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이 한조각 구름과 같다는 것을, 온 몸으로 체감한다.

아침에 목욕을 다녀오면서 아버지 닮은 분을 봤다.

갑자기 목이 메었다.

밀양에 산 전원주택지를 보면서 지난 주 엄마가 말씀하셨다.

"니 아버지 살아계셨음 정말 좋아했을텐데, 이것을 못 보고 가셨구나."

 

삶이 이렇게 무상한 것이구나.

그렇다면 남은 생은 어떻게 살아야할까.

버릴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던 박경리님의 말씀처럼

그렇게 갈 수 있을까,

아버지처럼 하루도 아픈 날 없이 잘 지내다

가볍게 갈 수 있을까,

어디서 왔는지는 몰라도 어디로 갈 것인지 정도는

알고 가야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

파도처럼 일어났다 사라졌다.

삶이 뜬구름 같고, 하룻밤 비에 지는 벚꽃잎 같아도

삶은 아름답고 감사하다.

이 몸 받고 이런 생을 받아서 감사하다.

아버지 기일이 다가오니, 아버지 생각이 자주 난다.

팔십 넘어서도 책을 좋아하여, 롯데백화점 서점에 가서 한두시간씩 책을 보고 오셨는데

어느 날 가 보니 롯데에서 책읽는 코너를 없앴다던가, 서서 읽게 자리를 치웠다던가

하는 말씀을 하시면서 아쉬워하셨는데

그 때는 귀담아 듣지 않았던 그런 말씀까지도

너무나 그리운 봄 날이다.

아버지, 세월호 떠 올랐어요.

이 소식도 참 기뻐하셨을텐데......

너무너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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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4-09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디서 아버지 비슷한 분을 만나거나 비슷한 억양으로 말씀하시는 분을 마주치는 날은 금방 눈물이 핑 돌아요.
삶이 무상하다는 생각도 너무 자주 말고 아주 가끔만 했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혜덕화님, 평안하세요.

혜덕화 2017-04-10 13:25   좋아요 0 | URL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 아까운 벚꽃이 마구마구 집니다.
바람이 불어도, 조금 슬퍼도 평온한 나날들입니다.
삶은 무상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가져봅니다.
좋은 일 있을 때마다, ‘아버지 살았으면 참 좋아하셨을텐데‘ 이 마음도
언젠가는 하지 않게 되는 날도 오겠지요.
봄을 아끼며 즐기는 날들 되기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