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은 에피쿠로스처럼 - 탐식이 괴로운 이들을 위한 음식 철학
안광복 지음 / 북트리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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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은에피쿠로스처럼
안광복
북트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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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식탁을 생각해본다. 식탐에서 자유롭지 못한 식탁인지도 모르겠다. 식사의 즐거움은 음식을 탐하는 마음과 그 즐거움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것에 있겠지만 음식 그 자체를 생각하는 마음은 깊지 않았다. 위를 채우거 혀를 즐겁게하는 수준에서만 만족감을 느꼈던 듯 하다. 하지만 이제 식탁 위의 음식으로부터 일상의 철학적 의미를 부여해보고자 한다. 이 책을 통해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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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쿠로스는 자신의 욕망을 ‘필수적인 욕구’ 수준에 머물도록 하는 데 공을 들였다. 기록에 따르면, 그의 식생활은 “하루에 음식을 장만하는 데 1므나의 돈도 쓰지 않고 포도주 4분의 1L만으로도 만족하면서, 그나마 대부분은 물만 마시는 생활을 즐기”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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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에서 에피쿠로스가 언급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많은 철학자들이 나름의 음식 철학을 가질 것이다. 철학자를 넘어 많은 역사적 인물들의 음식철학은 분명 흥미로울 것이다. 그러나 간단하고 금욕적인 식사에서 즐거움을 찾는 진정한 쾌락주의자인 에피쿠로스에서 찾는 이유는 이 책에서 제시하는 음식철학들의 기본적인 생각이 에피쿠로스와 닮아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탐식철학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달고 짜고 기름진 음식말고 진짜 나에게 좋은 먹거리를 맛있다고 느끼는 읍맛을 갖춘다면,

둘째, 식사시간을 좋은 사람과 정을 나누는 따뜻한 분위기로 채운다면,

셋째, 음식에 예의를 갖추며 제대로 상을 차리고 천천히 먹는다면

넷째, 한때 생명이었을 모든 먹거리에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면,

좋은 삶을 누릴뿐더러 탐욕과 다툼으로 가득한 우리 문명오 평화롭고 따뜻해질 것이다.(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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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해서 식탁 앞에 두고 싶은 글귀다. 음식철학을 말하는 책이라면 어떤 예상을 했을까. 음식과 관려된 요리명장의 메시지나 아니면 저자가 철학교사이기에 철학자들의 음식 이야기를 만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 책은 우리가 먹고 만나는 음식에서 출발한다. 동시에 음식을 먹고 대하는 사람들의 철학적 사유를 이끌기에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음식철학책이라고 할만하다.
단짠과 달콤한 가짜의 맛에서 시뮬라르크를 말하고 먹방이나 맛집, 혼밥과 같은 현실적인 소재들을 철학과 접목하여 생각하게 한다. 집밥, 소울푸드, 패스트푸드 등등 이 책의 주제는 음식이지만 철학적 깊이로 생각할 지점이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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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교사인 안광복 작가님의 책들은 철학에 입문하거나 혹은 철학적 사유를 일상에서 만나고싶은 시도에서 굉장히 반가운 책이다. 하지만 특별한 음식철학에 대한 책을 만나보니 단지 철학이 책을 벗어나 일상에서 편하게 또한 반갑게 만날 수 있음에 기쁘다. 많은 사람들의 식탁도 에피피쿠로스를 만나기를!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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