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우의 집'은 어린 시절 살았던 동네가 떠오르는 소설입니다.
또래 아이들과 늘 어울려 다니며 뛰어놀았던 제가 살던 그 동네는 삼벌레 고개로 따지면 중턱 마을쯤 되었으려나요?
어린 제 기억에 동네 아줌마들은 늘 모여서 밤을 까는 부업을 하거나 늘 모임을 했었고, 여자아이들은 동네 골목에서 고무줄놀이나 공놀이를 하며 늘 같이 어울렸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계모임을 하는 순분이네의 모습이나 스파이 놀이를 하는 원이와 은철이의 일상이 낯설지 않더군요.
순분이네로 세 들어 이사 온 영, 원이네 네 가족의 모습을 지켜보고 시기하는 삼벌레 고개 기존 여인네들의 모습을 보며 같은 여자들의 질투가 가장 무섭다는 걸 다시 한번 상기시켜 봅니다.
책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새댁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오뎅사먹을 돈도 아끼는 새댁과, 원이에게 오백 나한의 이야기를 해주는 새댁, 자존심이 센 것 같지만 필요할 땐 자존심 굽히며 돈을 빌리러 갈 줄 아는 새댁의 모습들을 보며 그 시절 우리 어머니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생각되었다.
책의 초반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렇듯 편하게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중후반부로 넘어가면서 우리 시대가, 대한민국이 어떻게 민중들을 큰소리를 내지 못하게 압박했었는지 실상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지요.
아이들의 스파이 놀이와 간첩이라고 잡혀간 원의 아버지가 묘하게 오버랩 되기도 하였습니다.
일곱 살 동갑내기 원이와 은철의 시선으로 소설을 따라가기 시작하였습니다.
6살 많은 형과 언니를 가진 둘은 둘만의 놀이들을 시작하며 쿵짝이 잘 맞는 단짝이 됩니다.
좋은 간첩과 나쁜 간첩을 나누고 동네 사람들에게 복수를 한다며 이름을 알아내러 다니고 벽돌을 갈고 있는 모습이 귀엽기까지 합니다.
새댁에게 효자 효녀 이야기를 들으며 은철이 품은 의문을 읽고 있자니 이 녀석 무척 똘똘하단 생각이 들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