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을 까는 여자들 - 환멸나는 세상을 뒤집을 ‘이대녀’들의 목소리
신민주.노서영.로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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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대선 전이었고 서평을 쓰는 지금은 대선 후다. 결과에 관계없이 나는 이번 대선에서 '이대녀'라고 불리는 이들의 저력을 확인했다. 내가 그들의 선배세대라고 할지라도 그들이 갖는 문제의식과 연대감은 나의 세대와는 또다른 것이었다. 사실 나는 82년생으로 김지영세대라고 할 수 있는데 여러이유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나는 세대에 대한 명칭이 불리는 사람보다 부르는 사람의 편의에 있다고 생각하며 언론이 이에 대한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이대녀 혹은 이대남 이라는 명칭이 그렇게 반갑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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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대녀들의 목소리는 우리사회에 귀기울여야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들은 이대녀의 자리에서 가장 솔직하게 일상과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우선 필자 중에 한명인 신민주작가의 첫번째 에세이 #집이아니라방에삽니다 를 인상적으로 읽은 사람으로서 작가가 일상의 문제를 치열하고 섬세하게 다룬다는 것에 신뢰가 갔다. 그가 국회보좌관이나 mz세대에 대해서 생생한 문제제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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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젊은 여성에게 기회를 주지 않으면서 젊은 여성들의 능력을 탓하기 바빴다. 구색 맞추기로 딱 한 명, 아주 소수의 여성이 정치에 진입하는 것을 허가하고 그들이 여성혐오와 외롭게 싸우는 동안에는 방관했다.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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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n번방이나 알페스처벌법 여성혐오에 대한 문제를 객관화된 언론 보도가 아닌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들을 수 있어서 그 무게감이 달랐다. 세명의 저자는 너무 당연했던 차별에 대해서 우리 세대가 놓친 문제의식을 선명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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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페스 처벌법이 문제적인 것은 그런 기획을 국회 차원에서 끌어안았기 때문이다. 국회는 ‘여성’들의 문화에도 (마치 남성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제재가 가해져야 한다는 요구에 응답하면서, 디지털 성폭력의 지난한 역사를 일종의 영역 싸움에 불과한 것으로 격하시켰다. 알페스 처벌법은 그 모욕의 증거다.(1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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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서 세명의 저자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 에필로그가 인상적이었다. 그들이 각자의 챕터에서 글을 남겼지만 함께 사서한 고민부터 정체성까지 나누는 연대의 모습으로 마무리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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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판을 까는 것 그러니까 그것이 판을 깔아주는 것인가 판을 (걷어차)까는 것인가 혼자 고민했다. 그들에게는 판을 과감히 까버리는 용기가 있고 또한 새로운 판을 깔만한 지성도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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