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그림자가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82
황선미 지음, 이윤희 그림 / 시공주니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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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그림자가
황선미
시공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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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그림자. 서로 대비를 이루고 있다. 환한 영역과 어두운 영역을 각자 지키며 경계를 만든다. 주인공 빛나라는 빛의 영역에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늘 빛을 보고 자라난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숨겨야할 것들이 있고 아무도 모르고 넘어가야하는 비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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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태몽에 대해 말하며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만들지만 빛나라만은 그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태몽을 누구에게 물어봐야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보육원 출신으로 입양된 빛나라는 태몽과 출생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하지만 모른다고 솔직히 말할 수 없다. 모르는 이유에서 자신이 입양아임을 밝혀야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단지 '기억이 안난다'고 말할 수 있는 사소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것으로 인해 결핍을 경험한 입장에서는 걱정과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 빛나라에게 어렵게 얻은 행운과 노력이기 때문이다. 친구관계도 마찬가지다. 비밀공책을 나눠쓰는 은재와 유리의 존재는 빛나라에게 너무도 소중하다. 정상적인 가정에서 평범한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빛나라에게는 행운이기 때문이다. 삽다기 등장한 전학생 허윤의 존재는 이들의 우정을 방해하기도 한다. 은재가 허윤을 좋아하고 은재는 빛나라에게 우연히 다가오기 때문이다. 빛나라는 비밀공책에 적을 수 없는 비밀 때문에 이야기를 만들고 어두운 그림자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기억에 마음의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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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미작가가 그리는 아이들의 마음은 섬세하다. 특히 비밀을 간직한 빛나라의 마음 속 방황과 외로움은 매우 투명하게 전달되어 누군가의 일기를 보는 듯 하다. 동시에 여자 아이들 사이의 우정과 갈등은 마치 내가 겪었던 어느날을 떠올듯 생생하다. 동시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그림작가인 이윤희작가의 그림은 이 작품의 인물과 분위기에 너무나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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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그림자. 의아한 제목일수 있으나 그림자가 빛나는 이유를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동시에 주인공 빛나라의 그림자 역시 마음 한구석을 환히 밝혀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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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은 에피쿠로스처럼 - 탐식이 괴로운 이들을 위한 음식 철학
안광복 지음 / 북트리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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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은에피쿠로스처럼
안광복
북트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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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식탁을 생각해본다. 식탐에서 자유롭지 못한 식탁인지도 모르겠다. 식사의 즐거움은 음식을 탐하는 마음과 그 즐거움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것에 있겠지만 음식 그 자체를 생각하는 마음은 깊지 않았다. 위를 채우거 혀를 즐겁게하는 수준에서만 만족감을 느꼈던 듯 하다. 하지만 이제 식탁 위의 음식으로부터 일상의 철학적 의미를 부여해보고자 한다. 이 책을 통해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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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쿠로스는 자신의 욕망을 ‘필수적인 욕구’ 수준에 머물도록 하는 데 공을 들였다. 기록에 따르면, 그의 식생활은 “하루에 음식을 장만하는 데 1므나의 돈도 쓰지 않고 포도주 4분의 1L만으로도 만족하면서, 그나마 대부분은 물만 마시는 생활을 즐기”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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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에서 에피쿠로스가 언급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많은 철학자들이 나름의 음식 철학을 가질 것이다. 철학자를 넘어 많은 역사적 인물들의 음식철학은 분명 흥미로울 것이다. 그러나 간단하고 금욕적인 식사에서 즐거움을 찾는 진정한 쾌락주의자인 에피쿠로스에서 찾는 이유는 이 책에서 제시하는 음식철학들의 기본적인 생각이 에피쿠로스와 닮아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탐식철학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달고 짜고 기름진 음식말고 진짜 나에게 좋은 먹거리를 맛있다고 느끼는 읍맛을 갖춘다면,

