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만 수학괴물, 찰리와 누메로 1 - 수의 비밀을 파헤치다 궁리 어린이 수학동화
장영준.정미란 지음, 이진아 그림 / 궁리 / 2020년 8월
평점 :
품절


자신만만수학괴물찰리와누메로
장영준
정미란
이진아
궁리
.
.
어린시절 막막한 수학시험지 앞에서 요정이라도 나타나 풀어주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정말 유치한 상상이지만 그런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 답을 척척 알려준다면 그래도 조금은 수학에 자신감이 생기지 않았을까. 아니면 수학요정에만 의지해 결국 수학에 대해 자립심이 생기지 않을까? 하지만 이 책을 보면 확실히 전자라는 생각이 든다. 수학괴물 누메로를 만나 수학의 진정한 재미에 빠져드는 찰리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자신없는 시험을 볼 때는 성적 때문에 두렵지만 일단 시험 상황에서는 외로운 마음이 든다. 문제와 나,단둘이 있고 지는 싸움이 된다는 생각에 자신감도 생기지 않는다. 그러면 학년이 올라가거나 나이를 먹을수록 흥미를 잃게되어 결국 '수포자'가 되는 것이다. 놀랍게도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수포자였음을 고백한다. 수학을 싫어했던 저자가 어른이 되어 수학의 재미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이 책을 구상했다고 하니 믿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수포자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고 수학의 즐거움을 알기 쉽게 설명해줄 수 있으리라 확신이 들었다.
.
.
이 책은 초등학생 저학년를 대상으로 하는 수학동화다. 수의 비밀을 파헤친다는 의도로 자연수, 분수, 무리수 등을 배운다. 하지만 문제로 확인하며 개념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
.
"난 너와 우주를 여행하고 싶어. 수로 이루어진 끝없는 우주 말이야."
.
.
찰리와 누메로의 수학여행은 일상에서 출발하기도 하고 누메로라는 수학괴물 덕분에 수학의 역사적 장면을 만나기도 한다. 주로 초등수학에 해당되는 내용이 많아서 초등학생에개 추천할만 하다. 하지만 단순히 학습을 목표로 하기에는 이 책 자체가 너무 재미있다. 스토리텔링으로 수학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라기에는 가족과 생활을 중심으로 하는 동화이야기가 탄탄하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녕! 오늘도 좋은 하루 - 특수교사가 그리고 쓴 아이들과 함께한 빛나는 순간들 장애공감 2080
노에미 지음, 채송화 옮김 / 한울림스페셜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녕오늘도좋은하루
.
.
특수교사로 근무하거나 지망한다고 하면 가장 처음에 드는 생각은 '대단하다'이다. 대단하다 혹은 힘들겠다. 그렇다면 장애를 가진 특수학교 학생들은 어렵고 힘든 존재들인걸까? 장애인이 나오는 서사에서는 언제나 삶의 고군분투를 보여줌으로써 독자에게는 연민을 기반으로 하는 감정을 이끄는 듯 하다. 그러나 순수한 연민 뿐만 아니라 어쩌면 스스로 자신의 삶과 견주는 이기심도 발동하지 않을까. 누군가는 희생해야하고 그것에 감사해야하는 것이 전형적인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그것은  비장애인이 최대한 거리를 두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먼 거리에서 보기 때문에 편견 속에서 섣불리 판단하고 그들의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살핀 적이 없었기에 저지른 착각들이 아닐까. 

안녕, 오늘도 좋은 하루! 웃으며 서로 인사하는 것, 누구에게나 일상적인 하루의 시작은 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특수교사가 직접 그리고 쓴 교단 에세이를 만화로 엮은 책이다. 특수학급에서 흔히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을 보여주며 장애학생들과의 평범하지만 행복한 시간들이 그대로 전해진다. 장애인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그들이 어떤 장애를 가지고 있고 어떤 이유로 힘든지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읽는 내내 해맑은 아이들의 모습과 선생님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평범한 일상의 모습을 보며 처음에는 단순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수도 있지만 읽다보면 그런 평범을 만들어나가는 선생님과 아이들의 모습이 행복감을 전한다. 어쩌면 연령대가 조금 낮은 유쾌한 아이들과 다정다감한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읽는 동안은 순수한 즐거움을, 읽고나서는 뭉클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비투스 -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7가지 자본
도리스 메르틴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아비투스

