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그냥나야김규정바람의 아이들지금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인정하는 것.거울에 비추는 투명하고 선명한 나를 받아들이는 것.단순하지만 어려운 일이다.목표는 미래에 있고 나는 현재에 있다.현재의 내가 치열하게 달려 미래의 목표를 성취하는 것이다. 정확하지 않은 목표는 나에게 부담을 지우고 현실의 나를 막연한 희망으로 위로한다.김규정 작가의 "난 그냥 나야"는어린이 그림책으로 아주 단순한 진리에 접근한다. 하지만 이제까지 '넌 그냥 너지'라고 답하지 못한 어른들에게도 여운을 남기는 책이다. 반드시 크게 무엇이든 이뤄야하는 목표는삶을 지탱하지 못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목표는 의미있는 성취의 대상이 될 수 없다.나=나 라는 공식에 미래 혹은 목표라는 미명으로 지금껏 그 균형이 깨져온 것이다. 목표없이 산다는 것은 대충대충 산다는 것이 아니다. 미래의 나를 떠올리기 전에 온전히 현재의 나를 끌어안는 것이다. 현재의 밀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나를 확인 하는 것이다.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단순한 그림이 인상적인 그림책이지만 "난 그냥 나야"라는 메시지를 통해 어른이든 아이든 느끼는 해방감이 클 것이다. 와와는 "나는 난데?"라고 말하며 나와 나, 사이의 거리감이 아주 좁은 듯 하다. 그 천진한 행복에 공감하게 된다. 이 책은 미취학 어린이를 대상 연령으로 한다. 하지만 어른들의 질문에도 여운있는 대답을 남기는 책이다.
후리소리"용왕님의 은덕으로 메러치 풍년이 되었구나 어-넝청 가래로다”멸치잡이 노동요 후리소리에가족의 사랑과 치유의 이야기그리고 아름다운 그림이 펼쳐진다.전쟁 전후의 고요한 바닷가 마을에순지네 가족이 겪는 사랑과 극복의 모습이 큰 감동을 준다. 이러한 이야기와 함께환상적인 그림에서 역동적인 기쁨을 느낄 수 있다.후리소리라는 노동요는 가족의 서사에 강렬하게 이입되는데이 노래를 둘어본 적이 없음에도순지와 삼촌을 응원하고 위로하는 노래처럼 느껴진다. 노동요와 서사 그리고 그림까지하나의 작품으로 큰 감동을 준다.어떤 노래에는 숨은 사연이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그 노래를 부르며 힘을 내는 사람들의 사연도 상상하게 된다. 그리고 내가 그 노래를 흥얼거릴 때 그들의 진심을 어루만지는 기분이다. 1960년 작은 어촌 마을의 후리소리를 짐작해본다. 그 평화와 아름다움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났다.
꽃밥글 정연숙 그림 김동성 논장출판사벼의 모습이 섬세하게 그려진 표지를 보면세밀화 그림책같았다.그러나 책장을 넘기면서 밀려오는 감동과 여운을 마치 밥을 꼭꼭 씹듯이 돼새기며 읽었다.세상에서 가장 귀한 꽃 꽃밥은외할머니의 일기장에서 쌀에 대한 소중한 이야기가 시작된다.60년대. 농번기를 맞은 농촌 마을의 어린이.70년대. 보리밥 도시락을 나온 여학생, 그리고 아이에 미화라는 이름을 지어준 엄마.80년대. 농촌을 떠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고90년대. 수입농산물을 쉽게 소비하는 모습을 아수워 하는 모습을 본다.이후 손녀가 태어나고 늙어가고..삶의 연속에서 항상 벼와 쌀이 있다.그 이야기는 당연하지만 하나의 장면으로 만나면어딘가 뭉클해진다. 책소개에 눈길이 간다ㅡ‘쌀’ 이야기를 통해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과 생활 변화,그리고 우리가 매일 먹는 ‘밥’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귀한 그림책.어린이 뿐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감동을 주는 그림책다.
하늘에서 온 작은 돌/시오타니마미코 마미코/책읽는 곰하나네 앞마당으로 빛이 떨어진 자리에작은 돌조각이 있다. 하나는 떠오르는 작은 돌을 신기하다고 생각한다.빛을 내며 떨어진 돌을 하나 둘 모으던 하나는이들이 하나의 돌이 되어 빛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나의 호기심은 미지의 세계를 완성해나간다.돌은 신비로운 행성처럼 밤마다 빛을 쏟아낸다.하지만 하나는 그 돌을 모아냈지만 돌을 소유하려고 하지 않는다. 멀리서 바라본다. 마치 서로 안부를 전하는 것처럼. 돌은 모두에게 보일까. 나는 아직 이런 돌을 본 적이 없으므로 아마도 하나에게만 보이는 것이 아닐까 싶다. 호기심에서 진심을 다해 돌을 찾아 완성시키는 하나의 노력을 보면 아마 어떤 신비로운 힘이 하나에게 도움을 청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발견하는 사람 그리고 그 발견의 소중함을 알고 대상과의 교감을 시도하는 사람. 이 책의 주인공 하나가 그렇다.이 책은 푸르게 빛나는 돌을 제외하면 무채색으로 그려져있다. 돌의 자리에 무엇을 치환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예상치못한 선물을 받는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이 선물이라는 것을 모른다. 없어지고 나서야 그 빈자리를 보며 후회하거나 그 존재조차 모른채 바쁜 세상을 살아간다. 이 책을 보면서 나에게도 '하늘에서 온 작은 돌'이 어딘가에서 빛을 내며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의 소중함과 신비함을 간직할 수 있는 그림책이다.
생각하지 않아도 생각은 되고 만다되는 것들에 굳이 관여하는 것만큼 쓸데없는 짓은 없다고또 생각하면서썼던 문장을 지운다 지운 문장을 다시 쓰고 고친다―「암묵」 흔들리는 중의 물결을 어찌할 수 없다높아지는 중의 건물을 어찌할 수 없다당겨지는 중의 방아쇠를 어찌할 수 없다결심 중의 결심 중의 결심 중의 결심을 어찌할 수 없다견디지 않는 중의 상태를 견디는 중의 상태를 어찌할 수 없다―「상태」어찌할 수 없이 결국 되고 마는 것들 앞에서시인은 응시할 뿐이다. 치열하게.불능의 상태는 시인에게 무력감을 주지 않는다.본질을 매개하는 언어를 의심하고그 긴장을 시적 발화로 이끌어낸다.신형철 평론가가 데카르트의 명제를 인용해 "나는 언어를 의심한다. 고로 시인이다."라고 했던 말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시인의 의심이란 존재에 대한 사유와 반성을내포한다.데카르트가 방법적 회의라면이영재 시인은 시적 탐색이라고 할 수 있을까.그의 쉽지 않은 시도에 독자로 때때로 시 안에서 방황한다.하지만 언어의 한계 앞에서 탐색하는 그를 응원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