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암을 가득 채우고 있던 철쭉이 지고 있었다.
점심 공양을 위해 고심원을 나서는 순간, 산을 덮은 안개와 너무 가늘어 보이지도 않게 소리도 없이 내리는 보슬비가 그리는 풍경에 탄성이 흘렀다.
산은 한 순간도 정지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달마다 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다른 목소리로 우리를 맞아주어 몇 년을 다녀도 탄성과 감동의 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사람도 이렇게 살아야하지 않을까.
몇 주 전 딸 아이가 교회 다니는 친구가 <친구 초대 파티>를 교회에서 열어준다고 가도 되냐고 물었을 때, 나는 선선히 다녀오라고 했다. 종교도 삶도 결국은 아이의 선택이다. 다양한 길을 열어 보여줄 수 있지만,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내가 강요하는 종교가 아닌, 아이가 나의 모습을 보고 엄마처럼 살고 싶어서 종교를 선택하거나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데, 내가 한가지의 좌표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무엇을 믿어라, 어떻게 살아라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내 삶이 아이들에게 거울이 될 수 있도록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삼천배 회향하는 순간, 법당을 가득 메운 도반들의 가정 가정에 이 회향의 등불이 밝혀지길 간절히 빌었다.
내 가정이 행복하면 내 가정의 밝음이 주변을 비추어서 이웃에게, 마을에 조그만 도움이라도 되리라는 단순한 믿음이 나를 늘 여기 이자리에 오게 하는 지도 모르겠다.
깨달음을 얻고 한 소식 하지 않아도
지금 이 자리에서 밝은 웃음을, 작은 친절을 누군가에게 베풀 수 있다면
그것이 회향의 공덕이 아닐까, 안개에 쌓인 산이 내게 주신 법문이었다.
지진으로 고통 받는 중국 국민들에게도
태풍으로 고통받는 미얀마 국민들에게도
나비의 날개짓 같은 이 작은 기도가 날아가 앉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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