둘째, 식사시간을 좋은 사람과 정을 나누는 따뜻한 분위기로 채운다면,

셋째, 음식에 예의를 갖추며 제대로 상을 차리고 천천히 먹는다면

넷째, 한때 생명이었을 모든 먹거리에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면,

좋은 삶을 누릴뿐더러 탐욕과 다툼으로 가득한 우리 문명오 평화롭고 따뜻해질 것이다.(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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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해서 식탁 앞에 두고 싶은 글귀다. 음식철학을 말하는 책이라면 어떤 예상을 했을까. 음식과 관려된 요리명장의 메시지나 아니면 저자가 철학교사이기에 철학자들의 음식 이야기를 만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 책은 우리가 먹고 만나는 음식에서 출발한다. 동시에 음식을 먹고 대하는 사람들의 철학적 사유를 이끌기에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음식철학책이라고 할만하다.
단짠과 달콤한 가짜의 맛에서 시뮬라르크를 말하고 먹방이나 맛집, 혼밥과 같은 현실적인 소재들을 철학과 접목하여 생각하게 한다. 집밥, 소울푸드, 패스트푸드 등등 이 책의 주제는 음식이지만 철학적 깊이로 생각할 지점이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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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교사인 안광복 작가님의 책들은 철학에 입문하거나 혹은 철학적 사유를 일상에서 만나고싶은 시도에서 굉장히 반가운 책이다. 하지만 특별한 음식철학에 대한 책을 만나보니 단지 철학이 책을 벗어나 일상에서 편하게 또한 반갑게 만날 수 있음에 기쁘다. 많은 사람들의 식탁도 에피피쿠로스를 만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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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물론 - 인터뷰와 지도제작
릭 돌피언.이리스 반 데어 튠 지음, 박준영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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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물론
#인터뷰와지도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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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반데어튠 지음
#박준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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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물론. 일단 유물론에 대해서도 막연하게 알고 있어서 "새로운 유물론"에 대해서는 읽기 전부터 어려움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읽고 나서도 (이해에 있어서 놓친 부분이 있고 그런만큼 이 책을 가까이두고 다시 볼 부분도 많을 것이다) 여전히 어렵다. 아마 올해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어려운 책이 될 것이다. (이건 절대적으로 나의 경우) 수년전 칸트의 <실천이성비판>을 가장 어려운 책으로 생각했다. (<순수이성비판>은 아예 안 읽었다. 동료교수 헤르츠가 앞에만 보고 되돌려줬다고 한다.) 결국 자유, 자율, 보편, 일반...이런 개념들을 더듬으며 읽었다. 어려워서 포기한 책들은 너무 많다. 특히 현대철학에서 들뢰즈는 철벽 방어를 해왔는데 신유물론을 읽으며 가장 후회가 된 일이다. 이 책을 정확하게 읽기 위해서는 들뢰즈에 대한 선행학습이 필요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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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 책을 읽어야할 이유는 분명하다. 철학에 대한 책들에 대해 처음에는 지식을 위해서 읽는다고 생각했다. 철학자들의 개념과 지적 성취를 우선적으로 생각했다. 스파노자는 코나투스, 칸트는 정언명령, 롤즈는 정의, 요나스는 책임....대략 이런식으로. 하지만 사실 인간에게는 망각이라는 정보처리과정상의 필연적 단계가 있다. 나도 예외일리 없는데 개념들은 자연스럽게 희미해진다. 그렇다고 아예 유실되는 것는 결코 아니다. 사유의 힘을 기르는 근육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깊게 공부했는지 그 정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나의 경우는 부실하겠지만...그래도 분명 생각하는 힘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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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신유물론은 간학제성을 표방한다.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간 개념적으로 소통하는 것이다. 페미니즘, 철학적 존재론, 기술과학철학 등의 분야에서 물질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정립하는 것이 신유물론이다. 이렇게 학제들간에 유의미한 지점을 만드는 것이 신유물론의 결정적인 특징인 "횡단성"이다. 이는 비범주적이고 비결정적인 의미로 볼 수 있다. 방향성을 가로지르는 이분법적 구별을 뛰어넘으며 가로 지른다. 그렇기 때문에 횡단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다. 당연히 지금은 안되지만 이분법을 넘어선 이후에 가능할 것이다. 진리와 지식의 운동성을 미묘하게 느꼈다. 따라서 이 책의 주요한 두번째 개념인 "물질적 전회"로 이어진다. 자기조직화와 형태발생적 힘을 가진 능동적 주체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여기서도 자연과 인위의 이분법적 개념을 넘어서기 때문에 횡단성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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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성과 물질적 전회라는 개념은 이어지는 여러 학자들의 인터뷰를 읽을 때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한다. 또한 생소한 학자들이지만 그들이 인터뷰를 통해 전달하는 개념은 상세한 설명과 이어진다. 이론서가 아닌 인터뷰를 기반으로 해서 마치 강연을 듣는 기분이기도 했다. 다음으로 지도제작이라는 말은 어려울 수 있으나 언급된 개념들을 다시한번 제시하며 그 위치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어려운 부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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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달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 책은 어렵다. 하지만 철학적 사유의 신장과 현대철학의 중요한 화두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의미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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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를 돌면 큰곰자리 60
성현정 지음, 혜란 그림 / 책읽는곰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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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를돌면
#성현정
#책읽는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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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를 돌면, 이라는 제목은 다음에 이어질 말을 상상하게 한다. 모퉁이를 돌면 무엇을 보게 될까? 무슨 일이 일어날까? 표지의 아이, 커다란 눈망울로 놀라움이 가득한 얼굴에 호기심이 생긴다. 모퉁이를 돌았을 때 목격한 그 놀라움을 함께하고 싶은 생각에 책장을 넘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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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연우는 외톨이가 되기 싫어서 현아와 어울린다. 하지만 연우는 하기 싫은 일도 어울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다. 걸그룹 연습생인 현아는 같이 춤을 추길 원하고 연우는 춤추기 싫어도 따라가는 편이다. 자신의 마음을 헤아리지도 못하고 현아 패거리를 따르던 연우는 우연히 모퉁이 빌라를 지다가다가 지상이를 만난다. 우산을 빌려주고 라면을 끓여주는 지상이의 환대에 연우의 마음은 따뜻해진다. 또 함께 반지하 빌라에서 창 밖의 신발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며 정다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싫으면 안하면 되잖아"라고 말해주는 지상을 통해 연우는 자신감을 찾아간다. 그리고 둘 사이의 예상치못한 인연은 이 작품이 단순히 우정을 넘어 자신을 찾는 여정임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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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인 <두배로 카메라>를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설정부터 신선하고 공감되는 이야기로 기억에 남아있다. 이 책은 좀더 나의 취향에 가까웠다. 이 책은 단편집으로 다른 두편의 작품인 <꿈장난꾼>과<오늘의 내일>도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아이들의 심리를 선명하게 드러내면서 동시에 어린시절의 나를 회상하게 한다. 앞으로 만나게될 어린이 독자들에게 큰 공감을 주고 든든한 위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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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정소영 옮김 / 엘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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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지내요

