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신발#전건우#남유하#정명섭#김효찬#초록비공방..장화신은 고양이, 오즈의 마법사, 신데렐라, 빨간 구두. 네편의 고전동화는 "신발"이 주요한 소재이며 서사를 이끄는 장치다. 우리의 삶에서도 신발은 특별하다. 신발을 신으면 어딘가로 떠난다. 어쩌면 신발은 우리와 가장 밀접한 길동무가 되는 것이다. 동시에 신발로부터 출발하는 특별한 이야기들은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이제 그 고전동화의 신발은 지금 우리의 신발이 되어 변주된다. 전형을 넘어서서 지금 여기서 벌어질 수 있는 신발에 대핸 특별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사기꾼 고양이의 짧은 변명>은 전건우작가가 '장화신은고양이'를 새롭게 쓴 것이다. 독이 든 참치캔을 먹은 고양이가 민우의 도움으로 살아나고 은혜를 갚으려고 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변명을 이어간다. 고양이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많지만 이 소설의 고양이는 더욱 특별하다. 엔솔로지에서 자주 만나는 남유하 작가의<은색 운동화>는 '오즈의 마법사'와 연상된다. 그런데 모험을 떠나는 곳이 다름아닌 누군가의 마음이라면? 남유하 작가의 전작들을 흥미롭게 읽어왔기에 이 작품 역시 재미있었다. 구두라는 주제에서 단연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신데렐라일 것이다. 정명섭 작가의 <유리구두를 찾아라> 양극단의 경제적 불평등 속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려는 주인공의 욕망이 잘 보여진다. 마지막으로 <왈츠에 맞춰 새빨간 춤을>은 김효찬 작가의 작품으로 '빨간 구두'를 재해석한 것이다. 잔혹동화라고 할 수 있는 충격적인 전개와 결말이 새로운 작품에서는 현시대에 맞는 동시에 공포심을 자극하는 서사가 되었다. 어쩌면 지긋지긋한 가족 서사일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 긍정을 발견하게 되는 대목이 특히 좋았다. ..신발에서 시작된 이야기들을 읽으며 내가 신은 신발을 바라본다. 내가 떠나는 길을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하는 신발은 우리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고전의 서사가 새롭게 재해석되면서도 신발에 대한 시선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작품마다 특별하게 담겨있었다. 또한 삽화가 굉장히 매력적이라서 읽는 동안 시선을 자극했다.협찬
#관통당한몸#크리스티나램#한겨레출판..'무엇에' '누구의' 몸이 관통당했는가. 전쟁에서 총과 칼이 관통당한 몸을 ... 하지만 시선과 욕정으로 관통당한 나약한 몸은 두려움에 침묵을 강요당하며 부끄러움을 몸에 새겨야한다. 죽음 이하의 삶. 몸을 관통한 잔인한 시간들이 더 이상이 삶을 족쇄로 옭아매는 삶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전쟁의 희생은 어쩔 수 없는 것처럼 여기는 안일한 태도가 어쩌면 이 땅의 전시강간 피해자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느린 살인'이라고 말한다. 이제라도 그들의 목소리에 무거운 마음으로 귀를 기울여야된다고 생각한다. ..끔찍한 실상에 대해 충격을 받았지만 이 문제를 하나의 책으로 종합했을 때 단순히 충격 이상의 통찰을 갖게 된다. 먼저 전시강간의 참혹한 실상에 대해 생생한 증언의 목소리를 전쟁 역사의 장면에서 목격한다면 그 이후 전시강간에 대해서 깊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강간은 사회가 가해자를 처벌하기보다 피해자를 낙인찍을 가능성이 더 많은 유일한 범죄다.” _ 프라밀라 패튼(분쟁하 성폭력에 대한 UN 사무총장 특별대표)..그건 성적인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무너뜨리는 수법입니다. 피해자의 내면에서 사람이라는 느낌을 빼앗는 것이지요. ‘너는 존재하지 않아,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걸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364쪽)..이 책의 저자는 전쟁의 무기이기도 한 전시강간에 대해 전쟁을 직접취재하고 인터뷰를 통해 진실을 알리고 있다. 책속의 진실은 무엇보다도 가장 강력한 힘이다. "살아남아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할 겁니다" 증언의 용기가 변화의 시작일 것이다. 이 변화는 결국 충격적으로 경각심을 일으켜 반전, 평화, 인권으로 불붙을 것이다.
