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Nez입니다
김태형 지음 / 난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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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네Nez입니다

문학시간에 시를 배울 때 공감각적 심상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하나의 감각이 동시에 다른 영역의 감각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일어나는 심상을 가리킨다. 어느 구절에 밑줄을 치며 메모를 했었다. 그런데 나에게 한권이 책이 공감각적인 심상으로 남게 되었다. 향기에 대해 써내려간 문장이지만 글로서의 아름다움과 완성도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향기를 재현하는 문장은 조향사의 인생과 사유까지 담아내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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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조향사인 김태형 작가의 에세이는 동시에 조향에 대한 교본같은 책이기도 하다. 조향사가 되기를 결심하고 노력했으며 조향사의 길을 걷는 삶을 다루고 있는 1부는 에세이의 성격이 강하다면, 2부는 조향의 모든 것을 a부터 z까지 상세히 항목화하여 전달하기에 교본이라 할만하다. 이 책이 둘로 구성되어 있지만 1부의 에세이는 조향사의 단순한 일상이라기보다 향에 대한 집념과 열정의 태도가 보이기에 교본처럼 배울 점이 많다. 또한 2부의 사전같이 전개되는 교본에서도 그의 미문으로 정확하고 섬세하게 작성되어 문외한인 독자에게도 향수에 대한 관심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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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는 미지라고 할만한 자신의 세계를 보여주는 방식의 진정성이 느껴졌다. 특히 그가 조향사의 삶을 결심하고 향에 대해 정의하는 부분에서 시적인 비유와 진심어린 열정에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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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가 오선지 위에 음표들을 춤추게 하고, 화가가 수백 가지의 색으로 또다른 세계를 그려내며, 작가가 종이 위 단어들에 생명을 불어넣듯, 조향사는 아름다운 향료를 구사하여 향수에 자신의 이야기를 채우고 감성을 입힌다. 나의 예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향수는 시향하는 사람에게 전달되어 또다른 경험과 감정을 이끌어낸다. 조향사가 담은 이야기에 공감하여 자신의 추억을 되짚어보기도 하고, 토닥여주는 향기에 슬픔을 맡기며 자신을 추스르기도 한다. 이런 상호작용을 모두 포함한 예술이 바로 향이다. ㅡ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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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향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처음에 이 책을 난다서포터즈를 통해 만났을 때, 낯설기도 했고 호기심이 자극되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며 자신의 세계를 아름답게 가꿔나가는 사람의 마음이 담긴 문장들을 눈에 담으며 순간순간 감동을 느꼈다. 낯선 세계에 초대되어 그의 솔직한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동시에 그의 예술에 감탄하는 경험은 소중할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혹시 조향에 관심이 있거나 조향사를 꿈꾸는 사람에게 추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다가 에세이만으로도 충분히 순수한 열정이 전달되었고 그가 만드는 향처럼 아름다운 문장에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읽다가 알았지만, 작가가 김소진 소설가와 함정임 소설가의 아들이라고 하니 이 책이 더욱 소중해졌다. 특히 돌아가신 김소진 소설가의 전집을 소장하며 그의 짧은 생에 안타까움을 그리고 남겨진 글에 감사함을 때때로 느껴왔다. 그렇기에 조향사라는 다른 진로를 선택했음에도 한권이 책으로 문장으로 자신의 세계를 그려나간다는 것이 김소진 소설가를 사랑하는 독자에게는 또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이 책에서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후각상실증이었고 그 아들이 조향사라는데 멋진 아이러니라고 한다. 하지만 시대를 성찰한 훌륭한 소설가의 아들로   자신의 예술을 담아내는 문장으로 삶에 대한 에세이를 써서 독자에게 감동을 준다는 것이 너무나 필연적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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