이 책의 서문에서 '아비투스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폭로한다'고 말한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그리고 심층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 하지만 나는 '폭로'보다는 '자각'이라는 차원이서 받아들인다. 나를 알아간다는 것은 삶의 방향을 찾아 무언가를 성취하는데 첫번째 시도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나를 안다는 것에 있어서 대단히 주관적이거나 확증편향에 의존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알기 위한 노력이 나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의미는 있지만) 객관적 성취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
.
추천의 말을 쓴 이우성 시인은 "이 책을 읽을 당신은 운이 좋다"고 말한다. 동감한다. 이 책을 다 읽으면 자신에 대한 확실한 변화를 예감하게 한다. 자신의 아비투스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며 심리자본, 문화자본, 지식자본, 경제자본, 심리자본, 언어자본, 사회자본으로 나누어 접근한다. 마치 만족과 결핍에 있어서 자신의 성적표를 받는 기분으로 읽을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인생을 긍정하는 실천적인 힘을 받을 수 있다. 
.
.
35쪽. 위대한 경력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특별한 재능을 실현하거나 성과를 더 많이 인정받고 싶든, 고급 아비투스는 당신의 목표 달성을 도울 것이다. 그리고 시야를 넓히고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당신의 위치를 새롭게 설정할 기회가 왔다.
.
.
106쪽. 최정상 리그에서 성공하고 싶으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세 가지 새로운 트렌드를 사회학자들이 정리했다. 첫째, 조용한 부. 둘째, 눈에 띄지 않는 소비. 셋째, 애써 과시하지 않음으로써 과시하기. 이 세 가지를 지키는 사람은 빛나지 않음으로써 빛난다.
.
.
207쪽. 부르디외는 아비투스를 “뇌뿐 아니라 주름, 몸짓, 말투, 억양, 발음, 버릇 등 우리를 나타내는 모든 것에 기록된 몸의 역사”라고 했다. 다시 말해 우리의 사회적 지위는 우리의 몸에 새겨진다.
.
.
338쪽. 큰 야망은 아비투스의 명확한 변화를 요구한다. 정신, 문화, 지식, 돈, 신체, 언어, 관계,일곱가지 자본을 더 많이 가질수록 큰 야망을 실현하기 쉽다.
.
.
이 외에도 삶의 근본적인 변혁을 이끄는 메시지들이 많았다. 단순히 당위적 표현만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보편타당한 성공의 조언들이 구체적인 실천을 요구하고 있었다. 또한 각각의 자본들이 서로 연관되어 성장과 발전으로 이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이 책을 읽고나면 과거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강렬한 인상을 받았는데 부디, 지금부터라도 나의 아비투스를 통해 자신을 알고 자본을 활용하는 지혜로운 삶으로 이끌어가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사랑은 처음이라서 - 테마소설 1990 플레이리스트
조우리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사랑은처음이라서
1990 플레이리스트
테마소설
.
.
누구나 마음속에서 
언제든 재생되는 플레이리스트가 있다
나에게도 그렇다.
지금 음악을 듣고 있지만 
음악은 과거의 추억을 담아 그때로 돌아간다.
음악은 마음속에서 시공간의 자유를 허락한다.
1990년대. 요즘들어 자주 소환되는 시기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노래들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의 여성가수들의 음악들이다.
물론 나의 플레이리스트에 있었던 노래도 있다.
음악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작가들의 서사에 귀기울이다보면 나의 이야기도 함께 이어진다. 
.
.
엄정화의 ‘눈동자’, 이소라의 ‘처음 느낌 그대로’, 자우림의 ‘이틀 전에 죽은 그녀와의 채팅은’, 박지윤의 ‘Steal Away(주인공)’, S.E.S.의 ‘I’m Your Girl’, 한스밴드의 ‘오락실’, 보아의 ‘먼 훗날 우리’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된 음악들이다. 이 소설은 90년대 가요를 작가가 하나씩 선정에 그와 어울리는 서사를 이끌어나간다. 그러면 이 노래를 알고 있던 독자는 자기 나름의 스토리를 떠올리게 된다. 자신에게도 노래와 관련된 추억이 있고 또한 기대하는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작가의 소설과 독자의 이야기 중간에 노래가 있고 그 거리가 좁기도 했고 멀기도 했다. 
.
.
일곱편의 단편 중에서 가장 마음의 거리가 가까웠던 작품은 조시현의 <에코체임버>였다. 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인공의 일상이 무척 선명해 공감을 받았고 또한 한스밴드 오락실의 가사 중 "승부의 세계는 너무너무 냉정해"를 과거와 현재의 상황에서 주인공에게 연상되며 여운을 남겼다. 한스밴드의 가사 속 서사가 짐작되는 지점이나 실패와 후회를 반복하는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끼게 했다. 아마 가요를 적절히 연상시키면서도 소설 안에서 가요를 주되게 형상화하여 읽는 내내 재미를 느꼈다. 
.
.
아울러 권민경 시인의 발문은 어쩌면 소설보다 더욱 공감을 자극해 여러번 다시 읽게 되었다. 
.
.
“이 소설들은 분명 지나간 시대의 이야기고, 또 어느 정도 사소해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공감의 이야기이다. 2020년 현재까지 이어질 만한 강력한 공감. 세대를 넘어 오랫동안 읽혀온 문학 작품, 불려온 노래들처럼, 이 책의 소설들은 오랫동안 이야기되길 원하며 독자를 바라보고 있다.”
- 권민경(시인), ‘발문’ 중에서
.
청량감이 넘치는 표지 속에 노란 원피스의 소녀는 헤드폰을 끼고 돌아본다. 그녀는 어떤 음악을 듣고 있을까. 나와 같은 음악을 듣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어폰을 나눠끼고 음악을 듣던 그 시절의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네Nez입니다
김태형 지음 / 난다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네Nez입니다

