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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 저승편 세트 - 전3권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티벳 사자의 서> 서문에 나오는 귀절을 인용하여 제목을 달았다.
특정한 종교를 기반으로 하지 않아도 우리는 천국과 지옥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은 공유하고 있다고 본다. "저런 인간은 틀림없이 지옥 갈 거야", 혹은 "지은 대로 받는다" 혹은 "귀신은 뭐 하나, 이런 인간 안잡아가고..." 등등의 말을 한 번은 듣거나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람이 죽은 후의 심판 과정을 49재라는 불교 전통 의식을 통해 거쳐가는 모습이 재미도 있었고 사후 세계의 근대화라는 발상도 무척 신선하고 창의적이라 만화를 보다 말고 표지의 만화가 모습을 다시 보기도 했다.
젊은 만화가의 창의성이야, 젊음이 가진 개성이라고 그냥 넘겨 보더라도 49재나 여러 가지 지옥에 대한 것, 정승 차사들의 복장이나 절에 걸린 탱화를 연계하여 사진으로 실어 둔 것을 보면, 단지 창의력만 가지고 나오기 힘든 만화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티벳 사자의 서에 따르면, 49재의 기원은 북방 불교와 힌두교의 신비 과학에 따르면 윤회계(현상계) 안에는 7등급의 마야(환영)가 있는데, 그것은 일곱 개의 행성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각각의 행성에는 일곱 단계의 진화가 있어서 49(7*7)의 정거장이 존재한다고 한다.
연금술 문헌에는 7이라는 숫자가 사후 세계 곧 바르도에서 경험하게 되는 일곱 개의 장소를 대표하기도 하고 요한계시록에도 7일은 신성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한다. 자연계에서 7이라는 숫자는 생명의 일정한 주기와 현상을 지배하다. - 티벳 사자의 서 58쪽-
쉽게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일주일의 단위도 7일이지 않는가. 이런 글을 통해 7이라는 숫자가 주는 우주적인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티벳 사자의 서>도 처음 발견 되었을 때의 제목이 <바르도 퇴돌>이었다고 한다.
바르도란 둘 사이, 즉 낮과 밤의 사이, 이 세계와 저 세계 사이의 틈새이다.
퇴돌이란 '듣는 것으로 영원한 자유에 이르기'라고 한다. 즉 망자를 위한 기도를 듣고 죽은 자가 극락 왕생하리라는 우리나라의 49재 사상이 여기서 나오지 않았나, 짐작하게 되는 부분이다.
바가바드 기타에서는 인간이 육신을 버릴 때 마지막으로 하는 생각이 다음 생을 결정한다는 말이 나오고, 불교에서도 죽을 때 나무아미타불을 부르면 즉시 극락왕생한다는 말이 있다.
'평생 편하게 내 멋대로 살다가 죽을 때 '나무아미타불'하면 되겠네'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길 가다 넘어져도 "아야"하는 사람이 죽을 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놓고 '나무아미타불' 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죽을 때의 한 생각이란 결국 내 삶의 응축이고 살아온 태도에 대한 습관의 결과이기 때문에 죽을 때의 한 생각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재미있는 만화책 3권을 택배가 도착하자마자 읽기 시작해서 하룻밤에 다 읽어버렸다. 만화에 대한 소개는 다른 분의 리뷰에도 자세히 되어 있으니 내 싱각만 말하자면 주문한 책 값이 아깝지 않은 만화라는 말로 대신하고자 한다.
아침에 리뷰를 쓰려고 앉으니 티벳사자의 서를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옮긴이의 말처럼 읽는 이의 영적 이해력에 따라 책장이 열린다는 이 책을 나는 거의 주마간산격으로 제목만 훓고 넘어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젊은 만화가의 재미있는 창의성과 따뜻한 인간애, 우리 것에 대한 공부와 열정에 감사와 축복을 보내며 다음 편이 나오기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