#판을까는여자들#신민주#노서영#로라#한겨레출판..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대선 전이었고 서평을 쓰는 지금은 대선 후다. 결과에 관계없이 나는 이번 대선에서 '이대녀'라고 불리는 이들의 저력을 확인했다. 내가 그들의 선배세대라고 할지라도 그들이 갖는 문제의식과 연대감은 나의 세대와는 또다른 것이었다. 사실 나는 82년생으로 김지영세대라고 할 수 있는데 여러이유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나는 세대에 대한 명칭이 불리는 사람보다 부르는 사람의 편의에 있다고 생각하며 언론이 이에 대한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이대녀 혹은 이대남 이라는 명칭이 그렇게 반갑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녀들의 목소리는 우리사회에 귀기울여야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들은 이대녀의 자리에서 가장 솔직하게 일상과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우선 필자 중에 한명인 신민주작가의 첫번째 에세이 #집이아니라방에삽니다 를 인상적으로 읽은 사람으로서 작가가 일상의 문제를 치열하고 섬세하게 다룬다는 것에 신뢰가 갔다. 그가 국회보좌관이나 mz세대에 대해서 생생한 문제제기를 한다. ..정치는 젊은 여성에게 기회를 주지 않으면서 젊은 여성들의 능력을 탓하기 바빴다. 구색 맞추기로 딱 한 명, 아주 소수의 여성이 정치에 진입하는 것을 허가하고 그들이 여성혐오와 외롭게 싸우는 동안에는 방관했다. (24쪽)..또한 n번방이나 알페스처벌법 여성혐오에 대한 문제를 객관화된 언론 보도가 아닌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들을 수 있어서 그 무게감이 달랐다. 세명의 저자는 너무 당연했던 차별에 대해서 우리 세대가 놓친 문제의식을 선명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알페스 처벌법이 문제적인 것은 그런 기획을 국회 차원에서 끌어안았기 때문이다. 국회는 ‘여성’들의 문화에도 (마치 남성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제재가 가해져야 한다는 요구에 응답하면서, 디지털 성폭력의 지난한 역사를 일종의 영역 싸움에 불과한 것으로 격하시켰다. 알페스 처벌법은 그 모욕의 증거다.(111쪽)..마지막에서 세명의 저자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 에필로그가 인상적이었다. 그들이 각자의 챕터에서 글을 남겼지만 함께 사서한 고민부터 정체성까지 나누는 연대의 모습으로 마무리되었기 때문이다. ..제목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판을 까는 것 그러니까 그것이 판을 깔아주는 것인가 판을 (걷어차)까는 것인가 혼자 고민했다. 그들에게는 판을 과감히 까버리는 용기가 있고 또한 새로운 판을 깔만한 지성도 있는 듯하다.
