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사닉 왕이 일어나 부처님께 아뢰기를

" 이 몸이 죽은 뒤에 아주 끊겨 없어지는 것을 <열반>이라고 한다고 외도들이 말했습니다. 제가 부처님을 만났사오나 아직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으니 어떻게 설명해 주셔야 이 마음의 나고 멸함이 없는 경지를 깨달을 수 있겠습니까?"

"그대에게 묻노니 그대의 육신이 항상 머물러 없어지지 않으리라고 여기느냐? 아니면 언젠가는 변하고 없어지리라고 여기느냐?"

"세존이시여! 저의 지금 이 육신은 마침내 변하여 없어질 것입니다."

"그대가 아직 죽지 않았거늘  어찌 죽을 것을 아느냐?"

"세존이시여, 저의 이 무상하게 변하여 없어지는 몸이 비록 아직은 죽은 것이 아니오나 제가 지금 눈 앞에 나타나는 것이 생각마다 변해가고 새록새록 달라져서 마치 불에 타 재가 되는 것과 같아서 점점 쉬지않고 늙어져 가고 있으므로 결단코 이 몸이 언젠가는 없어질 것임을 아나이다."

"그러하다. 대왕아, 그대의 나이는 지금 이미 늙었는데 얼굴 모습은 동자 때와 어떠하냐?"

"세존이시여, 제가 어렸을 적에는 피부와 살결이 윤택하였고 점점 성장함에 따라 혈기가 충만하더니 이제 나이 먹어 형색은 초라하고 정신마저 혼미하며 머리털은 희어지고 얼굴은 쭈그러졌습니다. 어찌 한창 젊었을 때와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대왕아, 그대의 얼굴이 갑자기 늙은 것이 아니니라."

"세존이시여,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변화해 가므로 제가 진실로 깨닫지 못합니다만, 추위와 더위가 흘러감에 따라 점점 이렇게 되었나이다. -중략- 자세히 생각하오면 실은 해마다 변한 것입니다. 어찌 해마다 달마다 변하였을 뿐이겠습니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찰나마다 생각마다 머물러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이 몸이 마침내 변화해 없어질 줄을 아는 것입니다."

"그대가 변천하여 머물지 않는 변화를 보고 죽어 없어짐을 안다고 하는데 또한 죽어 없어질 때에 그대의 몸 속에 없어지지 않는 것이 있음을 아느냐?"

"저는 그것을 알지 못합니다."

"그대의 나이 몇 살 때 항하강 물을 보았더냐?"

"제가 난 지 세 살 때 보았습니다."

"대왕야, 그대의 말처럼 스무살 땐 열살 보다 더 늙었고 예순이 되도록까지 해마다 달마다 날마다 시간마다 한 생각마다 변천했다고 하였는데, 그렇다면 그대가 세 살 때 보던 물과 열세살 때 보던 물이 어떠하냐?"

"세 살 때와 같아서 조금도 달라짐이 없으며 지금 예순 두 살이 되었사오나 역시 달라짐이 없습니다."

"그대가 지금 머리털이 희어지고 얼굴이 쭈그러짐을 애닯아 하나니, 그 얼굴은 반드시 어렸을 적보다 쭈그려졌겠지만, 그대가 지금 항하강 물을 보는 마음과 지난 날 어렸을 때 보던 마음에는 어리고 늙음의 차이가 있느냐? 없느냐?"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대왕아, 그대의 얼굴이 비록 쭈그려졌으나 그 보는 정기만은 본래의 성품 그대로 쭈그러진 것이 아니다. 쭈그러지는 것은 변하겠지만 쭈그러지지 않는 것은 변하는 것이 아니다. 변하는 것은 없어지게 되겠지만 저 변하지 않는 것은 본래 나고 멸함이 없거늘,  그 가운데에서 그대의 나고 죽음을 받았는데 오히려 저 말가리 등의 말을 인용하여 이 몸이 죽은 뒤에는 아주 없어진다고 하는고"

대왕이 그 말을 듣고 진실로 이 몸이 죽은 뒤에 이생을 버리고 다른 생에 태어난다는 것을 깨닫고 여러 대중과 함께 기뻐하였다.

-정본수능엄경환해산보기 227~233 중에서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7-01-06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있다가 없는 것
보이다 안 보이는 것
견딜 수 없네.

흐르고 변하는 것들이여
아프고 아픈 것들이여."
-정현종의 '견딜 수 없네'-

사랑하는 사람이 이세상을 떠나면..
저는 그저 슬픕니다. 혜덕화님.



혜덕화 2007-01-09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있다가 없어지는 것, 보이다 안보이는 것들은 슬픔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있다가 없어지므로, 보이다 안보이게 되는 무상으로 인해
더욱 더 상대를 소중하게 볼 수 있는
선물이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