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가뭄을 걱정하던 세상에 자비로운 봄비가 내렸다.
이 비에 지고 말 벚꽃을 생각하면 아깝기도 하지만 온 세상을 촉촉히 깨우는 비가 좋아서 백련암으로 가는 발길이 가벼웠다.
백련암엔 바람이 많이 불어 온통 풍경소리가 가득하고 주차장에서 고심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가득 차서 마치 동양화의 그림 속으로 걸어들어 가는 것 같았다.
7시에 시작된 기도는 새벽 2시 30분에 끝이 났다.
절 하는 중간 중간 30분씩 주는 휴식은 한 달 동안 못 본 도반들의 소식을 듣느라 3분처럼 빨리 가버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2400배를 넘기는 순간은 힘들고도 힘들었다.
절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좌선을 하면 1시간을 앉아 있어도 마음이 딴데로 가 있는 것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하지만 절은 한 배 한 배 무릎을, 허리를, 머리를 숙이지 않으면 얼렁뚱땅 해 치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삼천배를 하려면 꼬박 5시간을 똑 같은 동작을 3000번을 해야만 삼천배를 하는 것이지 적당히 시간을 보낸다고, 서서 머리만 숙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근기가 약해서 마음이 자칫 잘 달아나는 사람은 절을 하다보면 자신을 보게 된다.
절을 하면서 시어머니때문에, 시누이때문에 고통받는 도반을 생각했다.
그 어머니가 나빠서가 아니라 무지해서 며느리의 고통을 못보는 것이 안타까웠다.
이 세상엔 정말로 나쁜 사람이 있어서 세상이 잘 못 되어가는 것이 아니라, 어리석고 무지한 사람들로 인해 고통이 생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 시누이는 아주 좋은 대학을 나와서 대학의 교수를 하고 있지만, 그녀가 가진 지식은 다른 사람을 눈 아래로 멸시하는 데에서 진가를 발휘할 뿐인 것이 안타까웠다.
그 지식에 지혜까지 있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을텐데......
함께 한 도반이 그들의 어리석음에 연민을 느끼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미워한다고 사람이 바뀌겠는가?
자꾸 기도하다 보면 그렇게 되리라고 믿는다. 그녀의 마음에 평화가 오기를 바란다.
저녁엔 집 근처에서 외식을 하고 천천히 걸어왔다.
아이들과 남편은 슈퍼에 잠시 가고 혼자 아파트 벤치에 앉아 가로등 아래서 벚꽃을 보니 정말 예쁘다.
지나가는 차소리, 사람들 소리 귀에 다 들리는데도 세상은 완벽하게 고요하고 아름답다는 느낌이 온 몸으로 전해져 왔다.
온 세상 사람들이 자기 있는 자리에서 행복하기를
바쁘면 바쁜대로, 혼자면 혼자인 대로, 많은면 많은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그 자리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기를......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