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클리닝에 대한 글은 처음 읽었다.

엄마는 물건에 대한 욕심이 적어서 아버지 쓰시던 모든 것들을 거의 며칠 만에 다 정리해서 버리셨다.

냉장고 안을 보면 대강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엄마 성격처럼 냉장고도 거의 텅 비어있다. 김치 냉장고엔 된장, 고추장 등의 장과 김치가 들어 있고, 냉장고 속엔 조금의 과일과 엄마가 최근에 드시는 음식 말고는 오래된 것이 거의 없다. 화장품도 안쓰시고, 옷도 입는 옷 몇 벌 말곤 하도 잘 버리셔서, 엄마가 당장 돌아가신다고 해도 정리할 것이 거의 없다. 심지어 남편이 뉴질랜드 가서 사온 양털 부츠도 나 신을까, 엄마 줄까 한참 고민하다가 엄마가 더 좋은 거 써야겠지 하며 양보했는데, 그것도 한두 해 신으시다가 어느 날 버리고 없는 거다. 꽤 비싼 건데 정말 아까웠다. 

반면에 시어머니는 버리는 것을 너무 아까워하신다. 냉장고도 가득가득, 딤채도 가득, 집안 구석구석 넣어 두고 기억도 못하는 물건이 너무 많다. 이번 설에 계단 위 벽장과 씽크대 아래서 찾아서 버린 설탕만 해도 20KG이 넘는다. 2004년 설탕부터 연도별로 3kg 설탕이 너무 많아, 설탕은 상하지 않는 거라고는 하지만 2012년 정도는 쓰더라도 10년 넘은 것은 다 쏟아 버렸다. 그래도 예전엔 무조건 못 버리게 하셨는데, 이젠 순순히 버리게 하는 것만도 다행이다 싶었다. 꼭 죽음을 앞두고 정리할 것이 아니라 살면서 내가 가진 것들을 수시로 점검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에서 내게 위로가 된 말은 정리에 대한 말이 아니다.

 

남편이 죽고 몇 년 동안 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그러는 사이 남편은 조금씩 멀어져갔다(153).

 

이 문장이 정말 내겐 와 닿았다. 일주일에 한 번은 엄마랑 점심을 함께 먹는다. 가끔 마음 약한 말을 하시면 집에 와서도 마음이 너무 무겁다. 우리 집에 오시라고 해도 싫다고 하시고, 엄마 집은 주택이라 너무 춥기도 하고,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살 수 있는데 그 추운 곳에서 떠나지 않으려는 마음이 이해되면서도 안타깝다. 그래도 작가의 저 문장을 읽는 순간, 내겐 위로가 되었다. 엄마의 슬픔이 엄마만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겪는 통과의례라고 믿고 싶으니까.

엄마의 슬픔도 그렇게 서서히 멀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엄마는 강한 분이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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