唯識(유식) 강의를 듣고 있는데 딸아이가 중유(중음신)에서 49일간 머물다가 다음 생을 받는다는 말을 듣고 설명을 더 해달라고 한다.
유식에서 중요한 아뢰야식과 종자식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엄마가 모두 잠든 밤에 아무도 모르게 화단에 호박씨를 심고 왔단다.
엄마는 장난삼아 "화단에 수박을 심었는데 여름 되면 수박이 열릴 거야“ 라고 네게 얘기했어.
경남아. 엄마가 호박을 심는지, 수박을 심는지 이 세상 아무도 본 사람이 없거든.
엄마가 수박을 심었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나중에 화단에서 열리는 것은 무엇일까?
그야 당연히 호박이지. 아이가 대답한다.
그래 바로 그거야.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아무도 모르게 한 생각이나 말이나 행동도 결국은 니 마음에 심는 씨앗이 되는 거란다. 누가 보고 안보고는 전혀 중요한 게 아니야. 니가 뿌린 것은 결국 니가 거두게 되고, 사람이 죽을 때 아무것도 못 가져가지만 그 씨앗 주머니는 가지고 다음 생 몸을 받는다고 한단다.
그 씨앗 주머니가 아뢰야식이고, 우리가 하는 말, 행동, 생각이 모두 아뢰야식에 심어진 씨앗이 되는 거란다.
아이는 처음 듣는 이야기가 신기한지, 재미있어한다.
중음신과 환생의 이야기는 너무 어려워, 달라이 라마 이야기만 하고 말았다.
유식을 공부하다보니, 금강경을 읽으며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의 문이 열리는 듯하다.
소파에 앉아 한창 꽃을 피운 천리향 향기에 취해서 앉아 있는데, 딸아이가 뜬금없이 하는 말.
“엄마, 나는 다음 생에도 엄마 딸로 태어날래.”
“그래, 다음 생에도 우리 이렇게 만나자.” 하고 대답한다.
다음 생이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알까?
다만 지금, 내게 온 인연에 좀 더 최선을 다 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