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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죄자
레이미 지음, 박소정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1월
평점 :
미안해.. 미안해... 날 잡아
프롤로그부터 사건현장을 보여주며 숨막히게 하는 옥죄임이 있다.
법학을 전공하는 학생 웨이중은 양로원에 봉사를 다니다 1인실을 쓰는 노인 지쳰쿤을 만나게 되고 추소시효를 물어보는 그에게 호기심 어린 관심이 생긴다. 그의 담배 심부름을 시작으로 둘은 조금씩 친해지게 되고 봉사시간을 다 채운 후에도 웨이중은 그를 찾아가 휴대폰 사용법도 알려주고 일이 생기면 문서를 전달해주기도 하며 지속적인 만남을 이어가게 된다
시한부 삶을 선고 받은 형사 두청은 그가 담당했던 미제사건 하나를 꼭 해결하고 죽겠다 결심한다. 그 사건이 그의 삶의 많은 부분을 달라지게 하였기 때문에 과거의 그 사건을 다시 파헤치다 웨이중과 지쳰쿤, 그리고 웨샤오후이와 함께하게 된다. 1990년에 발생한 연쇄살인사건 이들은 모두 이 사건을 쫓게 된다.
뤄사오화는 퇴직 후에도 불안감을 가지고 살고 여기 그 불안감은 그의 등장과 함께 그를 서서히 조여온다. 사회로 나온 그를 다시 미행하고 감시하려 하지만 왠지 역부족인 듯 하다. 그가 정말 평범한 인간처럼 살 수 있을까? 뤄사오화는 계속 의문이 들고 결국 가족까지 서서히 휘말리게 되는데..
1990년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은 억울한 누명을 썼음을 재확인하게된 두청이 장전량의 도움을 받아 또다른 사건도 알게 되는데.. 모방범의 소행인가? 뭔가 유사한 듯 하면서 기묘하게 다른 느낌이다.
하나둘씩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과 그 이면들..
이 네 사람들이 만나게 된건 우연일까? 인연일까?
양로원 천씨의 사건을 약점삼아 장하이성을 손에 쥐고 흔드는 지쳰쿤의 모습은 왠지 낯설다. 그의 과거를 웨이중에게 털어놓고 왜 그래야만 하는지 이야기하는 모습은 또 원래 알던 지쳰쿤의 모습이다. 웨이중이 조금씩 헷갈려하는 듯 하지만 그를 돕기로 마음먹는다.
1990년에 발생한 살인사건과 그 현장에 대한 내용과 묘사가 너무 자세히 되어있어서 끔찍함이 배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 살인범의 미세한 감정변화도 읽다보면 어느새 내가 그 살인범이 된듯한 느낌이 든다.
대부분의 미스터리소설들이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인데 이책은 초반부터 진범을 밝혀두고 시작하는 책이다. 다 알고 읽으면 재미없지 않을까? 무슨 범죄심리소설이 이렇게 두꺼운거지? 라며 집어든 이 책은 읽는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엄청난 몰입감과 가독성, 스토리의 탄탄함과 등장인물들의 자연스런 관계설정까지 모두가 완벽하다.
손에서 책을 놓고 싶지 않은데 너무 무거원 책의 무게때문에 자꾸 내려줘야 하는게 짜증이 날 정도였다고나 할까?
하나둘씩 퍼즐처럼 맞춰지는 단서와 각자의 사연들 그 연결고리와 스토리들이 범인을 알고 있음에도 또 다른 생각을 자꾸 하게 만든다.
정말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걸 작가는 어쩜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었을까?
등장인물들 각각의 사연과 살아온 삶들, 자꾸 바뀌는 시간차 내용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쓴 작가가 대단하다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갈수록 독자를 몰입하게 만들고 반전까지 선물하니 정말 즐거운 독서가 아닐 수 없었다.
이 책은 인간의 집착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명예에 대한 집착, 복수에 대한 집착, 자신을 차갑게 대한 여인에 대한 집착, 그 집착들이 이들을 죄인으로 만들고 23년간을 그 과거속에서 나오지 못하게 한다. 무엇이 옳은일인가에 대한 판단까지 흐려지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들을 비난만 할 수 있을까? 내가 당사자라면 복수를 잊고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어떤 것은 외면하고 어떤 것은 기억하고 또 어떤 것은 숨기고 살아야 하는 것인지 제대로 판단하고 선정할 힘을 나는 가지고 있는가? 생각해보게 된다.
등장인물들 중에서 그나마 집착을 하지 않는 웨이중과 웨샤오후이만이 지난일을 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원수를 용서하고 과거를 잊고 다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건 이들 밖에 없는 듯하다.
더 앞으로 나아가고 힘내서 살아갈 만한 세상을 위해서 그들이 어떤 세상을 만들어내며 살아갈지도 궁금해진다
23년을 놓지 못한 그 집착과 도대체 왜 그렇게 안고 살았는지에 대한 내용을, 그리고 그들 속에 비치는 우리의 모습들까지 이 책 [순죄자]를 통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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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아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