어느날문득내가달라졌다김이환장아미정명섭정해연조영주생각학교..마음이 흔들릴 때 정체성을 확인하게 해주는 것은 일단 몸이다. 몸과 마음이 정체성을 확인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2차성징의 청소년기는 몸의 변화와 성장에 각자 확신하지 못하고 이에따라 마음 역시 방황한다. 청소년의 몸과 성장통을 중심으로 모인 다섯편의 청소년 소설 앤솔로지는 이에 대한 진실한 목소리를 상상력을 더해서 전한다. ..“콤플렉스는 콤플렉스야. 싫은 건 싫은 거라고. 그건 갑자기 좋아할 수 있는 것도 아니야. 숨길 것까지는 아니지만 막 드러낸다고 해서 갑자기 콤플렉스가 아닌 것이 되는 건 아니란 말이야. 네가 싫어하는 걸 싫어하지 않는 척하니까 네 마음이 힘든 거라고.”_<가슴, 앓이> 중에서..콤플렉스와 개성 사이에 이름을 붙이는 대로 고민이 투영되고 또 이를 감추거나 드러내려고 하는 시도들은 어색하더라도 진정성이 있다. 변화와 성장을 지나온 어른에게는 마치 확실한 종착지가 있는 것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겠지만 그 시기에서 격렬한 성장통을 겪는 청소년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동시에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고민할것이다. 그리고 상상의 서사가 이어져 흥미를 자극한다. 청소년들의 생활 실감나게 그려지기도 하고 또 sf적 상상력이 결합하여 재미있는 다섯편의 소설을 만나게 된다. 어른독자에게는 특별한 공감과 추억을 제공하지만 청소년 독자에게는 동질감을 통해 큰 위로가 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소재들은 정체성으로 확장된다. 가슴이나 머리카락 그리고 눈동자를 소재로 각각 개성강한 특별한 이야기를 만나게 되고 이어지는 작품에는 sf상상력을 결합하여 이식받은 다리와 손으로 예상을 넘어서는 소설들을 만나게 된다. ..“사람의 기억이지. 사실, 두 다리로 걷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란다.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거든. 사람도 어릴 때 걸음마를 떼는 게 쉽지 않잖아.”“그래서 사람의 기억을 심은 건가요?”_<꿈속을 달리다>..몸에 대한 이야기, 혼자 그 변화와 성장을 감당하기 힘들 때 이 소설이 즐거움과 위로를 줄 것이다.
#어떻게죽을것인가#아툴가완디#부키..죽음에 대해서 단한번도 객관적 실체로 생각해본 적이 없는 듯하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누군가의 죽음을 생각할 때는 슬픔 혹은 징벌처럼 여겨질 뿐이며 내가 아는 누군가의 죽음도 애도의 마음을 갖게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은 있는가. 아마도 너무너무 힘들 때, 극단적인 내면의 비명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혹은 막연히 공포심을 동반한 가정일 뿐이다. 단한번도 죽음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은 살아있는 삶의 활력을 잃게 하는 것 같았고 마치 보람있는 하루를 보내는데 금기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처럼, 무엇이든 마무리와 결말의 중요성을 따져야한다면 '죽음' 역시 같은 맥락에서 생각되어야할 것이다. 하지만 그 끝은 어떤 감정적 잉여없이 있는 그대로 대면해야할 것이며 객관적으로 동시에 진정성으로 다뤄져야할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수없이 죽음을 마주하며 진심어린 성찰로 독자를 인도하는 아툴 가완디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저자이다.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질병, 노화, 죽음에 따르는 여러 가지 시련은 의학적인 관심사로 다뤄져 왔다. 인간의 욕구에 대한 깊은 이해보다 기술적인 전문성에 더 가치를 두는 사람들에게 우리 운명을 맡기는, 일종의 사회공학적 실험이었다. 그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200쪽)..죽음 이전의 노화를 막으려고만 하고 막상 죽음에 대해서는 피하려고만 한다. 독립적인 삶에서 부터 의존과 도움이 필요한 삶은 모두에게 예외가 없다. 따라서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좌절과 낙담이어서는 안된다. 죽음은 우리 삶의 엔딩이고 얼마든지 해피엔딩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시선은 늘 타인을 향한 것이었는데 이제는 겸허한 마음으로 나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야할 때인 것이다...이 책은 용기를 준다. 막연하게 피하기만 했던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가장 진실하게 이어갈 수 있도록 힘이 되주는 책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서 자주 대답을 생각하려고 한다. 물론 답은 떠오르지 않더라도 그 질문이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잡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기에 등장하는 사례들의 소개는 아툴 가완디의 정이 느껴지는 솔직함으로 읽는 이의 마음을 따스하게 비춘다. 그래서 죽음이 두려운 것이라고 피하기 보다는 나의 삶을 향한 진정성 있는 태도의 완결임을 느낀다. 도서협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