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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돌보지 않은 ㅣ 케이스릴러
변지안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2월
평점 :

혼자서 모든걸 해내며 살아가는 아홉살 소녀 해나, 그리고 부모의 부재를 대신할 엄마역할로 취업한 여경과 쉼터에서 그녀를 무작정 따라온 제니 이렇게 세여인이 함께 하는 건 어쩌면 우연이 아닌 것 같다
해나는 한국을 벗어나 유학을 떠나려 하는데 그러기엔 성인의 도움이 필요했고 그래서 고용한 여경은 엄마대행을 그럭저럭 잘 해내주고 있었다.
우선은 여경을 엄마처럼 보이게 바꿔야했다. 업무의 첫 시작은 쇼핑, 여경을 초인혜로 바꾼 해나는 본인의 학교 자퇴에 필요한 엄마 역할을 시킨다. 유학을 가야하는 계획에서 첫번째 단계다. 트러블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유진이라는 친구를 사귀게 된다
"숨기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있어서... 좋아.“ 라고 말하는 유진도 안쓰러운 아이다.
해리티지 타워로 온 여경과 해나를 알아보기 시작하는 눈들이 많아지고 그런 여경을 보호감찰하는 창수가 쫒기 시작한다.
혈당수치를 공유하고, 빈 집을 내어주고 서로에게 조금씩 곁을 내어주는 그녀들.
내게 가족이란 따뜻한 이미지인데 이 책속에 인물들에게 가족은 남보다 못한 존재들이다.
쉽게 버리고 필요하면 찾았다가 또 버리고..
김자영, 고은율, 양예은 그리고 진해나가 된 아이는 어떤 마음일까?
4개의 성과 4개의 이름을 가져본 경험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으며 그렇게 매번 새로운 가족을 꾸릴 때마다 아이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마음을 다잡았을지 내가 다 심란했다.
암만 곁은 내줘도 눈치채지 못하는 아이. 챙겨주지 않아도 혼자 잘하는 아이.
함께 있으면 불편해지는 아이. 함께 지낸 6개월동안 선주를 단 한 번 엄마라고 부른 아이.
가만히 놔둬도 스스로 자라 어른이 될 것 같은 아이. 선주가 필요하지 않은 아이.
선주는 그날 이후 이 손님 같은 아이가 얄미워졌다. p.204
은율의 어머니였던 선주의 담담한 표정과 행동들은 정말 기가 막혔다.
아이가 필요해서, 본인의 늙어감이 싫어서, 무료해서, 제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 입양을 하고 아이가 아이같지 않아 미워하고 파양이라니 ..
그리고 죄책감도 별로 없는 듯한 그녀가 사람인가 싶어 무척 미웠다.
그런 사람은 반려견도 키우면 안된다 생각했다.
어른들의 이기심에 해나는 그 흔한 도서대여 회원증도 못만들고, 병원 진료도 혼자서는 못받는데 말이다.
우리나라가 아이들을 위한나라는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창수가 보호관찰중인 촉법소년만 봐도 그렇고 법이라는게 헛점도 많고 가족의 테두리가 그렇게 무섭게 작용하지 않도록 보호해주어야 하는 걸 텐데 그런 기능을 전혀하고 있지 못하니 입이 썼다.
책속의 현실은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였고 그래서 현실감이 크게 다가왔다.
뉴스에서 보던 일이 쉽게 오버랩되는 내용인데다 충분히 있을 법한 스토리였다
아이들을 쉽게 입양하고 파양하는 어른들, 아이들을 보험금으로 이용하는 어른들, 범죄를 쉽게 저지르고 처벌 받지 않는 촉법소년들과 그 헛점을 더 이용하고자 하는 영악한 아이들, 가족이라고 자기 소유인것인냥 마음대로 휘두르는 부모들, 어리다고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크면 자연스레 알게될거라고 아이들을 무시하고 모른체했던 어른들...
이 모두가 섞여 사는 세상에서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더 살기 좋아지고 행복한지 다들 잘 아는데 왜 변하지 않는 것일까?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 법이며 사회관념들이 도통 변화할 생각과 움직일 미동조차 않는것인지 답답했다.
일반 미스터리 도서랑은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좀더 드라마틱하다고나 할까?
여경과 해나가 끌어가는 이야기가 비밀스럽지만 애틋하고 안쓰럽다. 스릴러라고 하기엔 뭔가 아름답다. 꽃말이 방심은 금물인 협죽도처럼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