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의 날

구원의 날 ㅣ 정해연의 날 3부작
정해연 지음 / 시공사 / 2021년 2월

자신의 전화를 안받는다고 냅다 차를 들이받는 여자는 예원이다

선준은 이제 그런 예원에게 조금씩 지쳐간다. 말릴수도 그렇다고 달랠수도 없다

선우를 잃어버린지 이제 3년이다. 그 3년간 예원과 선준은 사는것 같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

단지 선우가 돌아왔을때 올바른 가정을 남겨놓고 맞이해주어야 하니까 라는 이유로 말이다.

불꽃놀이에 갔던 예원이 선우를 잃어버리고 온 날 선준은 병원에 누워있었다.

누구의 책임이라고 물을수도 없이 둘다 죄책감에 빠져있다.

신경이 쇠약해질대로 쇠약해진 예원을 병원에 입원시키고 그 병원에서 마주한 로운이라는 아이는 선우가 부르던 그 노래를 선우가 부르던 그 가사로 부른다.

그리고 예원은 로운을 데리고 병원을 나간다.

선우를 아는듯한 로운은 부부에게 마지막 동앗줄과 같다. 납치하다시피 로운을 데리고 선우를 찾으러 함께하지만 그렇다고 로운에게 강요하지도 상처를 주지도 않는다.

로운이 병원에 오기까지 관심을 받고자 애쓰는데에는 그의 어린엄마 주희가 있었다.

어린 아이가 관심을 받고싶어 자기 몸을 해할 정도였다니 얼마나 사랑에 굶주렸으면 그럴까 생각되어 마음이 아팠다.

로운이 예원을 따라나선 이유도 ‘따뜻해서‘ 였으니 아이의 외로움이 어느정도였을지 감히 나는 상상할 수 없었다.

선준은 예원과 로운을 데리고 금평의 기도원으로 향하며 이것이 선우를 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딱 한번 걸려온 말 없이 끊어졌던 그 전화.. 금평의 한 공중전화번호..

뭔가 이 기도원과 연결되어있을 것만 같은 느낌에 선준은 급하게 차를 몰지만 기도원의 위치를 아는 이가 아무도 없다.

극단적이다

자신의 연락을 받지 않는 담당경찰의 차를 박아버리는 예원, 선우를 찾기위해 로운을 병원밖으로 무작정 데리고 나가는 예원, 돈을 요구하는 기도원에 없는 돈을 마련하려 창밖으로 몸을 던지는 예원 모두 선우 엄마인 예원의 모습이다

담당경찰이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는 절대 자살하지 않는다 했던 말이 갑자기 와닿았다.

모든 걸 놓으려 했던 예원은 뭐가 더 힘들었던 걸까? 어찌 보면 그녀를 여기까지 지탱하고 끌고 온건 모성 절반 죄책감 절반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선우 아빠 선준의 절규

나도 아이를 잃은 아빠라고 왜 다들 너만 챙겨주라고 하냐면서 울부짖을 때는 뭔가 띵~ 한대 맞은 듯 했다. 왜 예원만 슬프고 힘들거라 생각하는걸까? 선준도 부모인데.. 선준 말대로 그도 아이를 잃은 슬픔이 예원 못지 않았을 텐데, 주변에서 모두 똑같은 슬픔을 가진 부부에게 아내만 챙기라 한다. 그러니 슬픔을 표현하지도 속에서 꺼내지도 못한 선준은 그 속이 얼마나 썩어문드러졌을까?

부모, 자녀, 가족, 따뜻할 것만 같은 이 관계가 엮여서 사랑도 되고 집착도 되고 그렇게 살아간다.

작가가 말하는 손이란 이런 인연을 말하는 게 아니었을까? 인연 속에서 사랑도 하고 용서도 하는 것 그런데 그 폭을 가족이라는 테두리로 한정지어 쓴 소설이라 느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들 하지만 요즘 뉴스에 나오는 사건들을 보면 가족들이 아닌듯.. 아니 물보다 진하다는 피를 몸에서 모조리 뽑아내고 저지른 사건들 같다. 그렇게 뉴스에서만 볼 것같은 이야기들, 사이비 종교와 거기에 빠질수 밖에 없는 사람들, 그리고 가족들간의 이야기를 작가는 이 한권에 무척 잘 녹여내었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나는 공감하며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미스터리스릴러라기보다는 한편의 영화를 본 듯 했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부모를 성장시키는, 가족을 더욱 끈끈하게 해주는 스토리가 담겨있는 정해연 작가의 [구원의 날]이다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