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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평점 :

우주를 삼킨 소년 - 트렌트 돌턴 / 다산 책방
책의 표지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책은 엘리의 성장소설이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는 우와~ 이쁘다 색감이랑 속표지도 이쁘네 하면서 컬러와 디자인만 봤는데 다 읽고 나서 다시 보니 하얀 솔새가 보이고 소년이 보이고 이 표지가 어떤 의미의 디자인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우주를 삼킨 소년은 엘리의 10대가 담겨 있는 성장소설이다
엘리 주변의 좋은 어른과 나쁜 어른 그리고 나쁘면서도 좋은 어른들이 엘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소설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다.
슬림 할아버지와 엘리와 오거스트 뭔가 안 어울리는 듯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척 잘 어울리는 그런 그림 같은 사이다. 여섯 살이 되던 무렵 오거스트는 말을 하지 않기 시작했고 엄마는 그런 형을 보며 우주가 형의 말을 훔쳐 갔다고 엘리에게 설명했다.
호스를 집 앞 도랑까지 끌고 가 거리를 물로 가득 채우고 각도를 잘 맞추고 보름달이 그 웅덩이에 가득 비치게 하는 오거스트의 모습은 정말 신비로웠고 ‘소년 우주를 삼키다’ 정말 문장 그 자체였다.
이 두 형제들의 베이비시터인 슬림은 정말 살인자였을까? 나빴다가 좋아진 어른인 걸까 궁금하다. 피의 방, 진실한 사랑의 방에서 엄마가 마약을 시작하고 끊게 만들었던 라일 아저씨는 엄마의 진실한 사랑이었을까? 말 없는 형은 엄마를 돌보고 어린 엘리를 돌보았다.
그리고 도대체 빨간 전화기 너머 목소리가 굵었던 그 남자는 정체는 누구였을까?
너의 마지막은 죽은 솔새.
소년, 우주를 삼키다.
케이틀린 스파이스.
오거스트가 허공에 쓴 이 세 가지 문장은 의문들에 대한 답이고 그 답은 책을 끝까지 읽어야지만 풀 수 있는 수수께끼다
감방생활을 하는 친구와 펜팔을 하는 엘리, 말을 할 수 있지만 스스로 입을 닫아버린 오거스트 형, 그들을 돌봐주는 슬림과 친구이자 엘리의 펜팔 친구인 알렉스, 엘리 인생의 첫 좋은 어른이었던 라일 아저씨, 술과 책만을 사랑하던 아빠, 그리고 너무 사랑하는 엄마.
이 책의 모든 등장인물들은 한 가지도 평범하지 않았고 그런 시궁창 같은 현실 속에서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엄마에 대한 사랑이 너무나도 큰 엘리와 오거스트를 보고 있자니 마음 한구석이 아리고 아팠다. 테디에게서 도망쳐온 엄마를 지켜주려던 싸움 못하는 아빠와 두 형제의 모습에선 웃음과 동시에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했고 사랑스러웠다.
엘리가 타이터스 브로즈의 방문에 손가락의 숫자가 아홉 개로 변하고 그의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했지만 엘리는 강한 아이였다.
사랑을 주는 게 어색한 아빠와 파란만장 인생사를 사는 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들인데 어쩜 이렇게 잘 자랐는지, 그 두 형제는 어떤 생각을 하며 앞으로 살아가게 될 것인지, 1분도 말하기를 참는 게 힘든 엘리와 말을 안 하고 살아가는 오거스트는 어떻게 그렇게 다정한 형제일 수 있었는지 모두가 의문이고 내게 한참을 생각이란 녀석과 함께하게 만들었다
나는 우리 아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나? 아니 그 녀석이 어떻게 자라는지 잘 지켜봐 줘야 하는 건가?
책 속의 엘리의 주변엔 좋은 어른들이, 그리고 엘리를 아껴주는 어른들이 많은듯했다
특히 엘리의 삶에서 슬림 할아버지는 절대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아이들의 성장에만 집중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어른들의 삶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내가 살아온 삶도 함께.
내가 무심코 한 행동이나 말이 아이에게 영향을 줄지도 모르니까 늘 멋진 말이나 명언을 아이의 질문에 읊어줄 순 없겠지만 항상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말해줄 수 있는 어른이어야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에게, 그리고 만나는 어른들에게 당신은 좋은 사람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지는 엘리는 끊임없이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아이였다.
600페이지가 넘는 얇지 않은 이 책의 처음과 끝 이야기가 맞닿는 부분에선 전율이 느껴질 정도였는데 성장소설이라 소개하지만 그 성장의 대상은 꼭 아이들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리라
엘리와 오거스트의 모습을 책으로 읽으면서 그때마다 흙 속에 진주를 발견한 듯 이 아이들의 성장하는 모습이 반짝이며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왜 어른들이 이들을 그토록 사랑하고 특별한 아이라고 이야기했는지 너무나 이해가 되었다.
부모가 읽고 아이도 읽고 온 가족이 함께 읽고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는 책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슴이 찌르르~하다가 눈물이 핑~ 돌았다가 미소가 씩~ 지어지는 그런 책이니 꼭 읽어보길 바란다. 강 력 추 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