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가 기나긴 하늘을 날아가니
차가운 물에 그림자가 잠기네.
기러기는 자취를 남길 뜻이 없고,
물은 그림자를 남겨 둘 마음이 없네
남종선의 선사 천의의회-
꽃은 꽃이 아니고
안개는 안개가 아니다.
깊은 밤에 왔다가
날이 밝으면 떠난다.
봄날의 꿈처럼 잠깐 왔다가
아침의 구름처럼 흔적없이 떠난다.
백거이-
종일토록 봄을 찾아 나섰지만
봄은 보이지 않고
짚신이 다 닳도록
고개 마루의 구름 사이를 다녔네.
집으로 돌아와서
스스로 매화를 잡고 냄새를 맡으니
봄이 가지 끝에 있은 지 오래되었네.
원풍 6년 10월 12일 밤, 옷을 벗고 잠을 자려는데 달빛이 집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흔쾌히 일어나 거닐다가 함께 즐길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마침내 승천사로 가서 장회민을 찾았다.
장회민도 역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어서 함께 정원을 거닐었다.
정원 아래는 마치 물이 차 있는 듯 환하게 밝았고
물 속의 마름풀은 서로 얽힌 듯 했는데, 아마도 대나무와 측백나무 그림자였을 것이다.
어느 밤인들 달이 없겠는가?
어느 곳엔들 대나무와 측백 나무가 없겠는가?
하지만 우리 두 사람처럼 한가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소동파 <승천사의 밤놀이를 기록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