문학시간에 시를 배울 때 공감각적 심상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하나의 감각이 동시에 다른 영역의 감각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일어나는 심상을 가리킨다. 어느 구절에 밑줄을 치며 메모를 했었다. 그런데 나에게 한권이 책이 공감각적인 심상으로 남게 되었다. 향기에 대해 써내려간 문장이지만 글로서의 아름다움과 완성도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향기를 재현하는 문장은 조향사의 인생과 사유까지 담아내기에 충분했다. 
.
.
이 책은 조향사인 김태형 작가의 에세이는 동시에 조향에 대한 교본같은 책이기도 하다. 조향사가 되기를 결심하고 노력했으며 조향사의 길을 걷는 삶을 다루고 있는 1부는 에세이의 성격이 강하다면, 2부는 조향의 모든 것을 a부터 z까지 상세히 항목화하여 전달하기에 교본이라 할만하다. 이 책이 둘로 구성되어 있지만 1부의 에세이는 조향사의 단순한 일상이라기보다 향에 대한 집념과 열정의 태도가 보이기에 교본처럼 배울 점이 많다. 또한 2부의 사전같이 전개되는 교본에서도 그의 미문으로 정확하고 섬세하게 작성되어 문외한인 독자에게도 향수에 대한 관심을 자극한다.
.
.
타인에게는 미지라고 할만한 자신의 세계를 보여주는 방식의 진정성이 느껴졌다. 특히 그가 조향사의 삶을 결심하고 향에 대해 정의하는 부분에서 시적인 비유와 진심어린 열정에 놀라웠다.
.
.

작곡가가 오선지 위에 음표들을 춤추게 하고, 화가가 수백 가지의 색으로 또다른 세계를 그려내며, 작가가 종이 위 단어들에 생명을 불어넣듯, 조향사는 아름다운 향료를 구사하여 향수에 자신의 이야기를 채우고 감성을 입힌다. 나의 예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향수는 시향하는 사람에게 전달되어 또다른 경험과 감정을 이끌어낸다. 조향사가 담은 이야기에 공감하여 자신의 추억을 되짚어보기도 하고, 토닥여주는 향기에 슬픔을 맡기며 자신을 추스르기도 한다. 이런 상호작용을 모두 포함한 예술이 바로 향이다. ㅡ 책속에서
.
.
나는 향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처음에 이 책을 난다서포터즈를 통해 만났을 때, 낯설기도 했고 호기심이 자극되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며 자신의 세계를 아름답게 가꿔나가는 사람의 마음이 담긴 문장들을 눈에 담으며 순간순간 감동을 느꼈다. 낯선 세계에 초대되어 그의 솔직한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동시에 그의 예술에 감탄하는 경험은 소중할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혹시 조향에 관심이 있거나 조향사를 꿈꾸는 사람에게 추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다가 에세이만으로도 충분히 순수한 열정이 전달되었고 그가 만드는 향처럼 아름다운 문장에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읽다가 알았지만, 작가가 김소진 소설가와 함정임 소설가의 아들이라고 하니 이 책이 더욱 소중해졌다. 특히 돌아가신 김소진 소설가의 전집을 소장하며 그의 짧은 생에 안타까움을 그리고 남겨진 글에 감사함을 때때로 느껴왔다. 그렇기에 조향사라는 다른 진로를 선택했음에도 한권이 책으로 문장으로 자신의 세계를 그려나간다는 것이 김소진 소설가를 사랑하는 독자에게는 또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이 책에서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후각상실증이었고 그 아들이 조향사라는데 멋진 아이러니라고 한다. 하지만 시대를 성찰한 훌륭한 소설가의 아들로   자신의 예술을 담아내는 문장으로 삶에 대한 에세이를 써서 독자에게 감동을 준다는 것이 너무나 필연적으로 느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