는 어른들이 많아지길 좀 더 바라게 되었다. 나 역시도 사회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함께.

 

구조가 복잡한 책이다. 이야기나 시점도 왔다 갔다 이게 본 이야기인지 이야기 속에 있는 다른 이야기인지 두 번씩 봐야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길지 않은 이 책을 읽으면서 줄거리를 다시 생각하고 대화를 곱씹어 보게 된다.

평소에 읽던 책과는 달라 많이 헤매기도 했지만 그만큼 생각이 많아져 즐거운 독서였다.

꼭 한 번씩 읽어보시길....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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