"육체가 그 의무를 다했을 때 고통받는 영혼을 그 육체로부터 구해내는 것은 올바른 일일 것이다. 그러나 예정된 시간이 왔을 때 영혼을 구할 힘조차 잃어버릴 수 있다. 그것이 두렵다면 예정된 시간 전에 영혼을 구해야한다." 세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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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열었을 때 마치 가벼운 안부같은 제목은 이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와 다른 무게로 느껴졌다. 어떻게 지내는지 묻는 것이 이토록 어려울까. 또한 질문 앞에 대답을 주저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읽는 내내 지울 수 없었다. 평소 안락사라는 윤리적 문제에 관심이 많고 수업의 주제나 관련 도서를 읽어왔다. 그중 세네카의 말은 안락사에 대해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구절이었다. 하지만 이제 나에게는 연구의 텍스트들이나 학자들의 명언보다 이 책을 먼저 떠올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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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요? 이렇게 물을 수 있는 것이 곧 이웃에 대한 사랑의 진정한 의미라고 썼을 때 시몬 베유는 자신의 모어인 프랑스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프랑스어로는 그 위대한 질문이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나요?(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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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암선고를 받은 친구로부터 함께 마지막 여행을 가자고 제안을 받는다. 안락사약을 구했으며 조용히 삶을 끝내고 싶다는 친구의 말은 이해불가하기도 하고 충격적이기도 하지만 여행에 동참하고 낯선 평화 속에서 친구의 곁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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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의 차원도 효율의 차원도 아닌 병마로 인한 고통 앞에선 연약하지만 강렬한 목소리 앞에서 숙연한 마음이 든다. 병에 대해 선악의 구도를 대입하고 환자를 통해 영웅서사를 이끄려는 이들을 친구는 통렬하 비판한다. 그 목소리는 암환자로부터 가능한 생생한 것이며 지금까지 놓쳐온 문제들을 자각하게 한다. 안락사를 죽음을 선택할 권리로 존중한다면 그 과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를 섬세하게 배려하는 '나'의 태도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영웅서사를 강요하는 것은 편견과 고정관념에 사로 잡힌 우리들인지도 모른다. 그들의 여정에서 감동과 비극을 기대하는 것은 독자로서의 월권(?)인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대화는 일상적이면서도 깊이가 있고 나는 경청하게 되기 때문이다.
죽음을 앞두고 있다고 카운트다운을 세듯 긴장할 이유는 없다. 마치 어제처럼 살아가는 것이 그들이 원하는 평온의 첫번째 조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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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했다. 고통받는 사람을 보면서 내게도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 생각하는 사람과 내게는 절대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생각하는 사람. 첫 번째 유형의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견디며 살고, 두 번째 유형의 사람들은 삶을 지옥으로 만든다. (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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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이 책은 윤리적 문제에 있어서 독자의 대답을 이끈다. 안락사를 쟁점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친구의 곁을 지키며 무심한 듯 섬세한 주인공의 태도가 잊혀지지 않는다. 그러한 이유로 '어떻게 지내요'라고 독자가 묻고 싶은 사람이 그가 아닐까. 해박한 사회적, 문화적 지식으로 이야기는 충만하고 또한 세계와 친구 앞에서 유지하는 균형이 이야기에 함께하는 독자에게 안정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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