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이 보는 재미가 이럴까?' 싶다.

올해는 1학년을 담임하게 되었다.

1학년을 할 때마다 목이 너무 아파서 일년 내내 고생한 기억도 있고, 말이 통하는 아이들이 좋아서 고학년을 했는데, 올해는 우연히 1학년을 하게 되었다.

정말 아이들이  예쁘다.

조그만 입으로 노래하는 것도,흥에 겨워 춤추는 것도, 조그만 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는 것도,매일 똑같은 도깨비 이야기에도 손뼉을 치면서 재미있어 하는 모습도, 너무 예뻐서 학교가 재미있다.

봄 방학때 며칠 입학 준비로 학교에 나갔더니 감기 몸살에 걸려 엄청 고생을 했다.

3월 1일, 2일은 아예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로 아파서 아이들 입학식날 결근하면 어쩌나 고민했는데, 다행히 3일에 황사로 인해 휴교령이 내렸다.

정말로 부처님이 돌보신 것인지, 며칠 열심히 병원 다녀서 입학식은 무사히 치렀다.

그래도 첫 주는 너무 힘들고 감기도 낫지 않아, 둘째 주 토요일, 백련암도 가지 못하고 집에서 잠만 잤다.

독감이 이런 것일까 싶을 만큼 힘들었지만, 학교에서 아이들의 맑은 얼굴을 보면, 마음에도 얼굴에도 미소가 하루종일 떠나지 않았다.

행복한 나날들이다.

우리 아이 1학년때도 이렇게 이쁜 줄 모르고 지나간 것 같은데, 매일 매일 새싹 같은 여린 숨소리들과 함께 하는 날들이 너무 기쁘다.

작년의 사랑이도 가끔씩 교실에 나타난다. 덩치 큰 6학년이지만, 안아주면 부끄러워 하면서도 참 좋아한다.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랑 싸우지 말고...하면서 잔소리 하면 "예"하고 대답도 잘 한다.

아주 오랫만에 알라딘에 글을 쓴다.

바쁘기도 하고, 마음이 떠나기도 했는지 요즘 좀 뜸하게 된다.

내게 없는 늦둥이를 직업으로 만날 수 있다니, 교사는 참 행복한 직업이다.

하지만 오늘은 마음이 너무 무겁다. 실종된 어린이의 참담한 뉴스를 보고, 인간이 귀신보다,악마보다 무섭다고 생각한다.

어린 생명의 명복을 빈다. 제발 자기 몸에 일어난 일을 그 영혼이 느끼지 못했기를, 아이의 몸이 벗은 놓은 옷처럼 고통없이 갔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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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8-03-14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마음아픈 일입니다. 어쩌려고 세상이 이렇게 무서워지는 걸까요.
천사보다 아름다운 아이들과 악마보다 무서운 어른들...
그 아이들이 얼마나 무서웠을까요...ㅠㅜ 아이의 명복을 빕니다.

프레이야 2008-03-15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학년 맡으셨군요. 힘들지만 보람도 많으실 것 같아요.
즐거워 하시는 혜덕화님이 보이는 듯해요.
그 기사 보고, 정말 너무 무섭더군요. 아..

혜덕화 2008-03-15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혜경님
따스해진 봄 햇살을 즐기고 계신지.
바람 속의 차가움이 아직은 조금 남아있지만, 낮이 길어지고 바람이 부드러워지는 것을 매일매일 느낍니다.
내가 행복하면 주변에 행복을 나눌 수 있다고 믿고 살지만, 매일 접하는 뉴스는 그런 희망마저 너무 초라하게 느껴지게 합니다.
죄 속에 이미 벌이 있다는 말이 진실임을 확인하고 싶은 날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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