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저기 수행처요, 먹을 것 걱정 없네. 발우 들고 가는 곳에 천지가 내집이라

황금과 백옥만이 귀한 줄 알지 말라. 가사 장삼 수하기가 더욱 더 어렵다네.

임금이라 나라의 주인 노릇 하느라고 국가와 백성 걱정 갈수록 걱정거리

백년 삼만 육천 날 풍진 속 이내 신세, 절 집안 반나절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

 당초의 부질 없는 한 생각 잘못으로 가사를 벗어 놓고 곤룡포를 입게 됐네.

이 몸은 예적에 인도의 스님일러니 그 어떤 인연으로 왕가에 떨어졌나

이 몸을 받기 전엔 무엇이 '나'이런가 세상에 태어난 뒤 나는 과연 누구런가

자라서 성인 됨에 잠깐 동안 나라더니 눈 한번 감은 뒤엔 이 또한 누구런가

세상사 백년은 하루 밤 꿈과 같고 수만리 산과 들은 한판의 바둑일세

니땅 내땅 서로 차지 약육강식 한심하고 지루한 바둑판 인생

자손은 제 스스로 살아갈 복 타고 났나니 후손을 위한다고 소와 말 되지 말라

지긋지긋한 역사 속에 많은 많은 영웅들이 푸른산 언덕 위에 한줌 흙 되었다네.

날적엔 기뻐하고 죽을 땐 슬퍼하나 덧 없는 인간 세상 한바퀴 도는걸세

애당초 안왔으면 갈일도 없을건데 기쁜일 어디 있고 슬픔인들 있을손가

나날이 한가로움 스스로 알것 이니 풍진 속 세상 길의 온갖 고통 여의었네.

입으로 맛들임은 시원한 선열 경계 몸 위에 입고픈 옷 잿빛 승복 한 벌이네

사방 천지 간에  가장 높은 손님 되어 부처님 도량에서 마음껏 노닐 적에

세속을 떠나는 일 쉽다고 하지마오, 숙세에 쌓아 놓은 선근 없이 아니되네.

18년간 지나간 일 자유라곤 없었는데 땅뺏는 큰 싸움 이제야 쉬게 됐네.

내 이제 속세를 벗어나 절집으로 들어가니 천만가지 근심 걱정 이제는 다시 없으리.

 

오늘 아침 우학 스님의 초발심 자경문을 공부하다가 이 출가시를 읽어주는 것을 들었습니다.

니르바나님의 서재에서 이 시의 일부를 보고 전문이 낭독 된 것 같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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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06-01-16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소설 중에 나온 글을 인용한 것이었는데
올려주신 전문을 펼쳐놓고 보니
출가하는 대장부의 기개가 느껴지는군요.
혜덕화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